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달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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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쿠라기 시노의  《굽이치는 달》은 1987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준코의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그녀가 스쳤던 몇몇 여성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담았다. 챕터마다 시간은 몇 년씩 널을 띄며 화자가 교체되었지만, 각자의 이야기에서 준코를 비롯한 다른 작중인물의 처지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꿈꾸던 삶과는 다른 '지극한 현실'에 몸과 마음이 지친 그들은 밝고 싹싹한 준코의 불운을 기준 삼아 자신의 행복도를 저울질했었다. 그럼에도 준코의 꾸밈없이 맑은 미소를 볼 때면 오만한 마음도 창피해지는 것이었다. 책은 화과자점 여주인의 남편과 야반도주한 준코를 비난하는건 접어두고, 사회가 비딱하게 보는 삶일지라도 감사하는 준코를 재조명하였다.

그러나 사실 그 행복의 전제란게 타인(화과자점의 여주인)의 삶을 침범했다는 데 있으므로, 그저 결과만 보고 준코의 행복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비록 화과자점 여주인이 그 도피행각에 대힌 트라우마가 없고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야반도주. 정말 그럴 수 밖에 없었나싶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불운한 선택을 했더라도 맞닥뜨린 삶에 책임을 갖고 수용하는 자세를 말하고 싶은걸까. 물론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도 돌이키지 않고 묵묵히 '마이 웨이'를 가는 타입이 훌륭하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준코의 사례는 솔직히 극단적이라 아무리 깊이 생각해도 정답은 없다. 아니, 한 사람의 삶이 정말 이상적이냐 아니냐는 건 너무 오만한 질문 아닐까.

그녀는 행복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그녀의 선택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그걸 받아들이냐, 아니냐는 건 다른 사람의 행복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더 파고들면 우리의 삶은 행복 혹은 불행의 한 편에만 달리는 편도행이 아니라는 것. 즉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 사실《굽이치는 달》은 이런 일도 있으니 당신 생각은 어떠냐는 철학적 문답을 목적으로 한 책이 아니다.

준코를 이해한다고 너그러운 인물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지 못 한다고 무관심한 인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제 그만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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