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자녀교육 로드맵 - AI 시대 우리 아이는 적응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김상균 지음 / 빅피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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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무료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숱하게 들어왔던 말이고 나도 수없이 외쳤던 말이다그런데 어느덧 학교 현장에서 교육의 한 단계를 책임 교사가 되고 나서는 늘 의문이었다무엇을어떻게?

 

학교는 미약하지만 늘 변화하고 잇다하지만 그렇다고 그 변화가 늘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교육의 현실을 잘 모르는 교육 공무원들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일부 교사와 학부모심지어 정치인들의 논리가 합쳐져 기존교육은 늘 척의 대상이고자신들이 생각하는 교육정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될 천국행 티켓처럼 거론되곤 한다.

 

최근 이러한 교육현장의 변화를 둘러싸고 논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이 AI교육과 디지털 교과서다.(사회는 늘 새로운 매체유행제도가 생기면 학교 현장이 넋 놓고 있다가 그러한 교육을 소홀히 했다고 비난한다비난한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교과서에 매우 반대하지만 기술의 혁신은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 책은 변화하는 사회 속 현재 교육의 문제는 무엇이고앞으로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할 지를 전망한 책이다이 책의 장점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 교육에 대해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내용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첫째는 창조적 삽질에 대한 이야기다우리는 학교에서 실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선택을 전략적으로 하는 학생을 우수한 학생이라 평가한다구조적으로도 그렇다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선택을 한 학생이 다시 되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등학교 생기부에 1,23,학년 장래희망이 일치해야 학생부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블랙코미디다.

 

그런데 저자는 이야기 한다때로는 돌아가고수정하고실패해보는 창조적 삽질이 가치 있다고 한다학교니까학교에서 실수해보지 않으면 도대체 사람은 어디서 실수 해보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AI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나도 최근에 학생들에게 글쓰기 과제를 냈다당연히 학생들은 AI를 사용해 글쓰기를 할 것이니 활용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그리고 내 예상대로 학생들은 AI가 써 준 글을 그대로 과제에 제출한 경우가 많았다그리고 당연히 그 중에는 틀린내용아이들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쓴 내용이 많았다일부에서는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과제를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하지만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막겠는가중요한 것은 AI가 제공하는 정보와 자료를 스스로 검증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이 책의 표현대로 AI는 더 좋은 글로 다듬어 주는 도구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한 것 같다변화하는 세상 속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그리고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이 책이 그 모든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현재를 진단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를 같이 고민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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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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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유홍준 선생을 꼽곤 하였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그의 문장력과 맛깔나는 이야기에 경탄을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면 문화유산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장황하게 설명하고는 그 유산을 추켜올리기 바쁘다. 정작 그만한 예술가적 안목을 갖추지 않았거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면 전문가가 멋있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곤 한다. 심지어 내가 보기에는 별거 아닌데 전문가가 온갖 화려한 수사를 덧붙이니 내 안목을 탓하며 자기검열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홍준 선생의 글은 다르다. 그는 결코 화려한 수사를 쓰지도,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저 담백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풀어낸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보통사람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이 그의 글이 지닌 매력이다. 그리고 그런 선생이 이번에는 <나의 인생 만사 답사기>라는 제목으로 잡문집을 냈다. 늘 그러했듯 쉬운 언어와 맛깔나는 단어들로.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나의 인생 만사 답사기>가 좋은 것은 그 전 선생의 책에서도 간간이 나오곤 했던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소재도 문화유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담배, , 작가의 어머니, 고서점 주인, 답사의 경험,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예술가, 스승들.

 

주제도 다양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자세도 있다. 바로 삶에 대한 그의 겸손함과 솔직함이다. 지위가 높던 낮던, 화려하던 소박하던,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던 새로운 것이던 유홍준 선생은 겸손하게 대상을 대한다. 그의 글 행간 속에는 그러한 겸손함이 묻어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솔직하다. 자신의 감정이 쉬운 단어로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겸손함 위에 그의 지식과 유머가 어렵지 않은 형태로 쌓아 올려져 그의 글이 만들어진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시절부터 변하지 않는 글의 양식과 자세다.

 

자신을 내세우며 화려한 수사를 써서 남들보다 뛰어남을 증명해야 하는 글쓰기가 만연한 세상사인 듯 하다. 남들이 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 값비싼 취미에 관한 이야기에 사람들과 돈이 몰려든다. 이런 세상살이 속 <나의 인생만사 담사기>는 인스턴트와 오마카세가 뒤덮인 화려한 거리에서 벗어나 시골집 밥상을 먹는 듯한 소박한 정취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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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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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지위에 따른 특권을 누리며, 이 특권은 기회를 제공한다. 기회는 책임을 부여하고, 책임은 선택을 요구하며, 선택은 때로 어렵다. -노암 촘스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 이 단순하고 자명한 명제가 진리가 되기 위해 인류사에서 수 많은 지식인들이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크리스트교 교리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 지동설을 주장하는 것은 가톨릭교회가 세워놓은 질서를 거부하는 것이기에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위험한 주장이었다.

