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스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화사건 현장에서 의식을 잃었지만 가까스로 구조된 신의일보 기자 이한나,

건물에서 투신했다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소설가 강유진.

두 여자는 각각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서로의 몸이 바뀐 사실을 깨닫곤 큰 충격에 빠진다.

한편, 중앙경찰서 강력팀의 박선호와 송칠범은 잔혹하게 살해당한 한 여성의 사체를 목격하곤

미제 연쇄살인사건인 '812사건'이 또다시 새로운 피해자를 낳은 게 아닌가 우려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외모나 살해수법, 살해현장 등 동일범으로 보기 어려운 흔적들이 많은 탓에

모방범죄의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광범위한 수사를 벌인다.

그러던 중 피해자가 최근 강유진이라는 여성과 자주 연락했음을 알고 그녀를 조사하는데...

 

● ● ●

 

500페이지의 묵직한 분량 안에 꽤 독특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작품입니다.

모든 면에서 180도 판이한 두 여자의 영혼 체인지 판타지가 한 축이라면,

그 판타지와 긴밀하게 연관된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이 또 하나의 축으로 설정돼있는데,

작가는 쉽게 엮기 힘들어 보이는 두 축을 나름 큰 위화감 없이 잘 풀어냈습니다.

 

언뜻,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봐온 영혼 바뀌기 스토리가 떠오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작가는 초반에 독자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뛰어넘으면서 꽤나 당혹스런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출판사 소개글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대목이라 서평에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영혼이 바뀐 두 여자는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생각지도 못한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기구한 운명은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하는 형사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마는데,

특히 형사 입장에서 아무리 확실한 심증을 갖거나 합리적인 의심의 근거를 찾았다 한들,

누구에게도 사건에 관련된 두 여자의 영혼이 바뀐 것 같아.’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들의 시점으로 사건과 인물들을 지켜봐야 하는 독자 역시

내내 긴장감과 함께 어딘가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안은 채 페이지를 넘겨야만 합니다.

 

정교한 미스터리와 비현실적인 판타지의 매력적인 조합이란 점에서,

, 신예임에도 불구하고 복잡다단한 서사를 매끄럽게 전개시켰다는 점에서

일단은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다만, 500페이지가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군살이 좀 많다는 느낌을 종종 갖게 한 점이나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후반부가 갑툭튀마냥 이질적으로 보인 점이 아쉬웠는데,

분량에 관해서는 아무래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좀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건의 진실에 관해서는 결과를 위해 과정을 짜맞춘 흔적이 역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특성 상 내용 자체를 많이 언급할 수 없는 작품이라 서평이 좀 두루뭉술해졌지만

재능 있는 신예 작가의 도발적인 서사가 궁금한 독자라면 한번쯤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고,

이 작가의 후속작은 무조건 기대해도 좋다는 것으로 애매모호한 서평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작품 속 콤비로 등장한 중앙서 경찰 박선호와 송칠범은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

가능하면 작가의 다음 작품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