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라질 날들을 위하여 - 수만 가지 죽음에서 배운 삶의 가치
오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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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 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알베르트 까뮈는 삶이 부조리하다고 했다. 까뮈와 사르트르로 대표되는 실존철학에서 인간은 목적없이 삶에 내던져 진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이 예정되어 있지만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 이것이 바로 부조리다.

 

이처럼 죽음은 이 불공평한 세계에 유일하게 평등하게 주어진 조건이다. 우리는 죽음을 삶의 끝이자 마침표라고 생각하고 삶의 탄생과 죽음의 빈칸을 하루하루 열심히 채워간다. 죽음이 끝이기에 중요한 것은 삶인 것 같고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해져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죽음은 삶을 성찰하게 하며 죽음 그 자체도 삶을 이루는 칸의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여러 죽음의 다양한 모습을 묘사한다. 병실에서 각자의 사연을 안고 때로는 원망하고 때로는 만족하는 삶의 마무리를 작가는 오랜 세월 목도했다. 작가는 말한다. 어느 죽음이다 억울하다고.

 

그렇다. 어떻게 보면 삶뿐만 아니라 죽음 또한 부조리한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언젠가 누구나 다 죽음을 마무리 해야 한다. 나의 죽음은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될까. 그것은 내 삶의 모습이 받아들게 될 최종 결산과도 같은 것이다.

 

멋진 죽음이라는 것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죽음으로서 세상을 구원한 그리스도의 죽음, 노량의 총알에 마지막까지 자신의 사명을 다한 이순신의 죽음, 80년 광주의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칼을 막아서던 죽음. 결국 그들의 죽음은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나의 죽음 또한 그려본다. 언제가 될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 그날. 그날 눈을 감으며 내 삶이 그리 헛되지 않았기를. 나의 죽음에 너무 많은 사람이 슬퍼하지 않기를. 생애가 부끄럽지 않되 너무 아프지는 않기를. 억울해 하거나 더 붙잡으려 하지 말고 당당히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를.

 

죽음에 관한 이 책을 덮으며 삶의 자세와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이 책이 주는 아름다운 역설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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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킷사텐 여행 - 존 레넌에서 하루키까지 예술가들의 문화 살롱
최민지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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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MBTIJ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여행이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일정을 세우고 시간대로별로 촘촘히 모든 관광지를 훑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이것은 나의 빈약한 재정상황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 다시 못 올 가능성이 높으니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이런 여행도 매우 만족스럽지만 가끔은 그 여행지에서 여유를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많다. 이국적인 공간,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고 그 지역 사람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곳. 원하지 않아도 시간이 정지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에서는 왠지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나 잠깐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킷사텐. 우리에게 낯선 이 공간은 일종의 카페를 말한다. 레트로 카페 정도로 이해하면 이 장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시기 일본에 들어온 커피집이기 때문에 근대사를 연구하는 나에게는 또다른 흥미로운 소재이다.

 

이 책은 도쿄의 거리마다 위치해 있는 킷사텐들을 걸으며 킷사텐에 담긴 이야기를 상냥하게 풀어준다. 작가가 말하는 킷사텐에는 많은 소재가 곁들여져 있다. 음식, 여유, 장소, 사람, 역사 등. 이 책을 가만히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도쿄의 한 오래되고 여유로운 킷사텐에서 작가와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 느낌이 든다.

 

작가가 풀어내는 흥미로운 설명과 풍부한 지식, 문학적 표현은 이 책이 단순한 여행 소개 책자에 머물지 않는 좋은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책에서 아름다운 일본 문학의 구절들은 책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의 영향 때문에 도쿄는 아니고 최근 방문한 오사카에서 일부로 킷사텐을 방문해 보았다. 역시 좋은 책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즉시 바꾸는 책인 것 같다. 연말에 킷사텐에 앉아 킷사텐만의 시그니처 커피와 팬케익, 멜론 소다를 먹으며 올 한해를 돌아본 경험은 늘 바쁘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행을 하던 나에게 색다른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책을 읽으며 이곳저곳에 포스트 잇을 붙여 놓았다. 언젠가 다시 도쿄를 방문하게 되면 포스트 잇이 붙여진 책장을 열고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쿄의 레트로한 킷사텐을 방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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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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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책을 무료로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날, 두려움에 떨고 있던 그날, 용기 있는 시민들이 맨몸으로 경찰과 싸우고, 군 차량을 막아 서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삶은 다시 80년으로 되돌아 갈 뻔했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시민들은 다시 한번 시대의 어둠에 온몸으로 저항하여 독재자의 망령을 몰아냈다.

