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스페인사 - 단숨에 읽는 스페인 역사 100장면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나가타 도모나리.히사키 마사오 지음, 한세희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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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떠한 세계사를 쓸 것인가?'는 세계사의 오랜 고민이다. 각 지역, 다양한 주체들이 남긴 삶의 흔적과 역사를 모두 모으면 세계사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지구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을 기준으로 세계사를 써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소외된 민족, 지역, 주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현명한 답이 아직까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사는 애매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사를 떠올릴 때 강대국의 역사를 떠올린다.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영토가 크고 국력이 강한 나라의 역사가 곧 세계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세계사에 대한 크나 큰 오해이다. 심지어는 모든 유럽의 역사가 세계사에서 다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스페인의 역사 또한 그러하다. 우리가 아는 스페인에 대한 역사는 신대륙 개척과 펠리페 2세의 무적함대, 그리고 프랑코의 독재 정도가 다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그간 익숙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역사를 다룬 역사책이다.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세계사'시리즈가 모두 그러하듯 국가사를 중심으로 하되, 그 내용을 최소화하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럼에도 그 나라에서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일들을 알차게 담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그 나라 역사의 대략을 알아볼 수 있다. 역사 교양서로는 손색이 없다. 


스페인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살펴보니 그간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세계사와는 다른 흥미로운 모습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나 가톨릭 국가인 에스파냐의 왕조들과 함께 오랫동안 이슬람 국가들이 공존한 모습이 흥미로웟다. 에스파냐의 문화가 가진 독특한 모습도 이러한 역사의 결과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시기 프랑코의 독재체제가 들어서게 된 원인과 사건의 경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의 공백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참 좋아한다. 축구의 나라이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날씨를 가졌다는 스페인. 아직까지 기회가 닿지 않아 스페인 여행을 가 본적은 없지만 내 버킷리스트 최상위에 있는 나라이다. 역사를 아는 만큼 그 나라의 문화와 아름다움이 보이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더욱더 스페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 책을 읽으며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의 원 저자는 일본인인데, 일본은 유럽사 중에서도 마이너한 영역에 속하는 스페인사를 따로 정리하고 교양서로 발간할 정도로 역사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문학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할테지만 그럼에도 연구의 깊이와 양은 차이가 나는 듯 하다.


태양과 정렬의 나라, 축구와 미식의 나라 뒤에 숨겨진 스페인의 역사를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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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유신 - 일본의 퀀텀점프 이야기
박경민 지음 / 밥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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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확한 통계를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한국 학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일본사 주제는 역시 메이지유신이 아닐까 한다. 일본은 우리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역사적 전개를 보여왔다. 무사가 지배하는 사회를 오랫동안 경험했고, 중앙집권화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막부체제라는 특이한 정치제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본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중국이 우리와 비슷한 중앙집권체제와 성리학적 사회, 과거제가 존재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본의 역사는 중국의 역사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지점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메이지유신만큼은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메이지 유신이 한국과 일본의 발전을 역전시키고, 차후 동아시아 역사의 충격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라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상당부분 진실이다. 메이지유신을 거쳐 일본은 근대국가로 돌입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제국주의 국가로 나아가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메이지 유신이전까지 일본보다 문명화된 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서구화와 근대화를 일본만큼 빠르게 이룩해내지 못하여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비극적 역사를 겪게된다. 그렇기때문에 우리가 메이지유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역사에 대한 반성과 회한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메이지유신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메이지 유신은 단 한순간에 발생한 일회성 사건이거나 단기간에 발생한 우연적인 사건이 아니기때문이다. 메이지 유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지리, 막부 체제의 특징, 특히나 우리에게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름을 가진 인물들의 관계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나 또한 메이지유신을 여러차례 공부해보려고 메이지유신에 대한 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직도 메이지유신을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저자의 의도처럼 이 책은 무거운 연구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벼운 오락 서적도 아니다. 저자가 원한 '재미있는 대중서'의 균형을 갖추고 있다. 에도막부의 성립에서부터 메이지유신을 거쳐 자유민권운동까지 일본 근대사에서 중요하고 굵직한 사건을 충실히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서술이 굉장히 쉬우면서도 흥미롭다.. 책을 읽다보면 당시 일본에서 벌어진 치열한 정치적 술수와 역사 전개에 박진감이 넘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시 조선과의 비교부분이다. 조선과 대한제국을 너무 암울하고 폐쇠적인 국가로 묘사한 지점은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은 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근대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메이지유신의 배경과 전개과정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독자들, 우리와는 다른 성공적인 근대화를 통해 일본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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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역사 문해력 기르기 - 역사 시간에 왜 역사 문해력을 가르쳐야 할까
제프리 D. 녹스 지음, 김민정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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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해냄에듀'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근에 역사교육학계를 중심으로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역사 문해력이란 '학생들이 여러 자료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고 평가하며,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고, 역사 서술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역사 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과거에 대한 해석을 방어하는 능력(p.64)' 정도로 개념정의 된다. 암기 위주의 따분한 역사에서 탈출하여 학생들에게 역사를 통해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나온 개념으로, 이 역사 문해력을 습득하면 학생들은 사료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접하는 다양한 자료를 검증하고 논증하여 추론하고 토론과 방어를 하여 올바은 인식을 기질 수 있을 것이라는 목표에서 탄생한 개념인 듯 하다.


