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게임 10 : 심연 8.02
카나자와 노부아키 지음, 천선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인터넷 서점의 신간들을 검색하다가 종종 왕 게임의 새 시리즈가 나온 걸 발견하곤 했지만,

아무래도 제 취향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 같아 늘 외면(?)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은 덕분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한 번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리고 말았습니다.

기본구조는 제목대로 왕 게임그 자체입니다.

왕의 지시는 터무니없지만 절대적이고, 그 지시를 어긴 자들은 목숨을 잃게 됩니다.

 

대만의 한 섬에 머물게 된 한국, 일본, 대만 학생들과 교사 등에게 왕의 문자가 날아드는데,

그 문자의 골자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24시간 내에 누군가를 죽여라라는 것입니다.

일종의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왕 게임으로 인해 수많은 목숨이 살해됐고,

그 원인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는 켈드 바이러스도 제압된 상태지만

엉뚱하게도 누군가 다시 그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대만의 한 섬에 연수를 온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상대로 터무니없는 지시가 내려오고 수많은 목숨들이 잔혹하게 죽어나갑니다.

자신이 살려면 남을 죽여야 하는 기막힌 상황 앞에서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동시에 왕이 누군지 알아내려고 고군분투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왕을 회유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지만 아무도 그 결과를 낙관 못합니다.

 

누구든 배틀 로얄이나 헝거 시리즈를 연상하겠지만,

이 작품의 최고 미덕은 어떤 메시지나 주제 없이 무한대로 폭주하는 폭력 그 자체입니다.

물론 코앞에 닥친 죽음 앞에서 과연 우정이나 사랑이 그 가치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음으로 모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등 유의미한 주제가 언급되지만,

그보다는 살인, 섹스, 폭력 등 선정적인 서사가 이 작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독자에 따라 이런 서사에서 쾌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앞서 언급한 두 작품처럼 메시지나 여운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역시 사실입니다.

 

혹시나 해서 이 시리즈에 대한 서평들을 찾아보니 그야말로 극과 극이더군요.

아마존 재팬에서 평점 1.6을 받은 쓰레기부터 극강의 오락물이란 평가까지

중간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악평과 호평으로 갈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과도한 폭력과 말초적인 서사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달리 풀만한 곳이 없는 독자에겐 강추할 작품이고,

책읽기의 보람과 여운을 기대하는 독자에겐 조심스레(?) 접근해야 할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제가 4개의 별점을 준 이유는 모처럼 별 생각 없이 사이다 같은 폭주를 경험했기 때문인데,

이 역시 책읽기의 여러 가지 매력 중 한 가지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가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이 시리즈를 간식처럼 즐겨볼 생각도 있습니다.

누군가 마구 때려주고 싶을 때 콜 오드 듀티같은 게임이 간절히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