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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왜곡의 역사 - 증보판
바트 어만 지음, 민경식 옮김 / 갈라파고스 / 2026년 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전승에 따르면 로마의 크리스트교 박해가 심해지자 사도 베드로는 순교를 피하기 위해 로마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피난길에서 베드로는 자기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예수를 만난다. 베드로가 묻는다. "쿠오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그러자 예수는 자신이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러 로마로 간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베드로는 로마로 돌아가 결국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야기의 사실성은 확인할 수 없지만 순교를 앞둔 베드로의 고뇌와 결심, 그리고 신앙의 비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한국교회를 두고도 주께 기도하고 싶다. 쿠오바디스 도미네. 한국교회를 두고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극우와 손잡은 그들에게 이제 예수의 가르침은 찾아볼 수 없다. 부정부패와 교회세습, 탈세와 성범죄, 차별과 혐오의 언어와 마몬 숭배 등 이제 한국교회는 계시록에 나오는 큰성 바빌론, 귀신의 처소와 각종 더러운 영들이 모이는 곳과 각종 더럽고 가증한 새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아마 예수께서 채찍을 들고 분개하시던 예루살렘 성전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이성과 무지, 윤어게인과 부정선거론, 부동산과 맹목적 세뇌만 자리잡은 한국교회는 예수를 따르지 않는 목사, 그리고 그들의 악행에 침묵 및 동조한 목사들과 교인들에 의해 망가져버렸다.
그런데 이들도 성경을 읽는다.(읽는 것처럼 보인다.) 통독을 하고 필사를 하고 큐티를 한다. 그런데 왜 한국 교회는 예수를 떠나게 되었나. 이것이 나의 궁금증이었다. 기독교인들에게 성경은 신의 말씀이다. 예수께서도 말했듯이 성경은 일점일획도 뺄 수 없는 책이다. 그런데 소위 기독교인이라 자칭하는 자들이 이 성경을 근거로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그렇다면 정말 성경은 무오류한가? 이 책은 그러한 기독교인의 (어찌보면 잘못된) 믿음에 균열을 낸다.
이 책에서 설명하듯 성경은 처음부터 성경이라는 완전한 책을 목적으로 쓰여진 글이 아니다. 또한 이 성경은 다른 텍스트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맥락이 스며 들어있고, 그 시대의 특수성과 한계가 반영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은 역사적 고전인 성경이 전승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사와 변개에 초점을 맞춘다.
애초에 성경의 원본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같은 예수의 삶을 서술하더라도 마가의 눈, 누가의 눈, 마태의 눈, 요한의 눈이 달랐기에 애초부터 성경의 단일한 원본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당연하다. 사건이 관찰자의 시선과 가치관, 기호, 문화에 따라 다르게 서술되는 것은 텍스트의 기본 전제이다.
또한 오늘날과 같은 인쇄 출판업이 등장하기 전 사람들은 필사를 통해 성경을 복제했다. 그 과정에서 교리적 이유, 사회적 요인 등에 의해 변개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결국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인정하고 성경을 그 시대의 사회와 역사 속에 위치시킨 이후에야 신의 뜻과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작업의 필요성을 잘 설명해준다.
성경 텍스트에 오류와 변개가 있다고 해서 기독교가 허구이거나 신앙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경의 세세한 잔가지들, 샤머니즘적인 요소, 구시대적인 한계를 제거하고, 시간을 초월하여 일관되게 인류를 향해 전하는 신의 뜻과 가르침을 이해해야 한다.예수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한다고 했다. 진리를 찾는 작업에는 이성이 필요하다. 지금 기독교에서 상실한, 신이 준 이성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렸을 적 성경 무오류설을 믿는 신실한 신앙인에서 현재 행복한 불가지론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럼 그의 신앙은 틀린 것일까? 그는 결국 예수의 길에서 이탈한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틀린 신앙을 가지고 예수의 가르침과 성경의 참 뜻을 왜곡하고 남을 박해하는데 성경을 이용하며,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힌 것보다는 겸손히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차분히 믿음의 지점을 성찰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한다. 어쩌면 거기에는 단단하지만 잘못된 확신보다 불안정한 행복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이 책은 한국 기독교에 그러한 이성과 성찰을 가져다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