절대정의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자가 네 명의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에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어느 날, 동창들은 자신들이 살해한 여자 노리코로부터 초대장을 받는다.

노리코는 오직 정의만을 추구하고 조금만 법을 어겨도 가차없이 처벌하던 정의의 몬스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들이 궁지에 몰렸을 때 도움을 준 은인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노리코는 친구들의 손에 의해 죽어야만 했을까.

그리고 그녀가 보낸 초대장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2017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였던 성모의 작가 아키요시 리카코의 신작입니다.

그냥 정의도 아니고 절대정의라는 제목을 보니

제목 자체가 반전이었던 성모만큼 뭔가 불길한(?)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작가는 초반부터 범인들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그녀들이 왜 살인에 이르게 됐는지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미스터리보다는 심리물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들이 노리코를 살해한 이유는 그녀의 정의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의감이란 것이 그야말로 절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칼날 같은 것이었고,

그 어떤 융통성도 개입할 틈 없는 막무가내 식 개념이었던 탓에

노리코와 가까이 지냈던 네 명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크고 작은 잘못에 대해

널 고발할 거야. 정의야말로 가장 소중하니까.”라고 태연한 얼굴로 말하는 노리코에게

오랜 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미칠 듯한 답답함과 분노를 느껴야만 했습니다.

 

이 답답함과 분노는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읽고 나면 기분 나빠지는 미스터리라는 일본식 조어인 이야미스가 절로 떠오르게 됩니다.

당연히 독자 입장에선 네 친구의 살인이 완전범죄가 되기를 바라게 되지만

성모를 읽은 독자라면 아키요시 리카코가 그리 쉬운 엔딩을 내놓지 않을 것을 잘 알기에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분량도 짧고, 네 명의 친구가 번갈아 화자를 맡아서 속도감도 빠른 작품임엔 틀림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정의의 몬스터로 설정된 노리코의 캐릭터나

그런 노리코의 언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주변 인물들의 반응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읽는 내내 이야미스에 못잖은 위화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노리코 같은 사람이 정말 있을까?”라는 의문은 둘째 치더라도

노리코의 폭주하는 정의에 전혀 저항하지 못하는(또는 오히려 존경의 뜻을 표하는) 인물들은

아무래도 결과를 위해 설정된 100% 억지처럼 읽혔기 때문입니다.

노리코가 좀더 노련하거나 현실감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이 세상 어딘가에 분명 존재할 것처럼 느껴졌다면

네 친구의 분노와 공포는 작가가 그린 것 이상으로 독자에게 전달됐을 거란 생각입니다.

 

성모이후 후속작을 기다렸던 마음에 비하면 조금은 만족스럽지 못한 책읽기가 됐지만

아키요시 리카코의 신작 소식이 들리면 여전히 기대감이 들긴 할 것 같습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에, 미스터리와 심리를 매력적으로 배합하는 필력만큼은

이 작품에서도 가감 없이 발휘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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