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문기행 - 국문학자의 걸음으로 기록된 일본
이경재 지음 / 소명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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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행을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지역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라 했을 때, 그 여행의 목적은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휴식을 위해, 누군가는 현실로부터의 도피를 위해, 누군가는 색다른 체험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어느 목적이 더 낫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어떤 목적으로 여행을 가든 여행은 고생이다. 적은 돈과 부족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욕심이 많아 여행을 떠나 하루하루의 일정을 꽉꽉채우다가 문뜩 '왜 여행와서 이 고생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다. 그러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영국여행 중 찾게 되었다.


영국에서 투어를 신청해서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스톤헨지로 가던 중 가이드분께서 여행의 원래 뜻을 가르쳐 주었다. 원래 여행은 근대 유럽에서 Grand Tour라고 불리며 귀족이나 그들의 자제들이 고생을 하러 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럼 왜 굳이 고생스럽게 여행을 떠났을까? 그 이유는 바로 식견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다르다는 것은 불편하다. 새로운 음식,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문화는 여행자에게 긴장감을 준다. 그런데 그 새로움이라는 감정은 나의 익숙한 일상과 시선 그리고 관점에 변화를 준다. 나의 삶과 생각을 타자화하고 새로운 문화와 비교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래서 나의 지도교수님도 역사 연구자들은 많은 답사를 다녀야 한다고 하셨다.


이 책은 국문학자가 연구년동안 일본 이곳저곳을 답사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이 깨닫고 배운 내용을 담은 책이다. 국문학자인 저자는 일본 곳곳에 녹아있는 문학, 삶,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찾아다닌다. 방문 지역도 많다. 저자는 도쿄를 비롯하여 훗카이도, 오키나와, 마쓰야마, 히로시마 등을 방문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일본 각 지역에 얽힌 일본의 문화, 한국과의 연결점을 간결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은 문장으로 풀어낸다.


특히나 문학 평론가의 눈으로 일본을 바라보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며 장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 일본의 문학가들이 살았거나 잠시 거주했던 지역, 혹은 작품에 반영된 곳을 둘러보며 문학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또한 그 가운데에서 디아스포라와 사회적 약자, 전쟁의 피해와 기억 등의 문제를 언급한다. 역사학자가 역사 유적을 방문하여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감과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면 문학 평론가는 역사적 지역에서 어떠한 것을 보고 느끼는지 잠시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같은 것을 보더라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고 싶은 것을 보는 듯하다. 저자는 일본이라는 거울을 활용해 자신의 정체성, 식민지의 기억, 문학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일본여행의 재미를 느끼거나 문학에 대해 배우는 것을 넘어 국문학자가 세상을 보는 시각과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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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천재 고려 - 최강대국에 맞선 작은 나라의 생존 전략
이익주 지음 / 김영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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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주목 받지 못하는 시기가 있다면 역시 고려시대가 아닐까 싶다. 고려왕조가 대략 500년 지속되었으니 그리 짧은 것도 아니고, 한 때 태조 왕건이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아마 중국과도 대등히 맞섰던 강성한 고구려,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 우리 민족사의 아픔인 일제강점기에 비해 고려는 다소 애매한 위치에 있어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고려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시대이다. 고려는 신라에 이어 두 번째로 민족 통일을 이루었고, 통일신라 때보다도 영토는 넓어졌다. 