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켜낸 헌법 - 1919년 그 약속,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
신형태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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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모든 체제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헌법에서는 우리 나라의 정치 형태와 권력의 소재, 주권재민의 원칙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짧은 문장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너무나 긴 세월이 필요했다. 그리고 1987년 이후 마침내 우리는 이 원칙이 실현되고 헌법의 원리가 굳게 뿌리박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윤석열에게 유일한 공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공인지는 모르겠다.) 헌법을 우습게 알고 우리 국민을 얕잡아본 그에게 돌아온 결말, 그리고 돌아올 결말은 파멸일 것이다. 그가 그토록 외쳐대는 again을 우리 헌법은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그는 법조인이면서, 검찰총장이면서, 심지어 국군최고통수권자 대통령이면서도 헌법의 가치와 무게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시기부터 1987년 헌법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왓고, 그 헌법에서 일관되게 추구하고자 한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헌법은 정치제도와 권력분립, 선거 방법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존중, 행복추구와 공존의 지향을 담고 있다. 


특히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부터 시작해서, 제헌헌법, 현행 헌법까지의 전문과 설명을 수록하고 있어, 우리의 헌법 체계가 무엇을 유지해 왔고, 어떠한 변화를 거쳐왔는지를 담고 있다. 어느 때보다 우리 헌법의 가치를 이해하고 대한국민으로서의 자세와 성찰이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헌법을 파괴하고자 했던 전 대통령 윤석열을 끌어내려 감옥으로 보낸 것 또한 국민들이다. 그러나 지금 이 내란수괴를 대하는 사법부의 오만하고 무책임하면서도 무능한 태도에 국민이 분노한다. 헌법 수호와 헌법적 가치의 회복은 저 높은신 재판장 나으리들이 고고하게 법복을 입고 판사봉을 휘두르면서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그 추운날 아스팔트 바닥에서 자신의 생계를 뒤로하고 그저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우리사회에 대한 조그마한 소망을 가지고 싸운 국민들이 이루어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법부가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주장하기 전에 주권자의 분노에 귀기울여야 한다. 우리 국민은 충분히 그런 자격이 있다. 이 헌법은 우리가 지켜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지키고자 한 헌법이 어떤 내용인지, 우리가 왜 헌법을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헌법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해보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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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표점 용사일기
이노 지음, 이춘욱 옮김 / 메이킹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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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학봉 김성일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임진왜란 전 조선은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을 일본에 파견한다. 정탐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들의 당파적 성향 때문에 귀국 후 김성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침략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을 남긴다. 이 일화가 일제의 당파성론의 영향으로 확대해석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든 김성일은 조선 최대의 위기인 임진왜란의 징조를 파악하지 못한 무능한 사람으로 회자되고는 한다.


어느 역사적 인물이 그러하듯 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김성일의 잘못된 보고로 인해 임진왜란 발발 후 조정은 분노했고 그를 서울로 압송하여 국문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전란의 수습이 급선무라 판단하여 곧 그를 경상우도 초유사로 임명한다. 사실 이 부분이 그리 이해되지 않았다. 어쨋든 정치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의 잘못된 판단은 전쟁의 피해를 확대하는데 일조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용사일기는 학봉 김성일을 따라 종사관으로 활약한 송암 이노의 용사사적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이노가 작성하였지만 주로 임진왜란기 김성일의 활동을 서술하고 있다. 경상우도 초유사의 임무를 맡고 김성일은 정말 분골쇄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본인 스스로도 본인의 과오를 뉘우치고자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하였을 듯하다.


김성일은 자칫 격화될 수 있는 의병들 간의 다툼이나 관군과 의병 간의 지휘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때로는 온화하게 때로는 엄하게 전란 중 아군의 갈등을 무마시켜 나갔다. 또한 이 책에는 의병들과 군사들의 사기를 위해 엄정한 논공행상을 펼칠 것을 간청하는 기록과 군량미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담겨있다. 결국 눈을 감기까지 김성일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였고 결국 그의 노력은 전란의 극복에 큰 힘이 되었다. 


역사적 평가는 조심스럽고 또 어렵다. 과오를 공으로 덮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역사 속 김성일만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행동으로 그 과오를 책임지는 사람도 드물다. 용사일기를 읽고 난 후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가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그가 없었다고 해서 임진왜란 초기 조선군이 패퇴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지만 그가 없었다면 임진왜란 시기 경상도의 피해는 더 극심했을 것이고 의병의 찬란한 전공도 지금처럼 찬란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며, 명군의 지원도 더욱 미미했을지 모른다.


또한 이 책은 그 자체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기록을 번역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원문 수록과 함께 해석과 사건에 관한 저자의 의견 또한 담고 있어, 역사 연구자에게는 매우 고마운 책이다. 인문학의 위기 시대에 저자의 세심한 배려와 출판사의 발간 결정에 큰 감사를 느낀다.


