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꽃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1850년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시작된 연쇄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책이다. 당시 그곳은 예부터 깊숙이 뿌리박은 미신과 무속신앙으로 바글대어 어찌할 수 없는 혼돈 속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때 전염병(문둥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여전히 초조하고 불안한 그곳에서 엘렌 제가도, 천둥꽃이 태어났다. 요리사인 그녀는 독약을 넣은 음식으로 여러 사람을 살해하였고 고용주가 죽으면 또 다른 고용주를 찾아 독이 든 쿠키와 야채수프를 만들었다. 죽은 자들의 성별, 나이, 성향의 유사점 없는 무차별적인 살해는 점차 그녀의 일상처럼 평범하기까지 했다. 현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책에서는 사랑하는 남자를 살해하려고 하는 '앙쿠'의 마음과 그럴 수 없다는 '엘렌'의 마음이 갈등한다. 이것만으로 이중인격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서 그녀가 살해의 나쁜 점을 알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동안 무고한 사람들을 독살한 것일까? 천둥꽃은 내가 형식적으로 알고 있는 살인마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복수와 원한이라는 주관에 치우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려는 듯한 초연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까 두려워하고 들키지 않도록 도망가는 자였다. 두려워하고 도망칠 바에 뭐 하러 살해를 하는 걸까? 그것도 수십 차례. 전에 읽은 <빌리 밀리건>이라는 다중인격자를 다룬 책이 떠올랐다. 물론 그것과는 주제가 다르지만 본의와 다른 행동을 무의식중에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보았다. 엘렌은 법정에서도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 분명 그녀라면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변호사와 판사에게도 독약을 넣은 요리를 선사했으리라. 그만큼 어찌할 수 없이 보일 수밖에 없는 살해를 저지르는 기상천외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정신은 무언가에 휘둘리고 있었다. 그러나 법정에 참석한 일개 전문가들은 골상학이나 관상으로 그녀에게서 범죄자의 상을 추출하였다. 하지만 해부된 그녀의 두개골과 뇌는 정상이었다. 물론 그녀의 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처벌이 범행의 결과인 살해만을 따져 사형이라는 인과응보적 카드를 제시했어야 했을까.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엘렌 제가도가 어째서 그런 무차별 살해를 저질런는지 연구하고 치료하여 제2의 천둥꽃, 제2의 피해자를 막았어야 했다. 천둥꽃은 두려워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옥죄여오는 공포에 맞서 스스로 공포를 몰고 다니는 '앙쿠'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죽은 자는 엘렌 제가도였고 남은 자는 앙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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