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마 저택 살인사건
아마노 세츠코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2010년에 출간된 작품이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오랜 고전미가 느껴지는 미스터리입니다.

중견 건설회사 회장 저택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연이어 사체가 발견되고,

경찰은 1차적 단서와 정황만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만,

도무지 위화감을 지워낼 수 없던 관할서 3총사가 집요한 조사 끝에

사건 당시 저택 안에 있던 가족-지인 가운데 진범을 포착하는 내용입니다.

 

소재나 설정만큼 이야기의 흐름도 무척 고전적입니다.

각 인물들의 복잡한 동선, 시간대별 알리바이, 범행을 감추기 위한 갖가지 트릭이 등장하고,

형사들은 지루할 정도로 교과서적인 심문과 조사를 이어갑니다.

페이지가 휙휙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어딘가 올드해 보이는 장치들과 너무 정직한 서사들 때문에

간혹 느슨함 또는 동어반복이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제목에 저택이나 이 들어간 미스터리는 당연히 밀실 코드를 품기 마련이고,

범인은 반드시 이 안에 있다는 대전제 때문에 몰입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이런 경우 작가는 대체로 유력한 용의자또는 악당 캐릭터를 하나쯤 만드는 법인데,

이 작품에는 그런 인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서 더더욱 엔딩이 궁금해집니다.

(반대로, 용의자도 악당도 없어서 긴장감을 별로 느낄 수 없었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막판에 드러난 진범의 트릭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트릭이 절반은 약, 절반은 독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입니다.

의외의 범인을 드러내기 위한 설정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그 트릭 자체가 독자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약간은 변명처럼 읽혔기 때문입니다.

더 놀랐던 건 이 작품을 원작으로 스페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는데,

트릭 자체가 드라마 시작과 함께 공개된다면 맥이 탁 풀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점을 감안해서 제작됐겠지만

재미 면에서 꽤 중요한 를 포기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만에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일본 미스터리를 읽어서 반갑기도 했고,

조금은 쉽고 안이하게 사건이 해결된 듯해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 작품입니다.

, ‘관할서 3총사의 캐릭터가 좀 단순하긴 해도 매력적으로 읽힌 덕분인지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출간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택이나 이 들어간 제목을 좋아하거나 너무 복잡하고 잔혹한 이야기에 질린 독자라면

좀 심심하다 싶게 양념이 덜 들어간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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