많은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학봉 김성일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해보고, 임진왜란 시기 전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인물들의 노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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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 장수에서 광장으로 - 민주화 운동가 이오순 평전
임수정 지음 / 밥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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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늘 궁금했었다. 왜 '님을 위한 행진곡'의 후렴구는 '앞 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일까? 이 가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시위를 할 때 누군가 시위를 이끌고 구호를 선창하고 먼저 나아가면, 그 뒤를 다음 사람이 이어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민주화의 혜택이 더 이상 혜택이 아닌 시대에 태어난 MZ세대 나의 궁금증이었다. 왜 꼭 이 노래에 삶과 죽음이 담겨야만 할까. 그것이 나에게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 가사의 의미를 완전히 깨닫게 된 것은 작년 12월 3일이었다.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되고, 경찰들이 국회를 봉쇄하고, 의원들은 담을 넘은 그날. 장갑차가 출동하고, 헬기가 내려 앉고, 시민들이 모이던 그날 밤을 기억한다. 그날 머리 속에 80년의 광주가 떠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두려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 진짜 죽으면 그 다음은? 그제서야 '님을 위한 행진곡'의 후렴구 의미가 완전히 이해되었다. '아 산 자가 따르겠구나.' 그리고 그 공포의 밤이 지나고 우리는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한남동에서, 거리에서 단결하고 투쟁하고 싸워 헌법의 질서를 회복시켰다. 늘 그러했듯 보통 사람들, 힘 없는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인 우리가 말이다. 


그처럼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죽음을 각오하고서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산 자의 의무는 그렇게 민주주의의 재단에 뿌린 피의 의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다. 앞섰던 이가 흔들었던 깃발을 다시 이어받아 흔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서가 문제였다. 앞서서는 안되는 사람이 앞서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열사 송광영과 그 어머니 이옥순의 이야기다.


그녀의 아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기 전 그의 삶은 평범했다. 그리고 고단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극심한 가난과 배고픔, 남편의 무관심과 무능력 속에서 그녀는 살았다. 살기 위해 머리에 짐을 이고 돗자리 장수로, 방문 판매원으로 나섰고, 공장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내아들은 부조리한 세상을 그냥 참고만 있을 수는 없었고, 그녀의 아들 송광영 열사는 민주 투사로 이름을 남겨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송광영 열사는 자신의 어머니와 같이, 혹은 자기자신과 형제들과 같이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이 그저 조그마한 자신의 삶을 온전히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스스로를 희생한 것인지도 모른다


전신 화상으로 고통에 신음하는 아들을 보는 어머니의 심정이 어떨지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아들의 장례식마저 방해하고, 추도비까지 훔쳐가 버리는 저 잔혹한 정권의 압제가 얼마나 억울헸겠는가. 그렇게 송광영 열사는 끝내 전태일 열사의 길을 걷고야 말았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 자신의 소중한 막내아들이 분신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때 그녀의 옆에 문익환 목사를 비롯해 자신과 같은 고통을 느낀 열사들의 부모님들이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아들의 길을 따라 걸었다. 광장에서 독재에 맞서 처절하게 투쟁했다. 산 자의 의무를 해야만 했다.


그녀가 왜 민주화 운동에 나서게 되었을까? 어떻게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냐만은 아마 그녀는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먼저 간 아들에게 부모로서 미안하기에 그 아들이 꿈꾸던 세상을 이루어 주고 싶었고, 다시는 아들과 같은 고통을 다른 어미의 아들들이 겪지 않기를 원해서였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유와 인권이 살아 숨 쉬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삶을 이옥순 스스로도 내면화 한 것이 아닐까 감히 짐작한다.


산 자에게는 죽은 자를 기억할 의무가 있다. 먼저 간 벗 윤동주를 문익환이 따랐듯이, 먼저 간 아들 송광영을 이옥순이 따랐듯이, 4.19와 5.18, 6월 민주항쟁의 역사를 우리가 따라 걷듯이. 이제 이 옥순은 우리가 따라 걸어야 할 또 다른 별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복합적인 사람이다. 가부장제에 짓눌린 여성, 억척같은 삶을 영위한 가장, 소중한 어머니, 민주투사. 이 어울리지 않는 수많은 호칭이 이옥순이라는 이름에 녹아서 조화를 이룬다. 그 모든 이름이 이옥순이며, 어느 하나를 떼 놓고서 이옥순을 말할 수 없다.


정치 제도인 민주주의와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어머니의 사랑, 투쟁과 연대, 권력에 대한 분노와 타인을 향해 뻗는 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아들에 대한 사랑과 이웃사랑, 민주투사와 엄마. 이 모든 가치는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달려간다는 것을 이옥순은 몸소 보여주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조화될 수 없었던것 처럼 보이는 소중한 가치들이 어떻게 융화되는지를  한 인간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켜나간다는 것을 이옥순은 그리고 2025년 내란의 잔불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오늘날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옥순을 기억하고, 이옥순과 송광명의 삶을 되짚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산 자의 의무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추웠던 2024년의 겨울 거리에서 함께 손을 맞잡으며, 얼굴 모를 이에게 선결제로 커피를 건네고, 함께 '다시 만난 세계'를 열창했던 동지들. 그리고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은 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이름 모를 동지들에게 이옥순의 삶이 담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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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인문학적인 음악사 - 수천 년 역사가 단숨에 읽히는 교양 음악 수업 세상 인문학적인 역사
정은주 지음 / 날리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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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길을 걷다가 혹은 어떤 가게에서 아니면 카페와 같은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은 참 다양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음악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음악으로 치유받고, 음악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음악으로 위로받고, 음악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고 한다. 클래식부터 대중가요까지 사람들은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소비하고 음악과 함께 살아간다.


