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은 늘 가을의 마지막 날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열두달을 사계절로 쪼갠 분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바람과 하늘이 가을을 반영하는 정도에 따른 나의 분류이다. 그래서인지 10월이 가는 것이 무척 아쉽다. 남들은 가을을 탄다고 하는데, 나는 가을이 되면 무척 신이 난다. 센치와 멜랑? 말도 안되는 소리다. 가을은 항상 설레이고 어찌보면 봄보다 더 흥분되는 것 같다.
자, 이러한 감정의 고조 가운데서도 책은 열심히 읽었다.
리뷰는 4개를 썼지만 읽은 책은 6권이라 일단 뿌듯하며, 리뷰를 쓴 4권의 책들 모두 괜찮다 말할 수 있어 흡족하다. 그런데 내가 쓴 리뷰를 돌아보니 글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쌈박(?)하게 1,200~1,500자 이내로 끝내 버렸는데, 어느샌가 1,800을 지나 2,000을 때리더니 이젠 2,500이 넘도록 문장이 길어지고 있다. 대체 뭘 그리 주절거리는지...
글 수의 제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그냥 가는대로 쓰고 말까? 아님 1,800이하로 줄일까?
*** 책과 뒷 이야기 ***
이번달은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으로 시작했다. 특히 장정일은 독서가로서 내가 본받고 싶은 점이 많은사람이기에 그의 독서일기를 만난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이 책은 독서력과 명쾌함이 돋보이는 책이었고, 역시 장정일은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있었다.(비록 예전에 비해 덜해진 듯한 느낌은 있을지라도...)
다음으로는 <아이브레인>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컴퓨터와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뇌 가소성이란 것이 시나브로 새로운 체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살펴보니 친 기계적이 아닌 친 인간적으로 살아가려면요즘과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은 워크북의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실태 보고와 테스트 문제들이 실려있어 지독히 기계치이거나 지독히 컴퓨터 중독이라면 꼭 봐야할 듯 하다.
<밈>은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든 책이었다. 지식의 밀도나 여러가지 학설을 체계적으로 살핀 점과 저자의 논리가 정연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일단 ’밈’이라는 것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이면서도 ’신’이 하는 일과 비슷한 경향이 있어 저자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다가 밈학은 아직 정립된 상태도 아니며 이 책이 거의 출발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출간 이후 10년간 밈학에 대해 다룬 책도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론! 이 책은 사회생물학이나 진화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정도.
마지막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경제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참 여러가지 면에서 수작이라고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일단 가상 시나리오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다음으로 우리나라 과거의 모습을 상세하게 들춰내어 설명하면서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나서 저자는 본론으로 들어갔는데, 이 또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입장을 잘 유지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마무리도 신자유주의를 지속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두가지 경우로 나눠 미래상을 예측하면서 대책안을 제시하고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향한 메시지를 정중히 선포(?)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이번에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발간되었는데, 이 책도 읽어보고 싶다. 정말 경제에 대해 쉽고도 상세하게, 최상의 정보를 골라 담은 것이 매력적이었다.
이번달 역시 읽은 책들은 많지 않아 한 권만 베스트로 선정해 보려 했으나 읽은 책들이 모두 괜찮아 두 권을 선택해 본다.
그리하여...내가 선정한 10월의 책은?
1. 나쁜 사마리아인들
2.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