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그림책
데보라 언더우드 글, 레나타 리우스카 그림, 홍연미 옮김 / 미세기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조용한 그림책>과 한 쌍이 되어 줄 <시끄러운 그림책>이다. 지난번엔 조용한 순간들을 느껴봤으니, 이번에는 시끄러운 순간들도 느껴봐야 감성에 균형이 잡히겠지? 그래서 <조용한 그림책>만큼이나 숨죽여 찬찬히 들여다 본다. 세상의 어떤 순간이든 놓치지 않고 음미해 보려는 노력으로. 아이들 만큼이나 천진한 감정을 회복해 보려는 욕심으로.

늘상 왁자지껄 쿵쾅거리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 소란 가운데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의심이 가지만 아이들 본연의 느끼기 실력은 어른들의 상상을 훨씬 능가한다. 비록 '조용히 해!'라는 한 마디에 움찔할지언정 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는 시끄러움과 그렇지 않은 시끄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시끄럽다는 것이 단지 큰 소리가 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도 알며, 그것을 둘러싼 상황과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지까지 모두 알고 있다.

개구장이 동물들이 들려 주는 시끄러운 순간들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세상의 수 많은 시끄러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기에는 한바탕의 소동을 겪으며 느끼는 이른바 '표준형' 시끄러움이 있고, 이와 대조적으로 주변은 조용해도 마음만 소란해지는 '특수형' 시끄러움도 있다. 그리고 시끄러움 속에는 두려움이나 긴장감, 당황스러움같은 감정이 함께 숨어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조금만 딴 곳으로 눈을 돌리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아이들에겐 '와장창형' 시끄러움이 종종 발생한다. 흥미로운 놀이에 열중하다 보니 주변을 살피지 않아 물건들을 쏟아뜨리는 까닭이다. 반면 오랜만에 맘 잡고 조용히 행동하려는 아이들에겐 '바스락형' 시끄러움이 영 귀찮게 한다. 특히 극장 안에서의 바스락 거림이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시끄러움인가보다.



하지만 시끄러움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끄러움을 통해 느꼈던 두려움과 짜증과 당혹스러움을 모두 덮어버릴만한 통쾌하고 신나고 아름다운 시끄러움도 있다. 똑같이 시끄러운 것인데 어째서 자동차의 경적 소리와 불꽃놀이의 화약 터지는 소리는 다르게 들릴까? 아이들은 그 까닭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될 것이며 시끄러움을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시끄러운 그림책>은 늘 조용히 하라는 강요 속에 맘껏 펼치지 못했던 개궂고 즐겁고 때론 아찔한 순간들을 불러내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고 마음을 유쾌함과 활력으로 가득 차게 한다. 설사 당혹스럽고 놀라는 순간이 펼쳐진다 해도 아이들은 각자의 경험과 대조해 보며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보니 유머가 매우 깜찍하다. 이것은 비록 시끄럽고 짜증나는 상황을 만나더라도 가볍게 웃고 예쁘게 살아가자는 동물 친구들의 아름다운 메시지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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