문신들이 지배한 시기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역사에서 특이하게 무신들의 정권이 100년동안 유지된 시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고려다. 단군을 우리 민족의 시조에 위치시킨 것도 고려시대 때부터이다. 이처럼 고려는 그 자체로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고려의 여러가지 매력적인 요소 가운데 외교에 중점을 둔 책이다. 고려는 우리역사상 가장 복잡한 국제관계에 직면해야만 했던 나라이다. 중국과 일원적인 외교관계를 주로 맺었던 시기들과는 다르게 고려가 성립할 즈음 북쪽에서는 한족의 송나라뿐만 아니라 거란의 요, 여진의 금, 몽골의 원이 난립하였다. 기존 중화라는 동아시아 국제 질서도, 일원적인 조공과 책봉이라는 관계도 상당히 많이 변화하게 된다. 결국 고려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때로는 변칙적이고 때로는 실리적인 외교관계를 구축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고려는 국가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북방민족과의 관계를 두고 주로 취하는 침략과 대응의 관점이 아닌 외교라는 점에 주목해서 당시의 국제관계를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고려는 요, 금, 원 등의 국가들과 군사적인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그 전쟁들의 전후 과정은 결국 외교를 통해 이루어졌다. 특히나 저자는 고려가 외교정책을 세우게 된 원인과 결과를 큰 흐름에서 분석하고, 고려 외교의 유연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한편으로 고려의 외교관계를 다소 탈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다루는 점도 흥미롭다. 고려의 칭제건원이라던가, 원간섭기 고려의 위상 등에 관해 당시 고려의 입장과 국제 역학관계에서 서술하고 있어 현재의 한국사 연구 경향을 충실히 반영하는 느낌이다. 내용과 문체도 어렵지 않아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대중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만약 미국이 민주주의를 포기한다면?', '만약 미국과 유럽이 전쟁을 벌인다면?' '21세기에 다시 제국주의 국가들이 등장한다면?' 과 같은 3류소설에서도 안 먹힐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하고, 국제 사회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은 안타깝게도 세계의 질서를 만들어 나갈 힘은 없다. 그렇다면 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쌓아올린 진보와 평화의 가치가 무너져가는 오늘날의 국제 현실을 과연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관해 고민이 필요하다. 이 책은 고려의 외교를 통해 다시 정글이 되어가는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역사적 교훈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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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스페인사 - 단숨에 읽는 스페인 역사 100장면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나가타 도모나리.히사키 마사오 지음, 한세희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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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떠한 세계사를 쓸 것인가?'는 세계사의 오랜 고민이다. 각 지역, 다양한 주체들이 남긴 삶의 흔적과 역사를 모두 모으면 세계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구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을 기준으로 세계사를 써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소외된 민족, 지역, 주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현명한 답이 아직까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사는 애매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사를 떠올릴 때 강대국의 역사를 떠올린다.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영토가 크고 국력이 강한 나라의 역사가 곧 세계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세계사에 대한 크나 큰 오해이다. 심지어는 모든 유럽의 역사가 세계사에서 다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스페인의 역사 또한 그러하다. 우리가 아는 스페인에 대한 역사는 신대륙 개척과 펠리페 2세의 무적함대, 그리고 프랑코의 독재 정도가 다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그간 익숙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역사를 다룬 역사책이다.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세계사'시리즈가 모두 그러하듯 국가사를 중심으로 하되, 그 내용을 최소화하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럼에도 그 나라에서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일들을 알차게 담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그 나라 역사의 대략을 알아볼 수 있다. 역사 교양서로는 손색이 없다. 