 

코페르니쿠스 본인도 책에서 밝히고 있듯, 그는 자신이 계산하고 논증한 지동설을 책으로 출판해야 할 지 스스로도 고민을 하였다. 그의 책 곳곳에 서술하고 있듯 자신의 연구가 미칠 사회적 파급력을 코페르니쿠스는 짐작을 하고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망설임 끝에 그는 용기를 내었다. 그 용기의 결실이 우리가 오늘날 보고 있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이다. 그리고 이 책은 중세적 우주론이라는 낡은 성벽을 무너뜨렸다.

 

나는 천문학자도, 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도 아닌 역사 연구자이기에 그의 이론이 얼마나 엄정한 천문학적 지식의 토대 위에 서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인간의 세계관에, 인류의 지성사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는 어떠한 것인지는 논할 수 있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읽어보면 코페르니쿠스가 얼마나 진지하게 또 얼마나 성실하게 지식을 쌓아 올렸는지 그 태도에 놀랄 수 밖에 없다. 그는 사람들이 당연히 여기는 상식에 도전했으며 치밀하고 정밀하게 반론을 펼치고 자신의 주장에 논거를 제시한다. 그렇다고 그는 독단을 내세우지 않으며 유클리드, 플라톤 등 선배 지식인들의 지식을 적극 활용한다. 기하학이나 천문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는 학문을 대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자세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가 그러하겠지만 지식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더욱 많은 용기가 필요한 시대다. 상식과 정의, 질서가 무너지는 시대를 바라보며, 또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이 부와 권력에 굴복하여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약 500년 전 진리를 위해 용기를 낸 한 지식인의 결단과 학문의 자세를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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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이트 제국의 역사 - 점토판 속으로 홀연히 사라진 철의 제국. 3000년 만에 그 역사적 봉인이 풀리다! 더숲히스토리
쓰모토 히데토시 지음, 노경아 옮김, 이희철 감수 / 더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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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과 전차의 제국.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바빌론 왕국을 멸망시키고 역사책에서 사라져 버린 알 수 없는 나라. 이것이 우리가 가진 히타이트에 대한 인식의 거의 전부이다. 역사가 중요하고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 말하는 역사는 어떠한 역사인가. 아마도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소위 강대국이 주도하는 역사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국가, 지역의 역사만 알면 과연 다 된 것일까? 거대사에 가려진 수많은 지역의 역사,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더숲 히스토리에서 내건 잃어버린 문명과 역사의 문을 연다는 선언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국가가 선진국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과학기술, 경제 수준도 있겠지만 그 국가가 얼마나 인문학을 소중히 여기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도 포함된다. 그렇게 볼 때 역사 전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약해지고, 더군다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히타이트 제국의 역사>는 일본은 저자가 지은 연구서이자 히타이트 역사의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왕들의 재위와 업적을 토대로 한 히타이트의 왕조사, 사회와 문화사, 우리가 히타이트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내용과 오해들을 이 책은 친절히 설명한다. 이 책은 역사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오랫동안 기억의 저편에 숨어있었던 히타이트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단순히 파괴적이고 유목적인 국가일 것이라 생각했던 히타이트의 역사를 짚어가며 한 제국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멸망과 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인간 삶과 사회가 가진 숙명을 느끼게 한다. 아무리 찬란하고 우수하더라도 결국 시간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영원히 서있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이고 세상이지 않은가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의 흐름 속 찬란했지만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햇던 찬란한 제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깊어 가는 가을 <히타이트 제국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새로운 미지의 시간과 공간을 탐험하는 경험을 많은 독자들이 함께 누리길 바라며 이 책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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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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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승리와 영광의 역사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역사학계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되었으며, 드라마로도 가장 많이 제작된 소재가 임진왜란이 아닐까 한다. 임진왜란은 역사적 사실을 넘어 그 자체로 문학적인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선의 무방비한 방어 태세와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의 진격()-백성을 버린 무능한 군주와 압도적인 적의 위력()-이순신으로 대표되는 영웅의 활약과 의병에 참여한 민초들의 투쟁()-왜군의 격퇴와 노량 해전의 저녁노을 속 이순신의 마지막 숨결()까지. 임진왜란은 조선 국가 존립의 위기지만 영웅들과 민초의 노력에 의한 국가 재생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임진왜란의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속 깊은 애국심과 어려운 상황에 대한 극복 의지를 다잡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 가진 교훈성이자 역사를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승리와 영광의 역사를 좋아한다는 말의 이면에는 패배와 좌절의 역사를 기피한다는 말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승리와 영광의 역사를 읽으며 자부심과 희망을 느끼는 것은 우리 선조들의 삶이 오늘날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의 영광은 나의 영광이고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은 곧 오늘날 우리 사회의 영광이다. 그것은 곧 그들의 굴욕과 비극은 오늘날 나의 비극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 국가와 공동체의 역사에서도 오로지 승리와 영광만으로 이루어진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의 역사 속 실패의 원인을 냉정히 규명하고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로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슬픔과 좌절의 역사를 망각하려 한다. 그것을 직시하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임진왜란의 극적 스토리가 끝나고 불과 50년 후 조선은 또 다른 국가의 존립 위기를 겪는다. 북쪽에서 힘을 키운 여진족은 후금을 건국하고 명 중심의 동아시아 세계의 파괴와 변혁을 가져왔다. 이 변화의 파도는 조선에도 몰아쳤으며 결국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의 두 번의 외침을 겪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다 알다시피 조선은 결국 청나라에게 항복을 한다. 청 태종이 앉은 높디 높은 삼전도의 단 앞에 나당전쟁에서 승리한 신라의 이야기, 몽골의 침입을 격퇴한 강감찬의 승전가, 역사적인 명량해전의 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병자호란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인조 1636은 그러한 비극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서울성곽에 관심을 가지고 남한산성을 답사하는 중 그 역사성에 주목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역사에 대한 심오한 지식 없이도 병자호란의 배경과 전개 과정, 결과와 의의를 이해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차근차근 그리고 쉽게 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여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에게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가이드와 같은 책이다.

