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혼
제네바 로즈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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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제네바 로즈의 소설 완벽한 결혼은 한 부부의 외도와 살인사건을 다루는 심리 스릴러다.

요즘 나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 제목에 큰 의미를 두고 읽는데 이번 작품 역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제목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소설의 전체적인 상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세라는 세계관 탑 클래스의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이며 그녀의 남편 애덤은 첫번째 작품을 성공 시킨 후 슬럼프에 빠져 경제능력을 잃어버린 퇴물 소설가다. 두 사람은 겉보기에는 안정된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매년 호숫가 별장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을 가지는데 변호사 업무로 바쁜 세라는 늘 참여하지 못해 이 별장은 애덤을 위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어느 날 그곳에서 애덤의 외도녀가 칼에 37번 찔려 사망하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막까지 함께 있던 애덤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다. 심지어 애덤의 불륜녀 켈리는 전 남편을 살해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으며 애덤과 바람을 피는 당시에도 양다리가 아닌 세다리를 걸치고 있는 등 이야기는 정말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흘러간다. 세라는 변호사로서 남편을 변호하겠다고 결심하지만 자신을 인간적으로 배신한 남편을 변호하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야기는 법정 장면과 사적인 순간이 교차하며 전개되고, 작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세라와 애덤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며 하여금 이들의 속마음과 진실을 끊임없이 추측하게 만든다. 특히 세라와 애덤의 시선이 번갈아 등장하는 구조 덕분에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고, 화자에 따라 달라지는 내면의 표현 덕분에 사건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이해하며 사건의 전개를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장별 구성도 짧아 긴박감이 유지되며, 작가는 불필요한 설명 대신 대사와 상황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와 사건의 윤곽을 드러낸다.

읽다 보면 모두가 범인처럼 느껴지며 사소한 떡밥까지 모두 회수해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완성도 역시 포기하지 않는다. 결말을 쉽게 추측할 수 없게 만드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반전의 반전이 이 소설이 미스터리 소설로서 완벽하게 재미를 유지하는데 성공했고, 마지막 최후의 반전은 내가 근래에 본 소설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면서 결말의 반전까지 충격적인,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 읽기 좋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찾으신다면 이 소설, 제네바 로즈의 완벽한 결혼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세라와 켈리, 두 사람이 있어야 완성된다. 역겨운 소리라는 걸 알지만 사실이 그렇다. 내게는 둘 다 필요하다. p25

부부의 세계 중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가 떠오르던 대사와 스포일러가 될까 언급할 순 없지만 소설의 후반부 세라가 애덤의 어머니인 엘리너에게 시원하게 퍼붓던 그 대사는 당분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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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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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허 SF소설추천 영원을향하여 서평 반타 출간


이번에 읽은 책은 안톤 허의 영원을 향하여.


아직은 작가보다는 번역가로 더 유명한데 이 소설 영원을 향하여로 인해 작가로도 유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특이한 점은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번역했는데 이 소설 'toward eternity'는 정보라 작가가 한글로 번역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안톤허, 허정범이라는 한국인 작가에 의해, 한국에서(그것도 지하철에서) 영어로 씌여진 뒤 한글로 번역되었다는 점이다. 안톤 허 작가는 번역을 맡을 만큼 한국어가 어색하지도 않을텐데 영어로 소설을 썼다는 점이 놀라웠는데, 이 모든것이 그의 어린시절 꿈인 영문 소설가가 되기 위한 열정과 노력이라는 사실에 감탄만 나온다.


최근에 읽은 책이 한국인이 한국에서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사람들만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호러미스터리소설이었는데 문학은 정말 다양하게 다가온다는 점 또한 느껴졌다.