스페인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살펴보니 그간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세계사와는 다른 흥미로운 모습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나 가톨릭 국가인 에스파냐의 왕조들과 함께 오랫동안 이슬람 국가들이 공존한 모습이 흥미로웟다. 에스파냐의 문화가 가진 독특한 모습도 이러한 역사의 결과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시기 프랑코의 독재체제가 들어서게 된 원인과 사건의 경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의 공백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참 좋아한다. 축구의 나라이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날씨를 가졌다는 스페인. 아직까지 기회가 닿지 않아 스페인 여행을 가 본적은 없지만 내 버킷리스트 최상위에 있는 나라이다. 역사를 아는 만큼 그 나라의 문화와 아름다움이 보이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더욱더 스페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 책을 읽으며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의 원 저자는 일본인인데, 일본은 유럽사 중에서도 마이너한 영역에 속하는 스페인사를 따로 정리하고 교양서로 발간할 정도로 역사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문학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할테지만 그럼에도 연구의 깊이와 양은 차이가 나는 듯 하다.


태양과 정렬의 나라, 축구와 미식의 나라 뒤에 숨겨진 스페인의 역사를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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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 - 일본의 퀀텀점프 이야기
박경민 지음 / 밥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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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확한 통계를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한국 학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일본사 주제는 역시 메이지유신이 아닐까 한다. 일본은 우리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역사적 전개를 보여왔다. 무사가 지배하는 사회를 오랫동안 경험했고, 중앙집권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막부체제라는 특이한 정치제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본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중국이 우리와 비슷한 중앙집권체제와 성리학적 사회, 과거제가 존재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본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지점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메이지유신만큼은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메이지 유신이 한국과 일본의 발전을 역전시키고, 차후 동아시아 역사의 충격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상당부분 진실이다. 메이지유신을 거쳐 일본은 근대국가로 돌입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제국주의 국가로 나아가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메이지 유신이전까지 일본보다 문명화된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서구화와 근대화를 일본만큼 빠르게 이룩해내지 못하여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비극적 역사를 겪게된다. 그렇기때문에 우리가 메이지유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역사에 대한 반성과 회한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메이지유신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메이지 유신은 단 한순간에 발생한 일회성 사건이거나 단기간에 발생한 우연적인 사건이 아니기때문이다. 메이지 유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지리, 막부 체제의 특징, 특히나 우리에게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름을 가진 인물들의 관계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나 또한 메이지유신을 여러차례 공부해보려고 메이지유신에 대한 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직도 메이지유신을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저자의 의도처럼 이 책은 무거운 연구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벼운 오락 서적도 아니다. 저자가 원한 '재미있는 대중서'의 균형을 갖추고 있다. 에도막부의 성립에서부터 메이지유신을 거쳐 자유민권운동까지 일본 근대사에서 중요하고 굵직한 사건을 충실히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서술이 굉장히 쉬우면서도 흥미롭다.. 책을 읽다보면 당시 일본에서 벌어진 치열한 정치적 술수와 역사 전개에 박진감이 넘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시 조선과의 비교부분이다. 조선과 대한제국을 너무 암울하고 폐쇠적인 국가로 묘사한 지점은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은 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근대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메이지유신의 배경과 전개과정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독자들, 우리와는 다른 성공적인 근대화를 통해 일본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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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역사 문해력 기르기 - 역사 시간에 왜 역사 문해력을 가르쳐야 할까
제프리 D. 녹스 지음, 김민정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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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해냄에듀'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근에 역사교육학계를 중심으로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역사 문해력이란 '학생들이 여러 자료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고 평가하며,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고, 역사 서술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역사 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과거에 대한 해석을 방어하는 능력(p.64)' 정도로 개념정의 된다. 암기 위주의 따분한 역사에서 탈출하여 학생들에게 역사를 통해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나온 개념으로, 이 역사 문해력을 습득하면 학생들은 사료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접하는 다양한 자료를 검증하고 논증하여 추론하고 토론과 방어를 하여 올바은 인식을 기질 수 있을 것이라는 목표에서 탄생한 개념인 듯 하다.


따라서 역사적 문해력의 강점은 역사라는 과목이 단순한 과거 사실의 암기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역량을 길러주며 현실적인 교육적 수용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 트루스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서 학생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수 많은 정보와 자료, 지식을 얻게 된다. 이 중에는 상당수의 가짜뉴스와 거짓된 정보가 섞여 있다.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알고리즘의 발달은 진실과 거짓,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역사 문해력은 분명 학생들이 지식을 판별하고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보다 엄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우선 역사교육학에서 늘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개념의 중복 혹은 의미 영역의 문제가 있다. 이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는 분명 역사적 사고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심지어 둘의 의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물론 역사 문해력은 단순히 문자 사료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및 디지털 자료를 독해하는 역량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역사적 사고력을 통해 학생들이 얻는 역량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역사적 사고력과는 달리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아 보인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교실 현장에서 균형의 문제이다. 분명 이 책의 저자도 모든 역사적 사실과 내용요소를 사료 분석과 역사 문해력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으로 구성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내용을 역사 문해력 수업으로 구성할지 교사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이 정말 사실의 이해를 넘어 보다 고차원적인 역사 문해력을 길러주는 것을 역사교육의 목적으로 잡는것이 타당한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와인버그의 말처럼 '학교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을 역사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용어를 설명하고 이론적인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업을 각 장의 예시로 넣어두어 실제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게 한 점이다. 또한 이 책이 제시하는 그래픽 오거나이저는 조금의 수정만 거치면 바로 교실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고, 역사 문해력을 측정하는 평가 도구나 피드백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교실에서 실제 수업을 하는 교사 입장에서 이러한 책의 구성은 굉장히 반갑고 고맙다.


역사 문해력을 활용한 수업의 범위도 넓다. 기존의 수업 방식대로 서로 대립되는 사료를 분석하여 역사 행위 주체들의 관점을 분석하도록 할 수도 있고, 아예 역사적 사료에 대한 열린 해석과 관점을 탐구해보도록 수업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도 과연 닫힌 정답을 유도하여 정해진 정답을 도출하도록 하는 기계적 수업을 지양하고, 역사 부정의 관점을 차단하는 방법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교실 수업도 반성해보게 된다. 분명 역사 문해력을 중심으로 한 수업은 보다 많은 수업준비와 교사의 노력, 인내심을 요한다. 그렇지만 역사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사료를 접하고 이해하고 사고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능력을 길러줄수 있는 방안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적절한 사료만 주어진다면 분명 역사 문해력 수업은 수행평가에 활용할 여지도 많아 보인다. 역사 교육의 최근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에 걸맞는 수업을 꿈꾸는 모든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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