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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부터 비가 오는 날은 그다지 즐겁지 않다. 빗길에 젖을 신발과 옷자락 걱정부터 지하철에서 맞부딪칠 다른 사람들의 젖은 우산, 그리고 혹시나 우산을 잊고 귀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이런 저런 불쾌한 생각들을 앞세우다 보면 괜스레 빗소리도 거슬리고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고만 싶다.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 다른가보다. 아이들도 빗물에 젖어가며 학교에 가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알록달록 예쁜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는 일과 물 웅덩이를 첨벙첨벙 걷는 일, 이웃집 홈통을 타고 내려온 빗물 폭포를 괜스레 손으로 건드리는 일처럼 평소에 할 수 없는 신기한 놀이감에 이내 불편한 마음을 툭툭 털어낸다.
<구름빵>은 이렇게 비오는 날에도 뽀송뽀송하게 남아있는 아이들 마음 한 조각을 구름에 담아 마법으로 풀어놓는다. 꼬마 형제들이 비오는 날 아침 발견한 구름 한 조각은 아직 젖지 않은 아이들의 꿈이다. 아이들의 꿈을 현명하게 다루는 것은 엄마의 몫일까? 엄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오늘의 요리'보다 명쾌하게 구름 조각으로 빵을 만든다. 이 장면은 실제 요리책처럼 표현한 아이디어가 매우 돗보이는데, 아마도 아이들이 구름빵을 진짜 만들수 있을거라 믿는 까닭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진짜 구름빵은 못 만들어도 비오는 날 아이들과 함께 구수한 빵을 굽는 것도 좋으리라!).

꼬마 형제들의 동심에 엄마의 사랑과 지혜가 더해져 막강 파워 날아오르기 묘약으로 탄생한 구름빵! 구름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붕~ 날아오른 꼬마 형제와 ’그것봐, 엄마표 구름빵 대단하지?’라고 말하는 듯 천연덕스러운 엄마의 표정 때문에 정말 이 장면에 홀딱 반해버렸다. 날기에 대한 환상을 접어버린지 오래된 어른도 날고 싶은 충동이 마구 솟구치는데, 어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이야기 속의 꼬마 형제들은 참으로 착하고 영리한 아이들이다. 구름빵을 맛있게 먹고 나더니 이번엔 아빠를 생각한다. ’아빠에게 아침 식사를!’이라는 특명을 받은 것처럼 용맹하게 하늘을 날아올라 전기줄을 가로질러 두 눈의 레이더를 한껏 드높이고는 콩나물 시루 버스속의 아빠를 찾는다. 늘 일하느라 바쁘고 가족들과 함께하기 힘든 아빠들이 뭉클해 할 장면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엄마’와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구름빵 만들기’ 부분과 ’아빠’와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구름빵 배달하기’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치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의 무사안전을 확인하듯 아빠의 무사출근을 확인하는 아이들.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과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이 기특하다.그리고 이제는 조금씩 개어오는 하늘 아래 다정히 앉아 또 다시 구름빵을 나눠먹는 꼬마 형제들...서서히 밝아오는 하늘과 꼬마 형제의 초롱한 눈망울이 너무나 깜찍하고 귀여워 꼭 껴안아 주고 싶다.

<구름빵>은 짧은 이야기 속에 많은 의미들을 녹여내고 있는 정말 대단한 책이다. 물론 아이들 책이 대부분 짧지만 짧은 내용 속에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담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스한 가족 사랑과 상상력, 그리고 긴박감과 예측불허의 스토리까지 모두 갖춘 이 책은 비오는 우울한 날 아이와 함께 읽으며 다시금 유쾌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