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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티처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5월
평점 :
프리다맥파든 신작 미스터리소설 더티처 서평 해피북스투유 출간

프리다 맥파든의 신작 '더 티처'를 드디어 다 읽었다. 책장을 펼친지 6시간만에 470p의 두툼한 분량을 정신없이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작가의 전작인 '하우스메이드'시리즈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신작도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집어 들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말 그대로 미친 몰입감이었다. 이 작가는 정말 내가 어느 타이밍에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 하는지, 어디서 끊어야 감질나게 만드는지를 기가 막히게 아는 것 같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길 만한 요소들이 꽉 차 있는 작품이었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정말 미친 듯한 속도감이다. 소설은 주인공 이브와 학생인 애디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는데, 각 챕터의 분량이 정말 짧다. 짧으면 3페이지 정도로 금방금방 넘어가니까 지루함을 느낄 틈이 전혀 없다. 보통 소설을 읽다 보면 서술이 길어지거나 묘사가 너무 장황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구간이 한 번쯤은 나오기 마련인데, '더 티처'는 그런 쉬어가는 구간이 거의 없다. 한 호흡으로 쭉 밀고 나가는 힘이 대단하다.
특히 읽으면서 정말 감탄했던 건 장면 전환의 연출이었다. 전작이 영화화되었을 때도 느꼈지만, 프리다 맥파든은 글을 쓸 때 영상적인 감각을 아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브가 어떤 공간에서 물건을 몰래 훔치다가 갑자기 도난 경보음이 울리는 장면이 있다. 그때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이브의 얼굴이 화면 가득 줌인 되면서 챕터가 딱 끝나고, 바로 다음 애디 파트로 넘어가는,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영상이 재생되는 묘사가 좋았다. 그런 연출 덕분에 책을 읽는 게 아니라 한 편의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넷플릭스 시리즈를 감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스토리 면에서도 미스터리 장르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 프리다 맥파든의 소설을 읽다 보면 항상 겪게 되는 혼란이 있는데, 바로 '누가 진짜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를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등장인물들을 접했을 때는 '아, 이 사람이 피해자고 저 사람은 가해자구나' 혹은 '이 사람은 착한 사람이고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네'라고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판단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처음엔 학교에서 억울한 스캔들에 휘말린 애디가 불쌍해 보였다가도, 어느 순간 그녀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면 '이거이거 정상이 아니구만'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평범하고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 같은 교사 이브도 사실은 남모를 도벽과 불안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그녀를 의심하게 된다. 이렇게 캐릭터에 대한 감상이 계속해서 바뀌는 게 이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재미였다. 내가 믿었던 진실이 뒤집히고, 내가 응원하던 인물이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의 그 짜릿함은 프리다 맥파든 표 미스터리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권 같다.
작품 속에 깔아둔 여러 가지 장치들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스쳐가는 배역이지만 이브의 부모님 캐릭터다. 보통의 부모라면 딸의 결혼을 축하하거나 손주를 빨리 보고 싶어 할 텐데, 이브의 부모님은 남편 네이트를 탐탁치 않게 여기며 아기도 원치 않는다. 이런 독특한 설정들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미스터리를 강화하는 복선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역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반전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전개였다. 이제 다 알겠다 싶을 때 여지없이 뒤통수를 친다. 특히 마지막 한 페이지의 임팩트가 정말 강력했다. 정말 마지막 한 페이지를 읽으면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이야기가 다시 한번 재생되며 '아...' 하는 한숨과 함께 그 때 그랬더라면 하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무조건 만족할 거라고 확신한다. 누가 문제일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 나름대로 추리하며 읽어봤지만 나는 이번에도 작가와의 대결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그 패배감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소설이었다.
반전 소설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프리다 맥파든의 더 티처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