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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8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된 신간, 패자의 고백.
기만의 살의와 귀축의 집, 단 두 작품만으로 믿고 보는 작가가 되어버린 미키 아키코의 새로운 작품이다.
귀축의 집에서도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다양한 등장인물과의 대담을 통해 조금씩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번 작품 패자의 고백에서도 그 방식은 이어진다.
아무래도 가장 잘하는 방식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사건의 진상이 주는 반전까지 드러내는 미키 아키코 특유의 방식은 여전히 효과적이다.
소설 패자의 고백은 한 별장에서 아내와 아들이 추락으로 사망하며, 두 사람이 죽기 전 남편이자 아버지로부터 목숨을 위협받고 있었다는 수기가 공개되며 시작한다.
남편이자 아버지인 히로키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능력있고 법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변호사 무쓰기 레이를 통해 사건의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무엇보다 서평의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오직 인터뷰와 수기로만 진행된다는 점이 몹시 인상적이다.
초반에 공개되는 사망한 아내과 아들의 편지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무쓰기레이가 히로키를 변호하기 위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히로키 가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등장인물의 인터뷰가 하나씩 진행됨에 따라 어떤 이야기가 진짜고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끊임없이 헷갈리게 되고 결국 이 부분이 결말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반전이 주는 재미까지 이어지게 된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미스터리 소설은 긴가민가류 혹은 이지선다, 양자택일류로 분류해 영화든 소설이든 가장 몰입하며 애정해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클로버필드와 애프터라이프, 혹은 나를 찾아줘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소설 패자의 고백 역시 나를 찾아줘와 마찬가지로 아내를 죽인 자가 남편인지 아닌지에 모든 이야기가 걸려 있는데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지만 어쩌면 이렇게 모든 복선이 딱딱 맞아 떨어지며 깔끔하게 결론이 나는지, 이 놀라움은 기만의 살의에서 느꼈던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초반부의 최근에 나오는 다른 소설들의 자극적인 전개에 비하면 약간 평온하고 심심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간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쌓아왔던 신뢰덕분에 충분히 매력적인 결말이 기다릴 것이라 확신하고 읽을 수 있었고 미키 아키코는 절대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문체는 고풍스럽고 전개는 고급스러우면서 이야기의 완성도와 반전이 주는 충격은 다시 생각해도 등골 따라 도파민이 쭉 올라오는 작품 패자의 고백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무엇보다 이 작가, 변호사로서 30년간 일한 그 신념과 철학이 작품에 묻어나서 특히 더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겪은 두 사람이 정반대의 사실을 말하면서 제삼자의 판단을 구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재판이란 참 이상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진실은 정작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판사에게 결론을 지어달라고 맡기는 셈입니다. -중략- 사실은 두 사람 모두 거짓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형사 재판에 무승부는 없습니다. 어느 쪽이 승자가 되든 반드시 판결은 나옵니다.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