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 천재 시계사와 다섯 개의 사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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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몽글몽글하면서 포근한 소설이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어릴 적 잠깐 지냈던 할머니의 미용실 건물에 살게 된(?) 니시나 아카리는 그 곳에서 '추억의 시(時)를 수리합니다'라고 적힌 시계방의 다정한 이다 슈지와 짓궂지만 의외로 영험한 쓰쿠모 신사의 개성만점 다이치와 이웃이 된다. 그들이 사는 쓰쿠모 신사 거리 상가는 활발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발길이 끊겨 인적이 드물었지만 오히려 잔잔하고 온화하여 이사하고 싶은 기분을 만든다. 아침마다 시계방 씨가 차려준 따뜻한 된장국과 밥을 먹으며 투닥거리는 녀석들을 보면 솔직히 배아플정도로 부럽다. 한편 쓰쿠모 신사 거리가 북적였던 시절에 존재한 사물을 통해 연결되는 세 편의 이야기(낡은 오르골의 주인/못 다한 고백, 오렌지색 원피스의 비밀/행방불명 모녀와 아기돼지 인형)와 주인공들(이다 슈지/니시나 아카리)의 과거편은 봄을 채 만끽하지 못하고 마지막 여름을 맞이한 것처럼 가슴이 아련하고 뭉클했다. 눈물도 찔끔나고.. 그건 과거에 오해했던 감정을 이제는 치유할 수 있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마저 바꿀 수 없기 때문인 듯싶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이 많아서 공감했다. 기계식 시계가 제작자에 의해 시간이 재현되는 것처럼 어떤 사정(분노, 슬픔, 그리움 등)으로 과거에 꽁꽁 묶어둔 추억이 다시 흐를 수 있게 하는 제작자는 바로 우리인 것이다. 다음 시리즈에는 아무래도 다이치의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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