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가을의 끝자락이지만 아직도 포근한 비가 내린다.
창문을 열고 글을 쓰는 이 늦은 시간도 전혀 춥지않은...참 묘한 날씨.
올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으려나보다.

2010년을 한 달 남겨놓은 오늘 현재, 6권만 더 읽으면 하반기 30권을 달성한다.
그리고 6권 중 2권은 이미 읽은 상태이니 다음 달은 조금 수월하겠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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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은 작년 이맘때쯤 제목에 유혹되어 찜해두었던 책이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힘이라니...뭔가 대단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몇몇 리뷰에 악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보았는데, 내용이 엉터리라기보다는 그냥 가벼운 입문서였다. 아마 악평을 했던 분들은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나보다(사실 나도 기대했잖아?). 결론, 이 책은 <세계사 콘서트>라고 이름 붙이면 딱 맞을 것고, 제목이 수준에 적절했다면 그리 욕먹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 오래전에 세계사를 배워 생각나는 것이 없다면 기억력 회복 차원에서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생각버리기 연습>은 휴식삼아 읽어보았다. 이 책도 내용이 깊다기 보다는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 특히 저자의 글 스타일이 나직나직한 편이라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나 이 책이 베스트 셀러까지 될만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아직 베스트 셀러의 정체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일까? 이 책을 계기로 베스트 셀러와 일본 저자의 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길게 쓰지 않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정말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잘 가려 읽어야 겠다고 결심한다.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은 더이상 말할 것이 없다. 너무 좋은 책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이 달에 이 책 한 권만 읽었어도 뿌듯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가격 때문인지 양장이 아니라는 점, (사실 양장이 아닌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내부 디자인을 조금만 신경써 줬다면 하는 바램이다. 물론, 책에 실린 사진들은 완전 컬러로, 큼직큼직하고 좋다. 레이아웃이 뭔가 잘못되었거나 미비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왠지 더 디자인을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요즘 너무 디자인에 공들인 책들을 보아서인가? 암튼, 내용에 비해 뭔가 시각적인 면이 1% 부족한 느낌이다.

<영화는 역사다>는 처음 읽어 본 영화관련 책이다. 처음에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근현대사가 잔뜩 등장하고 영화로 간을 맞춘 책이 아닐까 지레 겁(?)을 먹었었는데, 읽어보니 참 괜찮다. 저자의 의도가 뚜렷하고, 역사적 배경이나 역사영화의 관점 변화가 매우 정연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뜻밖에 건진 책' 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서평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맨 마지막장이 '임권택 감독'이다. 우리 영화계에서 40년 이상을 한 우물만 판 거장인데, 생각해보니 그의 일대기나 작품에 관한 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아님, 나만 모르던가...) 그래서, 임권택 감독의 작품들을 연대별로 돌이켜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는 버트런드 러셀의 책이다. 아직 그의 <서양 철학사>와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사 놓고도 읽지 못했는데, 이 책부터 읽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집결한 책이라고 회고했다니, 주 저서를 읽지 못하고 먼저 읽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은 그나마 위로가 된다. 이 책은 그의 정치철학에 관한 내용이다. 어쩌면 서구 근대 시스템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협동조합과 생디칼리즘의 믹스, 그것을 실현하는 길드가 좀 생소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회의 재건에 대한 그의 열띤 강연은 인상적이었다.


이제 이달의 베스트를 꼽을 시간.
다섯권 읽었는데, 유난히 한 권이 뛰어났다.
그 책은 물론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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