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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레인 -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 진화하는 현대인의 뇌
개리 스몰 & 지지 보건 지음, 조창연 옮김 / 지와사랑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몇 해전 휴대폰 붐의 열기가 한창일 즈음 휴대폰으로 통화만하는 사람들과 게임 및 인터넷까지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유머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첨단기계의 사용 능력과 양상에 따라 세대를 구분하려는 경향을 잘 반영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브레인>은 급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사회 속에서 각 세대들에게 나타나는 뇌과학적 문제점과 대처법을 살펴보고, 두 세대의 장점을 조화시켜 현명하게 이 시대를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앞서 언급한 '통화만 하는 사람'과 '게임 및 인터넷까지 사용하는 사람'을 각각 '디지털 이주민'과 '디지털 원주민'이라 부른다. '디지털 원주민'은 어릴때부터 각종 첨단기기의 사용에 노출된 젊은 세대들을, '디지털 이주민'은 나이가 든 후 필요에 의해 첨단기기를 접하게 된 중년 이후 세대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디지털 기술에 노출된 뇌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저자의 연구결과를 볼 때 단순히 출생시기가 아닌 뇌격차에 의한 구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같은 일을 하거나 같은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때 뇌의 사용하는 부위가 달랐으며, 이에 따라 장단점도 매우 대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먼저 '디지털 원주민'은 멀티태스킹에 강하다. 음악을 들으며 페이스북에 이미지를 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중간중간 메신저 채팅을 한다. 얼핏보면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속적인 멀티 태스킹으로 인해 실제 뇌는 과부하상태에 처하게 되며 심한 겨우 모든 것에 관심을 쏟지만 정작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지속적 주의력 분산'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기술에 노출된 아이들은 뇌신경회로 형성에 문제가 생겨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걸릴 수 있고, 사회적 교류를 회피하는 자폐적 경향을 보이기도 하며,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타인에게서 기쁨, 슬픔, 분노 등을 알아차리는 능력)도 저하된다.
반면 '디지털 이주민'은 공감능력에 강하다. 이들은 메신저 채팅보다는 직접 만나는 것을 좋아하며, 이메일보다는 손으로 쓰는 편지를 선호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멀티 태스킹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역시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극단적으로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포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디지틸 이주민에 편입하여 컴퓨터를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다면 결국 '디지털 문맹인'으로 뒤쳐지게 될 것이다.
디지털 원주민이든 이주민이든 디지털 세계에 편입된 이상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도파민'으로 여겨진다. 도파민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는 호르몬으로 유전인자에 의해 분비가 많은 사람도 있지만, 저자는 컴퓨터 사용에 의해 도파민이 꾸준히 자극됨을 실험 결과로 보여주고 있어 컴퓨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게임으로 인한 성취감(아이들은 엄마가 밥먹으라는 소리보다 컴퓨터가 '레벨 업!'이라 말하는 것을 더 반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를 할 때의 쾌감, 이메일을 통해 예기치 않은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될 기대감 등 컴퓨터, 특히 인터넷의 사용시간이 증가할수록 우리는 도파민 지수를 상승시키는 자극에 꾸준히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뇌 가소성(뇌의 변하는 성질)은 나이가 들어도 어떤 능력을 꾸준히 유지,향상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희망을 주는 속성이다. 하지만 도파민이라는 마약물질에 현혹되어 디지털 세계에만 몰입한다면 뇌는 가소성을 디지털에 맞게 적용하여 친 인간적이 아닌 친 기계적인 사람으로 우리를 몰아갈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단순한 검색, 이메일 체크만으로도 뇌는 꾸준히 디지털적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디지털 원주민, 이주민적 속성을 체크해보고 보다 균형있는 문명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살펴보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저자의 연구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성자기공명영상장치)를 통해 디지털기기 사용자의 뇌를 실제 촬영한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며, 다양한 체크리스트와 해결책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