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10년의 3/4가 채워졌다. 
쿼터로 치면 삼사분기가 되는 시기니 이쯤 한번 그동안의 독서미션을 돌아봐야지.

7월부터 지금까지 15권을 읽었다. 하반기 최대 목표를 50권으로 잡았는데, 역시... 그것은 무리인 것 같다. 그래도 최소 목표치인 20권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아 다행. 어쨋든, 올 하반기에는 권수를 채우는 것보다는 읽어야 할 것들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둬야할 것 같다.

그나저나 아주 치명적인(?) 계획차질이 생겼다.
얼마전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을 집어든 순간 ’헉!’하고 떠오른 생각이...!
원래 장정일의 <공부>를 비롯 몇몇 서평, 독서에 관한 책들은 내년 1월에 읽을 예정이었다. 올해 안으로 가지고 있던 책들과 먼저 읽을 책들을 정리하고 새해의 다짐삼아 테마로 읽을 계획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오히려 12월에 읽고 서재정리를 한 매듭 짓는 것이 더 올바른 계획이었던 것이다. 결국, 올해에 예정했던 책들 중 몇 권을 빼고(흑...털기로 한 옛날 마케팅/경제서적은 언제 끝을 볼까?)  부랴부랴 서평집들로 교체를 했다. 처음에 계획한 50권을 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12월만큼은여유있게 몇권의 서평집들로 마무리했음 좋겠다.

그럼, 다시 9월의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번달은 다독은 못되지만 읽은 책들이 모두 좋아서 흡족하다. 아직 <감응의 건축>의 서평을 쓰지 못해 좀 안타깝지만 같은 저자의 <사람, 건축, 도시>를 구입하는 바람에 나중에 이 책의 서평을 쓸 때 함께 쓰기로 했다. 그리고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1/3가량 읽었는데, 이 책 역시 <88만원세대>과 함께 마무리하고 서평을 써야겠다. 

 
***  책과 뒷 이야기 ***

이달에 처음 읽은 책은 <나는 치명적이다>이다. 사실 이 책은 헌책방에서 샀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만 불우한 시대에 여성으로 태어나 녹록치 않은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에서 경계를 넘어섰다 말하는 부제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 불우한 예술가가 어디 여성뿐이겠는가? 또한 그들의 나이도 제각기다. 부유해서 유학간 사람도 있었고, 여성으로서 크게 억압받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에 대해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작업실을 잉태의 현장으로, 미술가를 어머니로 일반화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은가 싶다. 게다가 미술계에서도 ’경계’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되며 그 의미는 이 책에서의 의미와 좀 다른 느낌이다.

<사랑받을 권리>는 그간 읽었던 심리학 서적에서 의문스러웠던 점을 좀 더 줌인할 수 있어 좋았다. 거의 워크북 스타일이지만 기존 심리학 서적에서 미흡했던 자아와의 대화부분이 많이 보강되어 있어 어떤 점을 포인트로 대화를 풀어나갈지 참고가 된다. 그리고 성격상 심리 테라피 분야에 더 가까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욕망의 코드>는 소비심리에 관해 참 재미있는 부분들을 많이 알려주었다. 기존 소비자심리에서 말하는 것에서 한 층 더 나아간 느낌이었는데, 저자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좀 매끄럽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니까...너무 많은 이야기를 일일히 설명하고 반증하면서 굽이굽이 끌고나간다고나 할까? 그리고 너무 많은 브랜드와 지엽적인 브랜드 설명들이 등장해서 그것을 뚫고 이야기의 초점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진작부터 읽고나서 마무리로 중요한 부분만 다시 읽었다.  일단 책의 논리적 전개와 구성은 맘에 들었지만 정치쪽은 잘 몰라 ’공동체주의자’라는 것에 반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볼 때 뭔가 놓친것이 있나?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책만 봐서는 공동체주의가 딱히 나쁜 것 같아보이진 않지만...) 그리고 후속작으로 <도덕, 정치를 말하다>가 곧 출판될 것이다(샌델의 저서는 아니고 촘스키의 제자였던 조지 레이코프임). 이 책만큼 주목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책도 궁금하다.

이번달은 사실상 4권의 책을 읽은 것이라 생각하고 베스트를 뽑아야 하므로 딱 1권만 선택해야겠다. 근데, 읽은 책들이 꽤 맘에 들어 한권만 꼽기는 뭐하지만 책의 기획이나 구성이나 번역, 모든 면에서 탄탄했던 <정의란 무엇인가>가를 9월의 베스트로 꼽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