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스 컷 - 살인을 생중계합니다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우타노 쇼고의 매력 - 장난기 가득한, 하지만 사건은 무지 심각한 - 이 잘 발휘된 작품입니다.

캐릭터들은 사이코패스 혹은 욕망덩어리들이고 연쇄살인이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이야기는 마치 유쾌한 게임의 한 장면처럼 신나고 제멋대로 폭주하고 있는데,

언뜻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디렉터스 컷은 조금은 더 현실적이고, 조금은 더 사회적 이슈에 가까운 주제를 풀어냅니다.

 

군소 방송제작사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하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하세미 준야,

그와 함께 작당하여 조작된 사건 동영상을 만들며 청춘을 소모하는 고타로 일당,

미용사의 꿈을 키우지만 몇 년째 허드렛일에서 못 벗어난 채 모두에게 왕따 당하는 린네.

이들은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으로 한데 엮인 뒤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입니다.

하세미는 경찰보다 먼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통해 방송인으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공고히 다지려 합니다.

예의 목적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조작의 달인답게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하세미 본인을 위기에 몰아넣고 맙니다.

 

워낙 쉽고 간결한 문장이라 꽤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페이지도 휙휙 넘어가지만,

우타노 쇼고는 미스터리에 못잖게 꽤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작품 안에 녹여놓았습니다.

방송과 인터넷의 역전된 세력 관계, 익명성 뒤에 숨은 인터넷 동영상 세상의 문제,

살인적인 왕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목적 없이 폭주하는 청춘 등이 그것들인데,

간혹 대놓고 주제를 강조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연쇄살인 미스터리와 전혀 이질감 없이 잘 섞여 있는 느낌입니다.

 

하세미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목적을 위해 온갖 불법적인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 캐릭터라

도대체 이 사람에게 어떤 엔딩을 주려나 무척 궁금했고,

살인을 생중계합니다라는 부제를 어떻게 살릴까 역시 궁금했는데,

방송, 유튜브, 트위터 등을 소재로 한 작품답게 소위 악마의 편집까지 동원된 막판 반전은

제 뒤통수를 친 것은 물론 저의 소소한 궁금증 자체를 하찮게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막판의 연타석 반전이 우타노 쇼고 팬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스케일이나 서사에 딱 맞는 매력적인 반전이었다는 생각입니다.

 

350여 페이지의 분량이지만 딴 데 정신 팔 틈을 주지 않는 우타노 쇼고의 필력 덕분에

첫 페이지를 열고 그리 오래되지 않아 막판까지 달릴 수 있었는데,

깔끔하고 속 시원한 미스터리를 찾는 독자라면 100%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