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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구스다교스케의 고전추리소설 '언제 살해당할까'로 그야말로 고전걸작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먼저 이 소설의 작가인 구스다 교스케부터가 1903년생으로 까마득한 과거의 인물이며 추리소설 업계에서는 전설 그 자체인 에도가와 란포에게 '트릭의 발명가'로 인정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를 안할수가 없었다.
노란색 표지에 귀여운 분홍유령이 그려진 앙증맞은 표지와 이 작품은 꽤나 잘 어울린다. 추리소설로는 파격적인 표지 디자인인것 같은데 소설을 읽으며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 감탄했다.
소설 '언제 살해당할까'는 잘 나가는 소설가인 쓰노다가 당뇨병으로 기묘한 병실에 입원하며 시작된다. 급하게 입원한 터라 모두가 기피하는 병실에 입원한 쓰노다는 병실에서 여러 수상쩍은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고 곧 그가 입원했던 병실이 무려 한화로 치면 7억이 넘는 돈을 횡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연인이 마지막으로 입원했던 병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작 중 표현으로 당시 간호사들의 월급이 만오천엔이라고 하니 현재 물가로 계산해보면 140억 정도의 거액인 셈.
심지어 이 병실에서는 유령도 종종 출몰하고 있지만 쓰노다는 이 모든 것이 누군가가 유령으로 위장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횡령금을 찾기 위해 누군가가 병원을 뒤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역시 반쯤은 재미로 이 사건에 뛰어든다.
재미있는 점은 추리의 물리적인 방식이다. 병원에 입원해 거동이 불편한 쓰노다는 간단한 수사는 아내 에쓰코에게 맡기고, 본격적인 수사는 오랜 친구이자 경찰인 이시게에게 부탁하며 안락의자탐정으로 활약하게 된다.
여기서 쓰노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이시게 역시 단순히 보조 역할로만 표현되지 않고 쓰노다 못지 않은 추리력을 가진 베테랑 형사로서 독자적인 추리, 수사를 진행하며 이 소설을 단순한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아닌 경찰추리소설로서의 재미를 더해준다.
서평의 초반부에 이 책의 표지와 책의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고 표현했었는데, 이 세 등장인물들의 수사는 너무 무겁지 않고 오히려 사건의 중함에 비해 가볍고 경쾌한 대화들로 전개되어 '소년탐정 김전일'의 초반에는 가볍고 유머러스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무겁고 어두워지는 전개가 생각나기도 했다. 병실 벽에 쓰여진 낙서들은 은근 피식하게 웃게 만드는 요소였다.
무엇보다 1950년대에 쓰여진 이 작품은 읽는 것 만으로 고전 명작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한 껏 뽐내는데, 작 중 전보로 연락을 주고 받거나 아직은 발달되지 않은 과학수사 기법등은 그 시대를 직접 살아간 작가만이 줄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을 더한다. 톰캣 출판사의 이전 출간작인 범선 군함의 살인이 추리 요소 이외에도 군함에서의 생활이라는 추가적인 재미요소를 잘 살렸었는데 이번에는 당시의 시대상이 또 다른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치밀한 복선과 직접 노트를 펼쳐놓고 적어가며 생각하게 만드는 여러 알리바이 요소들에 지극히 실현가능하며 현실적인 트릭까지 더해져 고전 명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던 작품 '언제 살해당할까'를 일본 추리소설의 팬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명작으로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