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 해의 끝과 만나는 것에 익숙해졌기에 무심코 달력을 바라보며 벌써?라고 놀라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 해 한 해가 떠나가는 것이 아쉬움에는 적응되지 않는 까닭이 무얼까? 특히 2010년은 본격적으로 독서를 했고, 바쁜 와중에서도 꼬박꼬박 서평을 써 온 추억때문인지 더욱 보내기가 싫다. 아직...읽지 못하고 남아있는 책의 무게만큼, 그만큼의 무게가 나를 붙잡는다.

마지막 달 12월. 계획한 책들 중 2권을 읽지 못했다. 하긴, 막바지라고 욕심내어 한달에 몰아쳐 읽는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욕심이지. 게다가 엄청 두꺼운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읽고 나니 책 3권은 읽은 느낌이다. 그래도 벼르고 벼르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그런대로 다 읽었는데 더이상 리뷰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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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처음부터 눈에 띄였고, 읽기 전부터 마음에 쏙 든 책인데다가 특별한 행운과 사연까지 겹쳐 정말 잊지 못할 책이 되었다.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에 철학과 불교까지 아우르는 이 방대한 책은 오래전 <선을 찾는 늑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었는데, 소설이라기 보다는 철학서적에 가까운듯한 느낌이다. 어쨋든, 재 출간된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올 해 이 책이 아니였더라면 독서생활에서 최고의 책을 선뜻 꼽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적어도 독서가라면...). 베스트셀러이기에 대중적으로 이해할만큼 쉽지만 내용만큼은 깊이있고 구성도 잘 되어 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장하준 교수의 책은 정말 정교하게 짜여진 기획서 같기도 하다. 만일 이런 구성상에 영민함이 없었더라면 같은 내용이라도 공감대나 흥미가 반감되었을지 모른다. 무튼...수작은 수작이다.

<열네살이 어때서?>는 리뷰 이벤트 상품으로 받은 저자 친필 사인본이다. 사실 성장소설을 읽을 나이도 아니고, 이 나이 또래의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 전혀 계획에 없던 책이었는데, 훑어보고 친척 동생에게나 줘야겠다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반항적이거나 조숙한 주인공이 대부분인 다른 성장소설에 비해 평범한 소녀의 일상을 다룬 것이 좀 특별했던 것 같은데, 사실 최근 등장하는 다른 성장소설은 읽은 것이 없어 이것이 진정 특별한 점인지는 모르겠다.

<건축 콘서트>는 12인의 건축 실무자와 학계의 교수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 다른 학문과 비교해 볼 때 여기저기 걸쳐진 부분이 많은 분야(공학, 예술...그리고 요즘에는 인문학까지)라 입문서를 쓴다는 게 쉽지 않을텐데, 그래도 의기투합하여 만든 하나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조금 들쭉날쭉한 느낌은 있지만 최근 건축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건축계의 이슈들을 살펴보기에는 좋은 것 같았다.

<사진의 극과 극>은 대조되는 두 주제의 사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신선했다. 일반 사진 에세이가 저자의 감상이나 단상을 중심으로 써내려간데 비해 이 책은 객관적 사진 읽기와 주관적 감상이 어우러져 있어 좀 더 사진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더불어 소개된 사진들도 최근 각광받는 작가들의 작품이라 현재의 사진 동향을 개괄할 수 있어 좋았고, 작가들의 역설과 풍자에 담긴 재치를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은 충동적으로 선택한 책이다. 사진과 소소한 단상을 담은 책들은 잘 읽지 않는 부류인데, 한 해를 돌아보기에 좋을 것 같고 서평단을 모집하니 기회도 좋아 신청해 버렸다. 이 책은 희망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울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소 우리 모습 그대로를 반영하는 듯 모든 희노애락이 담긴 매우 솔직한 책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마음을 차분히하고 내년을 위해 기분전환을 하는데는 좋은 동반자가 되었다.

12월에 읽은 책에는 꽤 괜찮은 책들이 많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3권을 꼽아 본다.

1.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2.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3. 사진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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