따라서 역사적 문해력의 강점은 역사라는 과목이 단순한 과거 사실의 암기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역량을 길러주며 현실적인 교육적 수용에 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 트루스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서 학생들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수 많은 정보와 자료, 지식을 얻게 된다. 이 중에는 상당수의 가짜뉴스와 거짓된 정보가 섞여 있다.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알고리즘의 발달은 진실과 거짓,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역사 문해력은 분명 학생들이 지식을 판별하고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보다 엄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우선 역사교육학에서 늘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개념의 중복 혹은 의미 영역의 문제가 있다. 이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는 분명 역사적 사고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심지어 둘의 의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물론 역사 문해력은 단순히 문자 사료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및 디지털 자료를 독해하는 역량을 포함하는 개념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역사적 사고력을 통해 학생들이 얻는 역량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역사적 사고력과는 달리 역사 문해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아 보인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교실 현장에서 균형의 문제이다. 분명 이 책의 저자도 모든 역사적 사실과 내용요소를 사료 분석과 역사 문해력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으로 구성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내용을 역사 문해력 수업으로 구성할지 교사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이 정말 사실의 이해를 넘어 보다 고차원적인 역사 문해력을 길러주는 것을 역사교육의 목적으로 잡는것이 타당한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와인버그의 말처럼 '학교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을 역사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용어를 설명하고 이론적인 논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업을 각 장의 예시로 넣어두어 실제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게 한 점이다. 또한 이 책이 제시하는 그래픽 오거나이저는 조금의 수정만 거치면 바로 교실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고, 역사 문해력을 측정하는 평가 도구나 피드백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교실에서 실제 수업을 하는 교사 입장에서 이러한 책의 구성은 굉장히 반갑고 고맙다.


역사 문해력을 활용한 수업의 범위도 넓다. 기존의 수업 방식대로 서로 대립되는 사료를 분석하여 역사 행위 주체들의 관점을 분석하도록 할 수도 있고, 아예 역사적 사료에 대한 열린 해석과 관점을 탐구해보도록 수업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도 과연 닫힌 정답을 유도하여 정해진 정답을 도출하도록 하는 기계적 수업을 지양하고, 역사 부정의 관점을 차단하는 방법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교실 수업도 반성해보게 된다. 분명 역사 문해력을 중심으로 한 수업은 보다 많은 수업준비와 교사의 노력, 인내심을 요한다. 그렇지만 역사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사료를 접하고 이해하고 사고하며, 토론하고 논쟁하는 능력을 길러줄수 있는 방안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적절한 사료만 주어진다면 분명 역사 문해력 수업은 수행평가에 활용할 여지도 많아 보인다. 역사 교육의 최근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에 걸맞는 수업을 꿈꾸는 모든 동료 선생님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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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낸 헌법 - 1919년 그 약속,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
신형태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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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모든 체제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헌법에서는 우리 나라의 정치 형태와 권력의 소재, 주권재민의 원칙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짧은 문장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너무나 긴 세월이 필요했다. 그리고 1987년 이후 마침내 우리는 이 원칙이 실현되고 헌법의 원리가 굳게 뿌리박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윤석열에게 유일한 공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공인지는 모르겠다.) 헌법을 우습게 알고 우리 국민을 얕잡아본 그에게 돌아온 결말, 그리고 돌아올 결말은 파멸일 것이다. 그가 그토록 외쳐대는 again을 우리 헌법은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그는 법조인이면서, 검찰총장이면서, 심지어 국군최고통수권자 대통령이면서도 헌법의 가치와 무게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시기부터 1987년 헌법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왓고, 그 헌법에서 일관되게 추구하고자 한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헌법은 정치제도와 권력분립, 선거 방법을 설명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와 존중, 행복추구와 공존의 지향을 담고 있다. 


