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프렌즈의 구사일생 세계사 - 죽다 살아난 인류 생존의 의학사 닥터프렌즈의 세계사
이낙준 지음 / 김영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를 전공하고 아직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역사가 참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주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그 역사적인 변화와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어느 영역을 연구하더라도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을 먼저 쌓고, 그 주제에서 자주 활용되는 용어에 익숙해져야 그 주제에 대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의학의 역사라는 주제는 어떻게 보면 역사가들에게는 꺼려질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신체의 구조와 처방, 치료법 등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의학의 변화와 역사적 반전을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역은 역사가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반갑다. 이 책은 의사인 저자가 의학의 역사를 주제로 집필한 책이다. 저자는 세계사에서 나타난 유행병, 빌병과 치료, 인간이 탐닉한 물질, 혁신적인 치료법 및 수술법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나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을 하여 읽기에 큰 어려움도 없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고대인들은 사랑니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골절치료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지 등의 질문은 저자가 의사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역사에 대한 질문이다. 또한 서로 대립되는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의 사료비판을 통해 더 나은 해석을 제시하는 점도 이 책이 역사 교양서로서 갖추고 있는 훌륭한 자질이다.


역사는 역사가만의 것이 아니다. 역사가가 시대와 사회에 대한 종합적이고 맥락적인 흐름을 만듣다면 개별 사례와 주제를 전문적이고 역사적으로 다루는 것은 개별 영역의 연구자의 역할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개별 주제와 역사적 맥락이 상호작용하고 하나의 거대한 구조를 이룬다면 역사는 분명 풍성해질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참신한 시도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조선 말 개항기는 모든 것이 충돌하는 시대였다. 전통의 문화와 몰려드는 서양의 문화가 부딪혔고, 안으로는 부패한 관리와 낡은 제도, 고통받는 백성이 밖으로는 외세의 침략이 가시화 되었다. 또한 오랫동안 구축된 중화의 질서가 무너지고 제국주의 국가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국제관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혼란의 시대, 시대의 책무를 짊어진 자들의 생각과 그들이 추구한 방향 또한 갈렸다. 최익현은 조선의 전통을 지키는 길을, 김홍집 등은 점진적 개혁을, 그리고 김옥균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이들 중 누구를 선호하는지는 개인의 취향차다. 그리고 세상에 불만이 많은 나에게는 김옥균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러한 김옥균을 새롭게 해석한 역사소설이다. 김옥균의 삶을 조망하며 그가 느꼈을 감정과 선택을 별다른 허구적 장치 없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나 갑신정변을 끝으로 역사 교과서에서 잘 다루지 않는 망명객 김옥균의 행적을 추적한 부분이 좋았다.


역사를 소재로 한 문학, 영화, 게임 등은 역사를 서술하는 것보다 더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정해진 전개와 결말을 두고 사료에 나타나지 않은 행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그것이 과하면 역사왜곡이 되고 밋밋하면 재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러한 균형을 상당히 잘 유지하고 있다.


답답한 조선의 현실에 괴로워 하던 청년의 모습, 다급함에 쫓겨 정변을 감행했으나 결국 실패한 혁명가의 모습, 망명 후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선을 개화시키겠다는 사상가 김옥균의 모습을 이 책은 잘 묘사하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고종을 과도하게 멍청하고 무능한 군주로 묘사한 점, 후쿠자와 유키치를 조선 개화의 후원자로 설정한 듯한 장면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개화를 둘러싸고 명성황후, 대원군, 김홍집, 박영효 등의 입장 차와 대립을 선악의 관점이 아니라 각자의 논리를 가진 인물들로 묘사했으면 구한말의 상황을 좀 더 박진감 있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김옥균, 가끔 그를 생각할 때가 있다. 갑신정변을 통해 완벽히 정권을 잡았다면 그는 조선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가 암살당하지 않았으면 그는 박영효처럼 친일의 길을 걸었을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 대해 작가가 생각한 김옥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꿰뚫는 세계사 - 시대를 이끈 자, 시대를 거스른 자
김효성.배상훈 지음 / 날리지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역사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속에는 다양한 범주의 인간들이 존재한다. 거대한 이상을 품고 사회의 정의와 개혁을 바라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일신의 영달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인물이 있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서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인물도 있고, 인류를 전쟁으로 몰아 인류에게 거대한 상흔을 남긴 인물들도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선이 승리하기 원한다. 어릴 때부터 배운 단순한 원칙이자 바람이다. 권선징악.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사는 꼭 정의에 편에 서지 않는다. 사마천은 사기를 집필하면서 흉악한 도둑이었지만 집에서 편안히 죽은 도척과 의를 지키다 굶어 죽은 백이, 숙제 형제를 비교하며 도대체 천도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물었다. 역사가인 그 조차도 정의의 편에 서지 않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 역사가 지닌 매력이다. 다양한 인물의 삶을 살펴보고 그가 인생에 있어 내린 중요한 선택의 이유와 결과, 또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 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인물, 또는 낯선 인물의 생애를 정리하여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책은 세계사 속 여러 인물들을 카테고리로 묶어 설명하고 있다. 페리클레스나 안토니우스 같은 정치가와 군인, 니콜라이2세나 네로 같은 최악의 군주, 잔다르크나 마리아 테레지아 같은 역사를 만든 여성들, 시몬 볼리바르나 링컨 같은 신대륙의 위인들의 4가지 카테고리다. 그리고 각 인물에 대한 설명 다음에 프로파일링 보고서 형식으로 인물에 대한 평을 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인물에 대한 소개나 설명이 너무 단순하다는 점이다. 교양서라는 제약이 있지만 우리가 검색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 이상이 담겨 있다면 보다 풍부하고 흥미로웠을 듯하다.