안톤 허의 영원을 향하여는 얼핏 느끼기에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묻는 소설처럼 느껴진다. 가까운 미래, 나노기술이 대부분의 질병을 극복하고 인간의 몸을 나노봇으로 대체하면서, 사실상 죽지 않는 삶이 가능해진다. 연구소의 환자 한용훈은 시를 이해하도록 인공지능 파닛을 가르친다. 한용훈은 어느 날 갑자기 공중에서 분해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과연 돌아온 존재가 진짜 용훈인가에 대한 의문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어린 시절 순간이동을 하는 만화나 영화를 보며 그런 의문을 느낀 적이 있다. 내가 이 곳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다시 나타난다면 새로 나타난 나는 내가 아니라 나랑 똑같은 복제인간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었다. 이 소설 속에서도 비슷한 의문을 더 본질적으로 묻고 있었다.


이후 파닛의 의식은 안드로이드 몸으로 옮겨지고,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세상에 등장한다.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의 기록 형식으로 전개되며,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조금 헷갈리기 쉽다. 이 소설은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인물들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주제를 드러내며, 읽는 사람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AI가 시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과정이다. 언어와 감정이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 믿어왔던 생각이 흔들리며,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다움은 무엇으로 남을 수 있을까. 신체가 아닌 기억, 감정, 언어가 진짜 인간의 본질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이 복제된 존재에게도 해당될 수 있을까.


소설은 이런 질문들을 빠르게 던지기보다, 천천히 느긋하게 고민해볼 수 있게  만든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 않다. 여러 인물의 시점을 따라가야 하고, 시간의 흐름도 순차적이지 않아 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각 인물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든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소설은 ‘영원’이라는 말에 담긴 무게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이 영원하다는 건 축복이 아니라 고독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다. 나 또한 최근 느끼고 있는 점이지만 영원하다는 것은 혼자 남겨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경험과 함께 남겨진 이들의 무게감이 더 가슴깊게 다가오며, 용훈처럼 존재의 본질을 알 수 없더라도 말 그대로 뿅 하고 누군가가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


이야기는 처음에는 SF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문학과 철학에 가까운 이야기다. 읽고 난 후에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감정, 시, 사랑 같은 것들이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영원을 향하여는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오히려 굉장히 심오하고 어렵지만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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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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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구시키 리우 작가의 신작, 소년농성으로 새빨간 표지에 총을 든 소년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먼저 작가 구시키 리우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국내 출간된 작품이 사형에 이르는 병과 tiger로 이번 소년농성이 세번째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이다.

나는 세 작품을 모두 읽어보았고 그 중 소년농성이 단연 이 작가의 고점이라 생각하게 되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접하게 된 제대로 된 찐 사회파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구시키리우의 소년 농성은 온천마을 거리라는 무대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지방의 온천 거리라는 배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의 온천 마을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작용하는데, 그야말로 전국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숨어 음지의 일을 하며 가난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그렇기때문에 자식에게 밥을 챙겨주는 당연한 일을 하는 부모가 오히려 눈에 띄고 대부분은 방임, 심하면 학대가 일상이다. 몰래 흘러들어와 음지에서 살아가다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곳이 일상인 지방 온천 거리에서 쓰카사는 부모로부터 밥조차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린이식당을 운영하며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동복지를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그의 내면에는 아주 오래전 지키지 못했던 어린시절의 친구 리리코에 대한 속죄가 담겨있다.


나름의 규칙으로 흘러가던 온천마을에서 심하게 폭행당한 소년의 시체가 발견되고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 마세 도마가 경찰을 찌르고 탈취한 총을 들고 동료 게이타로와 함께 쓰카사가 운영하는 어린이식당을 점거하며 인질극을 벌이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소년 마세 도마의 요구는 단 하나, 진짜 범인을 밝혀낸 후 자신에게 사과할 것.


여기서부터 어이가 없어지는데, 보통 이런 포지션의 소년이라면 스스로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피해자 이미지가 강한데반해 마세 도마는 저지른 죄와 입에서 나오는 말 모두가 인간 쓰레기 그 자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정말 이 녀석이 죽인게 아니란 말인가 하는 의심이 계속해서 들 정도.

