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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방문객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8년 2월
평점 :
매번 저널리스트나 대학교수가 주연급 역할을 맡았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마에카와 유타카는 이번 작품에서도 주요 인물들에게 이 두 개의 직업을 부여했습니다.
또, 언제나처럼 연관성이 있는 듯 없는 듯 모호한 두 개의 사건을 설정했고,
이야기 전개 방식 역시 예의 ‘따로 또 같이’ 스타일을 취함으로써
독자들이 어느 사건에 집중해야 하는 건지, 어떤 방향을 따라가야 하는 건지
읽는 내내 혼란을 겪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56세의 저널리스트이자 시간강사인 다지마는 우연히 두 개의 사건에 동시에 연루됩니다.
하나는 저널리스트로서 관심을 갖고 기사까지 쓴 적 있는 모녀 아사 사건이고,
또 하나는, 이웃집 자매 때문에 우발적으로 말려든 방문판매 살인사건입니다.
나름 두 사건이 접점을 갖는 건 맞는데,
사실 아니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두 사건은 각자의 행보를 걷습니다.
유일한 공통점은 주인공 다지마가 연관돼있다는 점뿐이고,
각각의 미스터리의 결과는 장르도, 메시지도, 여운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모녀 아사 사건이 기구한 사연을 품은 아날로그 식 미스터리라면,
방문판매 살인사건은 작가의 전작인 ‘크리피’와 비슷한 사회적 질병을 다루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발단도, 전개도, 결말도 서로 다른 사건들인데,
이상하게도 두 사건에 모두 발을 담근 주인공 다지마의 묘한 캐릭터 덕분에
위화감이나 큰 억지스러움 없이 페이지는 잘 넘어갑니다.
다만, 작가가 왜 두 사건을 굳이 한 작품 안에 녹였는지는 다 읽고도 여전히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국내 출간된 마에카와 유타카의 작품을 모두 읽은 저로서는 이 의문 자체가 낯익었지만,
이 작품으로 마에카와 유타카를 처음 만난 독자라면 꽤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에카와 유타카의 작품을 모두 번역하신 이선희 님은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의 후기에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음표로 시작해서 물음표로 끝난다는 점이다.”라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에카와 유타카의 작품세계를 함축적으로 묘사한 한 줄 평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한 줄 평이 끌리는 분은 꼭 마에카와 유타카의 오묘한(?)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견이 있겠지만, ‘선명한 스토리’라는 잣대로 보면 이 작품이 가장 가독성이 높았던 것 같고,
좀 모호하더라도 서사가 가장 매력적인 작품은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