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여름
아카이 미히로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20년 전 영아 유괴사건 범인의 딸이 유명 신문사 기자로 합격이 내정된다.

경쟁사 주간지가 이 사실을 폭로하자 신문사는 적극적으로 범인의 딸을 보호하는 한편,

20년 전 유괴사건의 진실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범인들은 추격전 끝에 사망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뒤끝을 남긴데다

유괴된 아기는 결국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

취재도중 치명적 사고를 일으킨 탓에 자료실이라는 한직으로 밀려났던 가지 히데카즈는

경영진의 지시로 유괴사건의 범인의 지인, 피해자, 담당 형사, 병원관계자를 거듭 취재한 끝에

봉인되어 있던 비극적인 진실을 밝혀낸다.

(출판사의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개인적으로 베스트로 꼽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클라이머즈 하이를 비롯

혼조 마사토의 미드나잇 저널’, 나카야마 시치리의 세이렌의 참회

사회부 기자가 주인공인 미스터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경찰과는 사뭇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대하는 주인공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클라이맥스나 엔딩 역시 사건 해결이상의 여운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2013년에 출간됐지만 지금껏 제목조차 낯설었는데,

네이버 카페 일본 미스터리 즐기기에서 발견한 서평 제목 때문에 읽게 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내 남자님의 서평 부제가 느닷없지만 울컥한다.”였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을 너무 좋아하는데다 검색해봤더니 마침 기자 미스터리라서

작가 등 다른 정보는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 남자님의 서평 부제대로 정말 느닷없지만 울컥한느낌을 제대로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외형은 미스터리지만 이 작품의 미덕은 인연 또는 운명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괴범의 딸로 낙인찍혀 주간지의 취재대상이 된 히로코,

당시 유괴사건을 다뤘던 기자에서 지금은 신문사 인사국장이 되어 히로코를 보호하려는 무토,

유능한 기자였지만 치명적 사고로 근신하던 중 20년 전의 진실을 재조사하게 된 가지,

그리고 20년 전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자식을 유괴당하고 폐허 같은 삶을 살아온 부모,

히로코를 입양하여 지금껏 애지중지 키워온 양부모 등

유괴사건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연과 운명, 삶의 방향을 뒤흔들어놓았는지를

작가는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며 세밀하게 그려나갑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진작 사건의 진실을 알아볼 수도 있는데,

작가는 ? 어떻게?’라는, 마지막 장까지 읽어야만 알아낼 수 있는 미스터리를 견지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사건의 진실과 무관하게 묵직한 여운을 느끼게 되는데,

그것은 앞서 언급한 인연 혹은 운명이라는,

, 사람의 의지론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어떤 힘의 존재를 실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그 여운은 사필귀정이나 인과응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

그래서인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잔혹하고 차가운 미스터리에 지친 독자라면

기자 미스터리의 매력과 휴먼드라마의 묵직한 여운이 잘 배합된 이 작품을 통해

나름 잔잔한 힐링을 만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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