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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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정지윤 작가의 연작소설집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로 굉장히, 정말 정말 독특하고 인상깊은 작품이었다.


캠퍼스 스릴러라는 소개처럼 이 연작소설집에 수록된 여섯개의 작품은 모두 S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이 대학을 무대로 펼쳐진다고 해서, 심지어 첫 단편작품 '거짓말쟁이 고양이 보고서'가 교수의 고양이를 잃어버린 대학원생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생존기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나 소시민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절대 그런 분위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는 굉장히 어둡고 흉악해서 S대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방화도 일어나며 교내에서 마약조직들간의 투쟁도 벌어지며 중국의 흑사회에서 보낸 킬러까지 등장한다. 심지어 사이비 종교에 테러단체까지 S대와 얽혀있으며 온 몸을 조각조각내는 연쇄살인마도 존재한다.

어찌보면 이 S대는 허울만 대학교일뿐 거대한 고담시처럼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


이 작품의 세계관 역시 독특하다. 관악에 위치한 S대라고 하면 누구나 아, 서울대를 S대라고 표기했구나 싶을텐데 소설을 읽다보면 삼성은 S사가 아니라 그대로 삼성으로 표기한다. 왜 그럴까 싶을 때 놀라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진다. 이 세계관에서 S대는 말 그대로 S대로, 서울대가 외국계 거대 자본에 의해 장악당한 후 추가로 몇몇 대학들을 더 잡아먹고 거대해진 악의와 범죄로 가득찬 작은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로 충분히 재미있었던 이유는 각각의 단편이 그 단편에서 끝나지 않고 연작단편집으로 거대한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며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다는데 있었다.

작 중 에피소드들은 등장인물들을 공유하며 저마다 의미심장하게 '좋은 친구'라는 의문의 누군가를 언급하는데 결국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던져놓았던 떡밥들을 회수하며 장르적 쾌감과 함께 도파민 넘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추리에 SF를 버무린, 기괴하고 독특한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피냄새나는 캠퍼스 스릴러 소설 '악당은 모두 토요일에 죽는다'를 도파민을 찾아, 재미를 찾아 어느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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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요기 허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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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요기 허 작가의 세렌디피티로 아프로스미디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작품은 232페이지로 부담없이 읽기 좋은 분량이었다.

소설 세렌디피티의 제목은 작 중 데이팅 앱의 이름과 같다. 의도치 않거나 우연히 얻은 좋은 경험이란 뜻 답게 데이팅 어플 세렌디피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 세계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글로벌 데이팅 앱이다.

20년차 중년의 임상 심리 전문의 심동만이 미연의 추천으로 이 어플을 설치하게 되고 심지어 꿈에 그리던 이상형과 매칭되게 되며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이혼과 스틸씨병이라는 희귀병으로 황폐화되어가던 그녀의 삶은 파병 미군 '케니'와의 어플채팅을 통해 핑크빛 가득한 아름다운 삶으로 변해간다.

문제는 그녀가 젊은 수련의 미연의 사진을 도용했다는 것. 심지어 케니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약간은 위태위태한 어플을 통한 만남이 이어지던 중 케니가 게릴라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동만은 실제로 얼굴한번 본 적 없는 케니를 구하기 위해 거금 50만 달러를 들고 태국으로 향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요기 허 작가의 작품 세렌디피티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술술 읽히는 가독성을 첫째로 추천할 것 같다. 어플을 통해 주고받는 대화를 바탕으로 동만의 내면 표현은 정말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 처럼 세밀하고 리얼하게 표현된다. 부풀림없이 건조한 듯한 문체는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읽는 맛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추리, 스릴러 소설로서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도파민 넘치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도 개인적으로는 인상깊게 다가왔다.

최근 공중파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는 캄보디아로 대변되는 동남아 무법지대 역시 작중에 주요소재로 사용되어 현실적인 피부로 와닿는 공포를 선사한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랑을 위해 모든 삶을 걸고 위험천만한 태국으로 떠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세렌디피티를 국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팬들에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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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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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은 읽는 내내 “아, 이 말 누군가에게서 꼭 한 번은 듣고 싶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화려한 위로나 거창한 교훈 대신,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조용히 건네는 말들이 페이지마다 차곡차곡 쌓여 있다. 수정빛 작가는 말한다.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은 특별한 성공이나 극적인 반전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주고받는 다정한 말 한마디라고.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다정함을 대하는 태도였다. 작가는 다정함을 연약한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견디게 하는 가장 단단한 힘으로 바라본다. '살아 낼수록 이번 생은 꼭 행복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는 문장은, 불행 앞에서 무너지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음의 자세를 또렷하게 보여 준다. 이 오기는 공격적이거나 독한 의지가 아니라,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다짐에 가깝다.


또한 이 책은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이 곧 나를 대하는 태도와 닿아 있음을 반복해서 상기시킨다. '나를 사랑하듯 남을 한 번 더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듯 나를 더 사랑하고 싶다'는 구절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아 온 사람에게 특히 깊이 스며든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행동한다. 이 문장은 그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에 대한 정의 역시 인상 깊다. 작가는 사랑을 감정의 고조나 설렘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상대의 마음도 살피는, 이 말도 안 되는 어려움을 안고서라도 기어코 함께하겠다는 투박한 의지가 사랑이라는 말은, 관계를 지켜 내는 일이 얼마나 성실한 선택의 연속인지를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 속 사랑은 달콤하기보다 현실적이고, 아름답기보다 진득하다.