특히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부터 시작해서, 제헌헌법, 현행 헌법까지의 전문과 설명을 수록하고 있어, 우리의 헌법 체계가 무엇을 유지해 왔고, 어떠한 변화를 거쳐왔는지를 담고 있다. 어느 때보다 우리 헌법의 가치를 이해하고 대한국민으로서의 자세와 성찰이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헌법을 파괴하고자 했던 전 대통령 윤석열을 끌어내려 감옥으로 보낸 것 또한 국민들이다. 그러나 지금 이 내란수괴를 대하는 사법부의 오만하고 무책임하면서도 무능한 태도에 국민이 분노한다. 헌법 수호와 헌법적 가치의 회복은 저 높은신 재판장 나으리들이 고고하게 법복을 입고 판사봉을 휘두르면서 이루어진것이 아니라 그 추운날 아스팔트 바닥에서 자신의 생계를 뒤로하고 그저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우리사회에 대한 조그마한 소망을 가지고 싸운 국민들이 이루어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법부가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주장하기 전에 주권자의 분노에 귀기울여야 한다. 우리 국민은 충분히 그런 자격이 있다. 이 헌법은 우리가 지켜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지키고자 한 헌법이 어떤 내용인지, 우리가 왜 헌법을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헌법을 통해 우리는 어떠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해보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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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표점 용사일기
이노 지음, 이춘욱 옮김 / 메이킹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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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학봉 김성일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임진왜란 전 조선은 정사 황윤길과 부사 김성일을 일본에 파견한다. 정탐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들의 당파적 성향 때문에 귀국 후 김성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침략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을 남긴다. 이 일화가 일제의 당파성론의 영향으로 확대해석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쨋든 김성일은 조선 최대의 위기인 임진왜란의 징조를 파악하지 못한 무능한 사람으로 회자되고는 한다.


어느 역사적 인물이 그러하듯 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김성일의 잘못된 보고로 인해 임진왜란 발발 후 조정은 분노했고 그를 서울로 압송하여 국문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전란의 수습이 급선무라 판단하여 곧 그를 경상우도 초유사로 임명한다. 사실 이 부분이 그리 이해되지 않았다. 어쨋든 정치인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의 잘못된 판단은 전쟁의 피해를 확대하는데 일조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용사일기는 학봉 김성일을 따라 종사관으로 활약한 송암 이노의 용사사적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이노가 작성하였지만 주로 임진왜란기 김성일의 활동을 서술하고 있다. 경상우도 초유사의 임무를 맡고 김성일은 정말 분골쇄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본인 스스로도 본인의 과오를 뉘우치고자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하였을 듯하다.


김성일은 자칫 격화될 수 있는 의병들 간의 다툼이나 관군과 의병 간의 지휘권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때로는 온화하게 때로는 엄하게 전란 중 아군의 갈등을 무마시켜 나갔다. 또한 이 책에는 의병들과 군사들의 사기를 위해 엄정한 논공행상을 펼칠 것을 간청하는 기록과 군량미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담겨있다. 결국 눈을 감기까지 김성일은 자신의 임무를 다하였고 결국 그의 노력은 전란의 극복에 큰 힘이 되었다. 


역사적 평가는 조심스럽고 또 어렵다. 과오를 공으로 덮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역사 속 김성일만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행동으로 그 과오를 책임지는 사람도 드물다. 용사일기를 읽고 난 후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가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그가 없었다고 해서 임진왜란 초기 조선군이 패퇴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을 것이지만 그가 없었다면 임진왜란 시기 경상도의 피해는 더 극심했을 것이고 의병의 찬란한 전공도 지금처럼 찬란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며, 명군의 지원도 더욱 미미했을지 모른다.


또한 이 책은 그 자체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기록을 번역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원문 수록과 함께 해석과 사건에 관한 저자의 의견 또한 담고 있어, 역사 연구자에게는 매우 고마운 책이다. 인문학의 위기 시대에 저자의 세심한 배려와 출판사의 발간 결정에 큰 감사를 느낀다.


많은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학봉 김성일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민해보고, 임진왜란 시기 전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인물들의 노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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