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 - 지식다큐 VS 01
최경원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근대 건축에 있어 동서양의 대표자인 르 코르뷔지에와 안도 다다오를 만났다. 그런데 그 만남의 방식에 있어 개별적이고, 직선적으로 대응하는 느낌이 아닌, 인연으로 맺어진 것처럼 순환하고 흐르는 느낌으로 엮어나갔기에 담담하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것은 아마도 서양 모더니즘과 일본 전통미를 중심으로 두 건축가의 이상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글을 구성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안도와 코르뷔지에는 동시대를 살았지만,단 한번도 조우한 적은 없었다. 안도가 코르뷔지에의 작품을 통해 건축을 독학하며 그의 역작인 롱샹 성당을 답사하러 갔을 때, 코르뷔지에는 이미 세상을 뜨고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건축에는 인간과 공간에 대한 추구가 깊게 배어있다. 이는 단지 서구 건축의 거장들이 일본건축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안도는 그 거장 중 코르뷔지에의 작품들을 본으로 삼아 건축 공부를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모더니즘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감지할 수 있는 대가로서의 유전자를 나누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건축 가쓰라리큐에 감탄하여 그들의 ’차경’기법을 연구하고 자신의 건축에 시도한 이로는 타우트가 있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역시 낙수장을 통해 일본 건축에서 배운 것들을 시도했다. 하지만 코르뷔지에처럼 ’공간’을 염두에 두고 실험적인 시도를 한 이는 없었다. 안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선배인 겐조를 비롯 다른 일본 건축가들도 모더니즘에 전통건축을 녹여나가는 데 있어 심혈을 기울였으나 안도만큼 파격적인 아이디어와 형태를 초월하여 공간을 만들어 낸 이는 없었다.

또한 이 책은 안도와 코르뷔지에의 개별적인 작품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이러한 공간의 구현, 인간에 대한 배려가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 요목조목 친절히 보여주기에 공간을 감상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즐거움을 준다. 굳이 비교하자면 서현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에서 현대 국립미술관을 찬찬히 감상하는 수준, 아니 그 이상의 심도로 공간을 풀어나가고 있다.

바라만 보기에도 아름다운 롱샹 성당, 찬디가르, 빛의 교회, 나무 박물관...이 건물의 공간속에 숨어있는 깊은 뜻과 생성 원리를 찬찬히 볼 수 있는 책들이 몇 권이나 될까? 대중을 위한 입문서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논문에 가까운 전공서도 아닌 것이 동서양 근대 건축사와 작품론까지 참 탄탄하게 갖췄다고 할 수있다.

더욱이 이 책은 단순히 두 거장의 작품 비교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안도 타다오가 성공적으로 현대화한 고전적 가치들 바로 건물의 장소성, 공간의 스토리, 시적 공간, 자연 실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동시에 우리 건축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스토리, 시적 공간, 자연 실현의 요소들을 찾아 청암정, 선운사, 소쇄원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는 아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우리 건축계에 대한 애정어린 질타일지도...결국, 이 책의 안도와 코르뷔지에를 통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건축의 당면 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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