무엇보다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조용히 건네는 책이다. '당신의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슬픔을 겪었으니, 아주 먼 인연도 인연이라고'라는 문장은, 책을 읽는 독자와 저자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다. 나만 이런 마음을 겪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삶과 이별, 관계의 끝에 대한 문장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이별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 그저 인연의 끈이 여기까지였음을 알리는 위무의 시간'이라는 문장은 이별을 미워하지 않게 만든다. 상처를 남긴 관계마저도 함부로 부정하지 않고, 그 시간의 의미를 지켜 주려는 태도가 이 책 전체에 흐른다.


이 책을 덮으며 깨닫게 된다. 나를 살린 것은 늘 거창한 말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해'라는 아주 평범한 문장이었다는 것을. 다정한 말은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 않지만, 무너질 듯한 하루를 견디게 한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결국 삶을 만든다.


'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은 힘내라는 말에 지친 사람, 스스로에게 너무 냉정해진 사람, 그리고 여전히 다정함을 믿고 싶은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내 곁에서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오늘을 붙잡아 주는 다정한 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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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일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작은콩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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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설은일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설익은 인생 성장기'.

에세이와 인스타툰으로 구성된 얼핏보면 귀여워보이는 그림의 이 책은 ‘아픔’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게 만든다. 이 책은 자가 면역 질환인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저자 작은콩이 20대부터 30대에 이르기까지 병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담담한 만화와 글로 풀어낸 기록이자, 동시에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장기다. 흔히 투병기는 고통과 극복에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설은일기는 끝내 ‘이겨냄’보다 ‘함께 살아감’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극복보다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책 속 저자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 더 버티면, 반드시 원하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20대의 ‘노력 중독’은 오늘날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날아든 희귀병 진단서 한 장은 그 믿음을 송두리째 흔든다. 이전까지 미덕이었던 성실함과 인내가 오히려 자신을 해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은 읽는 내내 씁쓸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공감이 커서 뒤이어 따라오는 위로도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할 아픔이 있다’는 메시지다. 교통약자배려석 에피소드는 이 사회가 얼마나 쉽게 타인의 고통을 재단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이지 않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오해와 시선을 감당하며 살아가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그 시선은 결코 공격적이지 않고, 오히려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또한 이 책은 병 이야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부모 세대와의 관계, 커리어에 대한 불안, 뒤처지는 것 같다는 초조함,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막연한 압박까지, 2030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설익은’ 삶이라는 표현처럼,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불안하지만 그렇기에 계속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전해진다. 지나고 보면 서른이란 나이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이도 더 지나고 보면 똑같지 않을까 싶어 괜히 위로받는 기분을 한번 더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설은일기가 주는 가장 큰 위로는 “지금의 나도 충분히 괜찮다”는 인정이다. 더 빨리 가지 않아도, 남들만큼 성취하지 못해도, 아픈 몸으로 느리게 가더라도 삶은 여전히 의미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삶으로 증명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나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조금은 다정해져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이라면, 설은일기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쉼터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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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재판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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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도진기 작가의 4의 재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 미스터리 소설인 정신자살의 작가로 무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퇴직 후 현재는 변호사로 개업하신 분이다.

흔히들 추리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대결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아무래도 여러 작중 장치들을 통해 속고 속이는 장르이다보니 얼마나 시원하게 속아넘어갔냐가 작품의 재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확실히 똑똑한 작가가 쓴 작품이 속는 맛이 일품인 것 같다.


이번 작품도 그랬다.


4의 재판은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스포가 될까 걱정되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책을 덮은 후 제목을 보면 머리가 띵 해지는 충격과 함께 '아, 그래서!'하고 감탄하게 된다.


소설 4의 재판은 해외에서 증거없이 살해당한 채 유골로 돌아온 지훈의 약혼녀 선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지훈과 함께 여행을 떠난 양길이 범인이라는 것을 이미 소설의 시작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는 양길이 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 정의구현의 철퇴에 얻어맞기를 간절히 바라며 법정싸움에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이 독특했던 점은 법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에 있었다. 국내에서는 캄보디아 만삭 아내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비롯해 다양한 판례를 예로 들어 법적 쟁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심지어 미국의 O.J 심슨 사건까지 작중 변호사의 입을 빌어 설명된다.

작품 속 등장하는 법조인들의 설명은 단순히 판례해석에만 그치지 않고 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또한 표현한다.

법의 원리원칙성을 믿고 주장하던 장인규 변호사와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차이를 비롯한 법을 집행하는 인간에 대한 날 선 비판적 시각을 가진 서찬휴 변호사까지, 작가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질문을 던진다.


작중 중립적으로 보이는 판사의 모습은 피해자의 편에 몰입한 독자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감정이 없는 재판기계처럼 느껴져 답답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차라리 '신호등'같은 재판기계가 등장하는 편이 낫겠다 싶기도 하다.

작품의 후반부, 판사의 짜증이 어디를 향하는지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선재의 모습은 진지한 장면이지만 실소가 나오는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법조인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 살린 법정물이다. 형사재판으로 시작해 민사재판에 이르기까지 법으로 싸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미스터리소설의 옷을 입고 실감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단순하고 뻔한, 결말이 정해진 그런 법정드라마가 아닌 이 소설이 끝내주는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로 완성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의 반전까지 훌륭했던 도진기 작가의 4의 재판을 추천드린다.


아마도 변호사이자 추리소설작가인 도진기 작가의 정체성을 담아낸 최고의 결말이 아니었을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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