 

이 책은 힘없는 약자들이, 맨주먹의 다윗들이 어떻게 골리앗들을 물리치고 시대의 사명을 다 했는지를 담은 책이다. 소련의 침략에 맞서 싸운 핀란드 지도부의 이야기, 아우슈비츠에 목숨을 걸고 잡입하여 진실을 알린 비톨트 필레츠키의 이야기, 양반 출신임에도 백정의 인권을 위해 함께 투쟁한 강상호의 이야기. 저자는 역사의 다윗들이 각자 어떠한 신념과 방법으로 인류 역사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 왔는지 서술한다.

 

 

이 책은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출판되었다. 그래서 슬프다. 강포한 시대에 힘없는 민초가 용기를 내야만 하는 세상은 결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지금의 대한민국에 너무나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두려운 교훈을 들려준다. 평범한 사람, 힘없는 사람, 언더독들이 전략, 용기, 결의, 지혜, 신념을 갖지 않았을 때 역사는 언제든 진보를 멈추고 과거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재현한다는 두려운 교훈 말이다.

 

용기가 필요한 시대, 오늘도 각자의 위치에서 용기를 내며 불의와 맞서 싸우며 온몸으로 역사의 정의와 평화를 지켜나가는 소중한 이름 모를 동지들에게 이 책을 감히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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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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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받아 작성한 리뷰립입니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녀는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F케네디의 아내이다. 화려한 영부인의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그녀의 삶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어야 했으며,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학업에도 열심이었으나 당시 미국의 주류였던 와스프에게 늘 차별을 받아왔다. 남편인 존 F.케네디가 대통령이 되어 백악관에 입성하지만 케네디의 암살로 그녀는 남편을 잃고 백악관을 나오게 된다.

 

그녀는 미국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과 불공정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자기 자신만의 주체적인 방식으로 품위와 지혜를 유지하며 삶을 재창조하고자 한 여성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재클린의 삶의 자세에 주목한다.

 

이 책은 특히 상속자 정신을 강조한다. 책에서 말하는 상속자 정신이란 정말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유형의 재산이나 정신을 상속받는 것이 아니라 피상속자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상속인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속자 정신이란 한 개인이 주체적으로 역사적 인물 혹은 자신의 선대의 인물의 삶과 사상을 선택하고 그의 정신에 따라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우리는 123일 대한민국에 일어난 비극을 겪으며 1980년의 광주를 떠올렸다. 광주의 비극을 다시 겪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계엄군의 총칼에 맞선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강렬한 의지를 우리는 기억하며 계승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 역사에는 우리가 아직 계승할 만한 수많은 아름다운 이름들이 있다. 칸트, 김구, 뤼신, 촘스키, 리영희, 이한열...누구의 삶과 가치관을 계승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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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인생의 그림들 - 어둠을 지나 비로소 빛이 된 불멸의 작품 120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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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빅피시로부터 무료로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반 고흐. 누구보다 사랑받는 화가이지만 너무나 슬프고 외로운 삶을 살다간 비운의 화가. 루브르에 걸린 그의 그림 앞에 인산인해를 이루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의 슬픈 삶과 너무나 대조적인 현재의 모습을 고흐가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물음에 빠져본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화가와 작품이지만 또 그만큼 현대사회에서 너무나 헤프게 소비되고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벽에, 공사장 판넬에, 공중화장실 액자 속에, 상점과 시장의 한가운데 너무나 흔하게 고흐의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그만큼 고흐의 작품이 사랑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우리에게 익숙해져버린 이 예술작품들의 진정한 의미와 고흐의 눈에 비친 세상을 나는 제대로 감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고흐, 인생의 그림들>은 고희의 삶과 그림, 그리고 그림에 대한 해석과 그에 얽힌 스토리를 녹여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은 한 순수한 사내였습니다. 너무나 순수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림에 녹여내고 싶었던, 그리고 그토록 순수했기에 세상을 견디기 힘들어 했던 고독한 영혼. 책은 그간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바라봤던 고흐의 그림을 친절히 알려주고 우리가 놓쳤던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도와줍니다.

 

 

그림은 감상자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주는가 봅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눈으로 찬찬히 그의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고 있자니 너무 괴로웠습니다. 지금 세상은 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빛이 어둠에 잠식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흐의 그림은 너무나 아름다워 그것이 오히려 슬프게 느껴집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을 덮으며 고흐에 대한 애도에만 머물지 말고 그의 그림에 대한 열렬한 감동으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모순과 불의의 오늘날 우리 현실과 대비되는 고흐의 그림은 그 아름다움에 의해 찬란한 슬픔의 감동을 느끼게 하는 듯 합니다. 책의 부제처럼 그리고 고흐의 그림처럼 우리나라도 어둠을 지나 비로소 빛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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