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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5년 3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조선 말 개항기는 모든 것이 충돌하는 시대였다. 전통의 문화와 몰려드는 서양의 문화가 부딪혔고, 안으로는 부패한 관리와 낡은 제도, 고통받는 백성이 밖으로는 외세의 침략이 가시화 되었다. 또한 오랫동안 구축된 중화의 질서가 무너지고 제국주의 국가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국제관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혼란의 시대, 시대의 책무를 짊어진 자들의 생각과 그들이 추구한 방향 또한 갈렸다. 최익현은 조선의 전통을 지키는 길을, 김홍집 등은 점진적 개혁을, 그리고 김옥균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이들 중 누구를 선호하는지는 개인의 취향차다. 그리고 세상에 불만이 많은 나에게는 김옥균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책은 그러한 김옥균을 새롭게 해석한 역사소설이다. 김옥균의 삶을 조망하며 그가 느꼈을 감정과 선택을 별다른 허구적 장치 없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나 갑신정변을 끝으로 역사 교과서에서 잘 다루지 않는 망명객 김옥균의 행적을 추적한 부분이 좋았다.
역사를 소재로 한 문학, 영화, 게임 등은 역사를 서술하는 것보다 더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정해진 전개와 결말을 두고 사료에 나타나지 않은 행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그것이 과하면 역사왜곡이 되고 밋밋하면 재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러한 균형을 상당히 잘 유지하고 있다.
답답한 조선의 현실에 괴로워 하던 청년의 모습, 다급함에 쫓겨 정변을 감행했으나 결국 실패한 혁명가의 모습, 망명 후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선을 개화시키겠다는 사상가 김옥균의 모습을 이 책은 잘 묘사하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고종을 과도하게 멍청하고 무능한 군주로 묘사한 점, 후쿠자와 유키치를 조선 개화의 후원자로 설정한 듯한 장면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개화를 둘러싸고 명성황후, 대원군, 김홍집, 박영효 등의 입장 차와 대립을 선악의 관점이 아니라 각자의 논리를 가진 인물들로 묘사했으면 구한말의 상황을 좀 더 박진감 있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김옥균, 가끔 그를 생각할 때가 있다. 갑신정변을 통해 완벽히 정권을 잡았다면 그는 조선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가 암살당하지 않았으면 그는 박영효처럼 친일의 길을 걸었을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 대해 작가가 생각한 김옥균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