세계사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 세계사 속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을 쉽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꾸로 읽는 한국사 - 멸망으로 시작해서 건국으로 이어지는 5,000년 역사 이야기
조경철.조부용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역사는 사실과 해석의 결합이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단 사실이다. 역사는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을 구성하고 그 살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추적한다. 이것이 역사가 과학인 이유이다. 하지만 단순한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역사가 죌 수 없다. 사료를 분석하고, 사료를 통해 사실을 이끌어 내고 그것을 토대로 과거상을 구성하는 것은 역사가이다.


그렇기에 역사는 끊임없이,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 의해 재해석 되어야만 한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상당히 도발적이다. 역사는 시간을 다루는 학문이므로 시간순으로 사건을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건국에서 멸망에 이르는 시간순의 과정이 아니라 멸망에서 건국으로 이어지는 역시간순으로 역사를 살펴본다.


또한 이 책은 기존의 통설과는 다른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해석을 보여준다. 그것이 이 책이 지닌 강점이다. 대표적으로 일제강점기라는 표현 대신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한 '일제저항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자는 제안은 효용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남는다.


첫째 저자는 주몽의 고려는 전고려, 안승의 고구려부흥운동을 남고려, 궁예의 후고구려를 후고려, 왕건은 고려라는 용어를 쓸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역사의 용어와 국호를 쓸 때는 당대의 이름과 사서에 등장하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또한 고구려부흥운동을 과연 남고려라는 국가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불어 이들을 고려라는 카테고리로 묶는다는 것은 현재주의적 관점이 너무 부각되어 보인다.


둘째 저자는 가야의 역사적 위치에 주목하여 삼국시대가 아닌 사국시대라는 용어를 쓸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관점은 가야가 비록 하나의 중앙집권국가를 이루는 데는 실패했어도 그 역사적 위상과 중요도가 삼국 못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여 삼국시대에 가야의 존재를 재고한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본다면 연맹왕국인 가야를 중앙집권국가인 삼국과 대등하게 위치시켜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들의 발전적, 국가적 특성 차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고구려 문자명왕시기에 멸망한 부여는 왜 삼국, 사국에서 제외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셋째 저자는 한사군, 미군정기 등 외세에 의해 우리 민족의 주체성이 훼손된 시기를 역사에서 지우고 싶어하는 의지가 보인다. 이러한 생각은 과도한 민족주의적 해석이다. 우리가 외세에 의해 자주성이 훼손된 시기는 그 자체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역사에 기록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역사이다.


역사는 끊임없는 해석이다. 기존 통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며 색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려는 시도는 역사 공부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
윤은주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는 모두 크게 봐서 선역과 악역이 존재한다. 선역은 지고지순한 가치를 지키며 탄압과 괴롭힘을 이겨내면서 올바른 길을 걸으려 하고, 악역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타인을 괴롭히며 질서를 파괴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명확한 선악의 대립을 지켜본다.


사회생활을 하며 들었던 말 중의 하나는 "그 사람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그럴듯 하다. 일정한 교육을 받고 어른이 된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그저 자신의 이익을 좀 더 우선시하고 오해와 소통부족이 있을 뿐 사악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실제로 살아보니 진짜 악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을 괴롭히면서 쾌락을 느끼고, 남의 고통을 비웃는다. 국가와 공동체를 생각하기 보다 자신의 이익 앞에 모든 선한 가치를 구부리며, 권력을 이용해 타인의 삶을 모독한다. 어쩌면 우리가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악역은 관념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의 한 단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악에 대한 고민을 떨칠 수가 없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만큼 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상가도 드물다. 홀로코스트라는 전대미문의 잔혹한 비인간적 행위를 어떻게 인간이 실현할 수 있었는가. 아렌트는 그것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모든 세계인이 기대했던 악의 화신 아이히만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악역에 어울리지 않았다. 너무나 평범한 모습. 그것에 아렌트는 의문을 품었다. 아렌트가 도출한 악의 평범성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12.3내란으로 촉발된 위기 가운데 다시 아렌트를 소환한다. 아무런 배경지식과 전문적인 해석 없이 이해하기 힘든 여타의 철학책처럼 아렌트의 저작과 사상도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다양한 철학자들의 철학과 소설, 드라마, 실제 사례를 빌려와 아렌트의 사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아렌트의 사상이 주는 시사점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의지하며, 판단하는 자유로운 정치적 행위의 주체가 될 것. 그리고 오염된 공론장을 정화할 것. 저자의 생각이자 아렌트의 사상은 그 자체로 오늘날 우리사회에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짜뉴스와 거짓 선동, 내란과 폭동이라는 선악의 문제가 실존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이야기, 이해는 자칫 양비론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책의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철학자의 가장 이상적인 순간은 그의 철학이 모두 실현되어 진부한 것이 되어 주목받지 못하는 세상이 도래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아렌트가 너무나도 필요한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를 꿈꿔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