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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병동 ㅣ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가면병동’에 이은 치넨 미키토의 ‘병동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전편에 이어 외부와 고립된 병원을 주 무대로 삼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문을 닫았던 전편의 그 병원이 계속해서 후속작의 주 무대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이번에는 폐쇄된 병원으로 납치된 다섯 명의 남녀가 정해진 시간 안에 범인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미션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미션 실패 시의 징벌은 병원에 설치된 엄청난 양의 휘발유에 의한 폭사. 하지만 미션은 하나 같이 모호한 수수께끼 같고,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달랑 6시간뿐입니다. 처음엔 자신들이 왜 납치됐는지조차 알 수 없던 그들은 어렵게 미션을 해결해가면서 자신들이 ‘특정인’과 특별한 관계였다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일본에서 유행했던(것으로 보이는) ‘리얼 탈출 게임’을 미스터리와 조합한 서사인데, 한정된 시간, 수수께끼나 다름없는 모호한 미션, 실패 시 날아들 끔찍한 죽음의 형태, 범인이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환경, 미션을 풀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과거의 끔찍한 진실 등 다양한 코드들이 촘촘하게 뒤섞여 있어서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납치된 다섯 명의 정체 및 그들 사이의 관계는 쉴 새 없이 반전처럼 폭로되고, 그 과정에서 그들과 ‘특정인’ 사이의 과거사 역시 충격적인 형태로 밝혀집니다. 납치범의 목적을 알게 되자 그들 사이엔 반목이 시작되고, 심지어 서로를 납치범으로 지목하는 사태까지 벌어집니다. 독자 역시 범인이 내부에 있을지, 외부에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데, 작가는 그 대목에서 다섯 명의 남녀와 독자에게 새로운 과제를 내놓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아무도 예기치 못한 반전과 엔딩을 거침없이 풀어놓습니다.
‘가면병동’ 때도 엄청난 속도감, 클로즈드 서클의 매력, 예상 밖의 반전 등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아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시한병동’ 역시 그에 못잖은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납치범의 범행 수법이 너무 완벽하고 고급스러운 나머지 “과연 저런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든 점입니다. ‘가면병동’ 때도 똑같은 이유로 별 0.5개를 뺀 기억이 있는데, 그런 작위적인 설정의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대체로 만족스러운 책읽기였습니다.
한 가지 팁이라면, 이 작품 곳곳에 전작인 ‘가면병동’에 관한 꽤 중요한 스포일러가 공개됩니다. 물론 ‘가면병동’이 선행필수는 아니지만 이왕이면 순서대로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