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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평점 :
살인, 자살, 실종 등을 다룬 미스터리 작품이지만,
출판사 소개대로 심리 서스펜스로서의 미덕 또한 잘 갖춘 쫄깃한 장르물입니다.
꽤나 복잡하게 설계된 이야기라 줄거리 정리 자체가 쉽지 않은데,
일단 외양만 정리하면 ‘두 여자 - 행복한 일상을 의심하기 시작한 여자와
불행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여자 - 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던 한 여자는
성실하고 능력 있고 자상한 남편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도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결혼과 동시에 악몽 속에 살아온 다른 한 여자는
자신을 둘러싼 불행을 걷어내기 위해 직접 손에 피를 묻히곤 그 이상의 과실을 얻어내기 위해
스스로 악(惡)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폭주하던 두 여자는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고,
종착역이 해피엔딩일지 파멸일지 모를 위험천만한 여정에 동반하기로 결심합니다.
데뷔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성, 문장, 미스터리, 반전 등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변곡점이 등장할 때마다 매번 독자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의외의 상황이 전개되고,
두 여자의 파국 일보직전의 심리는 적절한 분량과 깊이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사소한 단서나 조연들에게까지 꼼꼼하게 신경 쓴 정교한 설계가 곳곳에서 느껴지곤 했는데,
집필 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평범한 여성 캐릭터가 진실을 찾거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위험한 행동에 나서는 이야기는
대부분 리얼리티 면에서 무리수를 두기 마련인데,
‘마당이 있는 집’의 두 주인공은 그런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인물들입니다.
작가는 평범한 여성 캐릭터의 현실적 한계를 억지로 넘어서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을 리얼하게 그림으로써 현실감을 얻어냈습니다.
물론 막판 클라이맥스를 위한 그녀들의 행동이 약간은 무모하거나 작위적으로 보였고,
그 때문에 별 1개를 빼긴 했지만 작품 전체적으로는 몰입감이나 공감대가 무척 높았습니다.
시나리오를 위한 원천 스토리를 구상하던 중 나온 작품이라 영상화될 여지도 충분해 보이고
실제로 영상화된다면 서스펜스의 미덕이 좀더 강하게 살아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만큼의 탄탄한 필력이라면 데뷔작을 능가하는 후속작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머잖아 김진영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