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른다
히라타 오리자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벨이 울렸다.
모두가 자세를 고친다.
가루루는 아직 몸을 풀고 있다.
아케미는 미소 짓고 있다. 괜찮다.
나는 막을 올리는 버튼을 눌렀다.
막이 오른다.

밝고 귀여운 표지에서 고등학생들의 재기발랄한 청춘이 드러나서 고른 책이다. 사실 고등학생 때 도서부 말고는 이렇다 할 동아리에 가입한 이력이 없는 것도 큰 이유였다. 대학가서는 그야말로 집, 학교, 집이었고. 막연히 그 시절이 그립고 아쉬워서 책으로 대리만족하고 싶었다. 고맙게도 책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막이 오른다》는 연극부장 다카하시 사오리를 화자로 삼은 책이다. 졸업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선배들과 남은 부원들이 진심을 다 해 연극하는 과정을 그렸다. 사오리, 유코, 가루루는 매번 구 예선에서 탈락하였지만, 이번만큼은 전국대회가 졸업하고 난 다음에 치뤄질지라도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

구 예선 통과! 현 예선 진출!

연극을 좋아하고 이미 연극을 하고 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그렇게 막막한 때 연극배우로 활동한 적 있는 요시요카 선생님이 연극부의 고문으로 등장한다. 선생님의 유능한 지도로 시계를 확보한 연극부원들이 스스로 도움닫기하여 뜀틀을 넘기까지, 그 과정은 연극처럼 극적이지 않다. 차분하고 조금 둔탱이스러운 사오리의 시점 덕분인지 학생들의 성장을 가감없이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힘든 걸 아는 것처럼 굳이 떠벌리지 않아도 공감케하는 진솔한 문체였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있지만 단조로운 분위기는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 관심이 없던  '연극'에 호기심이 생겼다. 연극부원들이 발성을 연습하고, 에튀드를 하고 무대세트를 나르고, 도쿄의 연극들을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크린이 아닌 단상 위 몸짓과 목소리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연극이라, 배우와 연출가는 팽창하는 우주처럼 끝없이 멀어질테지만 관객의 눈엔 분명 하나일 것이다.

또 언젠가, 어딘가에서!

아, 영화로도 나왔다고 한다. 주말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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