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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와 게일이 본 한국 문학 - 선구적 연구와 문학적 통찰
호머 베절릴 헐버트.제임스 스카스 게일 지음, 김선열 옮김 / 메이킹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19세기 조선에 있어 서양과의 만남은 충격적이었다.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였지만 낯선 서양과의 조우는 결코 동양이 원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제국주의적 야욕을 품고, 기계와 자본, 기독교를 가지고 동양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동양은 신비롭고 미개한 영역이었다. 훗날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오리엔탈리즘'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신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따뜻한 시선으로 위기에 빠진 조선을 바라본 사람들도 있었다. 헐버트와 게일이 그러했다. 이 책은 조선을 사랑한, 백인우월주의에서 벗어나 같은 인간의 눈으로 조선을 바라보고자했던 두 명의 서양인 호머 헐버트와 제이스 게일의 시선과 생각이 담긴 책이다.
그 나라를 알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나라 말만 알아서는 안된다. 문화, 종교, 역사, 인물 등 다방면에 걸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시 서양인이었던 두 사람이 익숙하지도 않은 조선말과 한자를 읽으며 어떻게 해서든지 조선을 제대로 이해해보고자 쏟아부었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들도 완전히 오리엔탈리즘 시각을 벗어던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많은 서양 열강들이 무시했던 조선을 역사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보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나타난다. 특히나 이 책은 두사람의 연구 중 한국문학에 대한 해설과 번역을 모아 엮어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문학은 사람들의 생애, 문화권의 정서, 서사, 언어가 녹아있다. 헐버트와 게일, 두 사람은 그 복합적인 구성물을 맥락적으로 분석하고 자신들의 관점과 언어로 재해석하였다.
특히나 이 책이 좋은 점은 단순히 한국어 번역본만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뒷장에 이들이 쓴 글의 영어 원문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을 읽으면 당시 조선 문학에 담긴 여러 층위를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근대 시기 조선의 항간에 떠돌던 각종 이야기들과 여기에 담긴 조선인들의 사고를 이해하는 층이다. 다음으로 근대시기 유행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자신들의 관점과 언어로 이해한 헐버트와 게일의 이해 및 인식 층위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쓴 글을 다시 한글로 번역한 이 책 역자의 의 이해 및 번역 층위이다.
최근 역사교육과 역사이해에서 주목받는 다원적 관점을 적용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책이다. 더불어 근대시기 조선과 서양의 만남,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 등 다문화사회의 역사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역사 속에 담긴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근대 조선 문학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