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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누군가 나에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유홍준 선생”을 꼽곤 하였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그의 문장력과 맛깔나는 이야기에 경탄을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면 문화유산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장황하게 설명하고는 그 유산을 추켜올리기 바쁘다. 정작 그만한 예술가적 안목을 갖추지 않았거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면 전문가가 멋있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곤 한다. 심지어 내가 보기에는 별거 아닌데 전문가가 온갖 화려한 수사를 덧붙이니 내 안목을 탓하며 자기검열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홍준 선생의 글은 다르다. 그는 결코 화려한 수사를 쓰지도,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저 담백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풀어낸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보통사람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이 그의 글이 지닌 매력이다. 그리고 그런 선생이 이번에는 <나의 인생 만사 답사기>라는 제목으로 잡문집을 냈다. 늘 그러했듯 쉬운 언어와 맛깔나는 단어들로.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나의 인생 만사 답사기>가 좋은 것은 그 전 선생의 책에서도 간간이 나오곤 했던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소재도 문화유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담배, 꽃, 작가의 어머니, 고서점 주인, 답사의 경험,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예술가, 스승들.
주제도 다양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자세도 있다. 바로 삶에 대한 그의 겸손함과 솔직함이다. 지위가 높던 낮던, 화려하던 소박하던,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던 새로운 것이던 유홍준 선생은 겸손하게 대상을 대한다. 그의 글 행간 속에는 그러한 겸손함이 묻어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솔직하다. 자신의 감정이 쉬운 단어로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겸손함 위에 그의 지식과 유머가 어렵지 않은 형태로 쌓아 올려져 그의 글이 만들어진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시절부터 변하지 않는 글의 양식과 자세다.
자신을 내세우며 화려한 수사를 써서 남들보다 뛰어남을 증명해야 하는 글쓰기가 만연한 세상사인 듯 하다. 남들이 하지 못한 특별한 경험, 값비싼 취미에 관한 이야기에 사람들과 돈이 몰려든다. 이런 세상살이 속 <나의 인생만사 담사기>는 인스턴트와 오마카세가 뒤덮인 화려한 거리에서 벗어나 시골집 밥상을 먹는 듯한 소박한 정취를 우리에게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