음악은 아마 인류의 출현과 함께 시작되었을 것이다. 21세기의 오늘날 사람들도 이처럼 음악을 사랑하고, 매일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음악을 듣는 것을 보면 음악이 없는 인간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 음악은 그 모습을 바꾸어 가며 우리 가운데 존재했지만 그 가치와 의미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


막상 매일 음악을 듣긴 하지만 한편으로 음악은 어렵다. 복잡한 클래식과 지루한 오페라는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벽을 느끼게 한다. 클래식 공연 티켓 가격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공연을 위해 피땀을 흘린 연주자와 작곡자들의 노력을 결코 가벼이 여길 수는 없지만 공연장은  일반 서민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공간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에 대해 멀어지는 기분이다. 요새는 학교에서도 음악사를 따로 가르치지 않으니 클래식과 관계가 깊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클래식을 알고 싶어도 클래식 음악을 따로 공부하기도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바로크 음악, 고전주의 음악, 낭만주의 음악 등 우리가 용어만 익숙한 다양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등 여러 작곡가들의 일생과 음악을 향한 그들의 열정과 노력 또한 읽을 수 있다.


특히나 딱딱한 클래식의 예술성을 논하기보다 인문학의 관점에서 음악에 대한 교양과 상식을 늘려준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책에서 설명하는 음악이 궁금해져 한번쯤 검색하고 짧게 나마 음악을 감상하게 된다. 더불어 QR코드를 활용해 '브람스가 에디슨 실린더에 녹음한 소리'라던가 '베토벤 x: The AI project's을 듣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에서도 음악을 보다 쉽고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배려와 노력이 느껴진다.


올해도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바쁘고 힘든 일상을 보내왔다.이 책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상식도 채우고 덤으로 가벼운 클래식 한 곡 정도 들으며 한해를 마무리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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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당전쟁과 문무왕 - 강대국과 싸워 승리하는 법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6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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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홍준 선생 이후 가장 답사기를 잘 쓰는 작가는 역시 일상이 고고학의 황윤 작가가 아닌가 한다. 각자의 장점도 있다. 유홍준 선생의 답사기가 우리나라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미학의 관점에서 설명해준다면 황윤작가의 답사기는 보다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이번 나당전쟁과 문무왕 이야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나당전쟁은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이다. 막강한 거란의 군사와 맞서싸운 고려의 전쟁이나 이순신의 활약으로 대표되는 임진왜란과 같은 사건도 물론 우리 역사에서 극적이고 중요한 사건이지만 나당전쟁만큼 세계 최강의 국가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은 아니다. 


당나라는 7세기~10세기 돌궐과 고구려 같은 막강한 국가들을 멸망시키고 자타공인 최강의 동북아시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인들이 아직까지 대표적인 전근대 국가를 말할 때 당나라를 거론하는 것만 봐도 당나라의 역사적 위상을 알 수 있다. 그런 강대국 당나라에 맞서 갓 백제와 고구려를 물리친 신라가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 그것도 승리를 거둔 이 나당전쟁은 우리 역사에 가장 극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삼국시대의 마무리를 공부하면서 막강한 고구려가 통일을 했더라면, 차라리 찬란한 문화의 백제가 통일을 했더라면 이라고 생각하며 신라의 삼국통일을 아쉽게 생각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조차도 신라의 삼국통일을 폄하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거대한 당제국에 맞서 국가를 지켜낸 신라의 나당전쟁을 결코 낮게 볼 수는 없다. 이 책은 그런 나당전쟁의 위상과 그 나당전쟁의 주역 문무왕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다.


사실 나당전쟁이라는 테마를 잡고 답사를 다니기는 쉽지 않다. 신라의 주요 유적지는 경주에 위치한 반면 나당전쟁 관련 유적지는 경기도와 전라도 등 각지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당전쟁이라는 테마를 잡고 성실하게 답사에 임하는 작가의 노력이 더욱 돋보인다.


나당전쟁의 전개를 공부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칠중성, 매소성, 기벌포 등의 위치를 확인하며 나당전쟁의 치열함을 따라가게 하는 책의 의도 또한 좋았다. 역사 사료를 이야기와 함께 충실하게 배치하는 이 책의 장점 또한 이번 편에까지 이어졌다.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충실하게 사료를 읽으며 역사를 공부하고 싶어하는 독자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유적을 연결하여 역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답사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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