거기에 왠지모르게 본능적이며 잔인한 도마와 쓰카사의 신경전에 제한된 인질수와 제한덴 총알수까지 얽히며 스릴러 장르의 재미는 배가 된다.





잔인하게 소년을 학대한 살인마는 누구인가.


무관심과 학대가 키운 괴물 마세 도마는 무엇인가.


사라진 리리코는 어떻게 되었을까.




"......저는 여기 도로코베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압니다. 아이를 소모품 이하로밖에 보지 않는 인간들이 분명 있어요. 그들에게 아이는 관계를 하면 멋대로 생겨나는 여드름 정도의 존재에 불과하죠. 거기에 생명의 존엄성이니 인권이니 하는 감각은 없습니다." 232P



아이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 어른처럼 체면을 차리지도 않는다. 그들은 때때로 잔혹해진다. 심술궂게 굴기도 하고 난폭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심각한 악의는 없다. 대개는.

'그래, 대개는.' 370P





다양한 의문점들을 안고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아동방치와 학대, 공무원들의 무관심과 경찰행정의 무능력함과 안일함 등 다양한 사회파 미스터리다운 주제들을 선보이며 진행되다 결국은 미스터리 소설의 가장 큰 재미라고 볼 수 있는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주는 재미로 끝을 맺는다.


무더운 여름 읽는 내내 등골 서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구시키리우 작가의 소년농성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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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장미의 초대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도희 지음 / 씨큐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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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 흑장미의 초대 는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낸 작품이다. 사실 누구나 아는 동화는 아니고 거의 대부분은 접해본 동화들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뒤틀어 새로운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의 작가 도희는 이 책에서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테마 아래, 동서양의 전통 동화 11편을 뒤틀어 어둡고 욕망 어린 이야기로 다시 써낸다. 미녀와 야수, 백조왕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같은 서양의 대표적인 동화부터 흥부와 놀부,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같은 우리나라의 전래동화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새롭게 표현했다.

부끄럽게도 책을 꽤 많이 읽어왔지만 요린데와 요링겔은 잔혹동화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서구권의 동화의 원형을 크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원작을 찾아보진 않았지만 요링겔이 마녀에게 요린데를 납치당하고 지혜와 꾀를 써서 마녀로부터 요린데를 구출하는 내용이아닐까. 하지만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 흑장미의 초대는 다르다.

연인이 납치당하고 그 짧은 시간을 요링겔은 버티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너무도 비인간적이지만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단순한 현실을 넘어 잔혹동화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끔찍'한 결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기존 동화에서는 미덕과 순결을 강조했지만, 이 책에서는 각 인물들이 억눌렀던 욕망을 드러내며, 우리가 익히 알던 캐릭터들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그까짓 아내, 하나도 안 부럽다. 이래 되도 나는 비혼주의자라고!"

-중략-

폭포 옆에는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는 선녀 넷이 있었다. 하나는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내린 귀여운 선녀요, 하나는 머리를 가지런히 반만 묶어 정리한 청순가련형이요, 하나는 머리를 풀어 늘어뜨린 섹시한 선녀였다. P122



예를 들어 하필 네명의 선녀 중 근육질 선녀와 비혼주의자 나뭇꾼의 이야기나, 백조왕자와 사랑에 빠진 왕자의 서사처럼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관계와 감정을 다루며, 단순히 '다른 시선'이 아닌 새로운 ‘현실’을 제시한다. 단순한 19금에 걸맞는 자극적인 남녀간의 장면을 넘어 lgbt까지 넘나든다.