저자는 책의 제목에 당시 조선의 임금이었던 인조를 담았으며 부제로 혼군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저자는 조선의 임금 인조를 중심으로 병자호란을 서술하였다. 그렇기에 이 책도 인조를 중심으로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병자호란 전 인조에서는 광해군 대의 정치 상황과 인조반정의 발생을 서술하며 병자호란 전의 배경으로 조선이 북방 방비에 주력할 수 없었던 이유인 이괄의 난, 조선을 둘러싼 국제적 환경의 변화와 누르하치와 홍타이지의 등장 등 병자호란의 원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병자호란 중 인조는 청의 침입과 인조의 도피, 남한산성에서의 항전과 천해요새 강화도의 함락 등 병자호란의 전개 과정에 주목하여 역사적 사실들을 사료와 함께 서술해 나가고 있다. 3병자호란 후 인조는 병자호란 시기에 활동한 인물인 김자점과 임경업 등에 대한 저자의 평가, 청으로 끌려간 소현세자의 생활과 처지, 소현세자의 귀국과 죽음, 피로인들의 이야기 등 병자호란의 결과와 그 수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가 표방하고 있듯 역사평설이다. 전문 역사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상력을 버무린 역사소설도 아니다. 그렇기에 굉장히 쉽게 쓰여 졌지만 동시에 풍부한 내용과 역사적 인물들에 관한 저자 나름의 논리적인 평을 담고 있다.

특히나 이 책에서 돋보이는 점은 병자호란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삶과 활동, 생각 등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저자의 평을 담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곱씹어 보면서 독자들이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 평가를 내리기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병자호란 시기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 또한 이 책을 읽어나가는 하나의 재미이다.

광해군은 폐위당할 만한 인물이었는가? 이괄은 권력에 눈이 멀어 난을 일으킨 인물이었는가? 임경업은 정말 병자호란 시기 명장으로 평가받을 만한 인물이었는가? 김경징은 왜 강화도를 사수하지 못하였는가? 역관 정명수는 왜 조선인이면서 조선을 못살게 굴었는가? 청나라에서 소현세자는 어떠한 심정을 느꼈으며 귀국 후 왜 인조는 그를 멀리했을까? 남편을 잃고 자식들마저 유배된 왕가의 여인 강빈은 어떻게 죽어갔는가?

그리고 그 모든 질문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인조가 서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조가 권력 욕심에 찌든 인물이라거나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라던가, 주색에 빠져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인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은 오히려 분노와 경멸의 눈으로 악마화된 조선의 혼군 인조를 인간화(人間化)하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는 물을 수 밖에 없다. 국가에 위기가 발생했고, 그 위기로 인해 국가는 큰 혼란에 빠졌으며 거의 멸망의 수준에 이르렀다. 그때에 군주는 어디에 있었으며,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책임을 졌는가? 이러한 시대의 물음이 바로 흔히들 말하는 역사의 평가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인조는 이러한 역사의 평가에서 거의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것이다. 오히려 병자호란과 인조는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거대한 물음을 던진다. 국가는 무엇인가?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공동체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조선 비극의 한가운데,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기록 속 한가운데,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비극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인조 1636을 통해 굴욕의 그 날 남한산성에서 나오는 인조의 발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는 역사의 의미와 나의 삶, 오늘날 우리 공동체에 대한 수 많은 질문과 답을 찾아 나갈 수 있다. 오늘날 나와 같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며 더 나은 공동체, 바람직한 사회를 꿈꾸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이름 모를 수많은 시대의 동지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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