흑장미의 초대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단순한 파격이 아닌, 기존 동화 속 인물들의 억눌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야기의 틀을 빌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질문을 던지고, 정답 없는 감정과 관계 속에 독자를 초대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화들이 어린아이들에게 권선징악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이제 현실에 직면해 권선징악은 그저 일어나면 행복해지지만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는 잔혹한 현실을 깨달은 성인들에게 이에 걸맞는 새로운 결말을 제시한다.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는 마녀에게 분명히 개인적인 잘못을 저지르지만 마녀는 복수로 성내 모든 주민을 무차별하게 학살하는 연쇄살인마를 넘어 대량테러범에 가까운 행위를 벌이지만 오히려 권선징악은 커녕 마녀는 악행만 저지르고 이야기에서 퇴장해버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미녀 벨과 야수의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미녀와 야수의 공식 미녀 벨 조차 마녀보다는 외모가 떨어지게 표현되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얼마나 ‘착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착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빠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닌 그저 착함에 매몰당하지 않고 조금쯤은 자신에게 솔직해도 된다는 점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 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내 안의 욕망과 감정도 조용히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제목에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라고 써져 있어 그 누구도 단순한 동화를 기대하며 이 책을 펼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페이지부터 등장하는 왕자와 마녀의 농밀한 정사장면은 분명 큰 각오를 하고 책을 펼쳐야 하게 만든다.



"임신하셨군요."

왕자의 웃음은 더욱 간사해졌고, 검지 손가락을 입술 위로 세우며 속삭이듯 말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P100




동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현실의 민낯을 마주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왕자는 잠자는 공주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공주가 왕 몰래 임신한 사실을 이용해 협박하기 까지 한다.


왕은 의자에 푹 기대앉은 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공주를 흘깃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뚱뚱하고 못생긴 것이 사형시켜도 괜찮을 듯싶었다. P59



또 외모 지상 주의는 얼마나 심한지 그냥 뚱뚱하고 못생기면 사형시켜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왕도 등장한다.

착한 이야기만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충격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짜’ 이야기와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은 훌륭한 초대장이 되어 줄 것이다.


색다른 분위기의 동화 비틀기를 접하고 싶다면 도희 작가의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 흑장미의 초대를 추천드린다.


#도파민 #고자극 #로맨스릴러 #씨큐브 #클리셰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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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닿는 거리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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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달빛이 닿는 거리를 읽었습니다.

제게는 어리석은 자의 독과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에 이어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세번째 작품이었는데요.

이전 작품들과 분위기는 비슷하면서 결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소설은 각박하고 무섭기만한, 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내내 따뜻합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두 남녀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그린 게이블스를 중심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과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한 뒤 집에서 쫓겨난 여고생 미유의 이야기가 얽히며 작가는 미혼모, 아동 학대, 가난, 위탁 가정,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종류의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형태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진짜 가족, 사랑으로 맺어진 혈연보다 더 깊은 가족에 대해 묻습니다.


가메이는 고개를 들어 아키라를 봤다.

"있지, 아키라. 가족이란 게 대체 뭘까?"

무너진 가정에서 도망쳐 나온 가메이의 너무도 솔직한 질문, 하지만 그 질문에는 아키라도 답을 할 수 없었다. 169페이지


소설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등장합니다.

불우한 과거를 딛고 이제는 남을 돕는 삶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지사와 아키라, 가나코는 남는 여유로 타인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불행과 고난 속 스스로도 없는 여유를 짜내가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있습니다. 이런 희생을 바탕으로 한 선행은 또다른 선행을 만드는 선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사미마코토 작가는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소년 소녀들, 우리에겐 비행청소년이자 불량청소년들인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보살피고 이해해야될 존재로 위로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조금의 관심을 통해 이들을 돕고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이 소년 소녀들의 삶은 조금씩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나니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하시모토와 아키라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달빛이란 의미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하시모토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돌을 맞이하는 제 딸이 살아갈 세상이 항상 밝지만은 않더라도 달빛은 항상 닿는 거리이길 바라며, 나도 어려운 누군가에겐 달빛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우사미 마코토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잘 느껴졌던 독특한 일본 미스터리소설, 달빛이 닿는 거리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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