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자매 편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이노우에 마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노트 이노우에마기 일상미스터리소설 자매편 서평 북스피어출간


일본의 복면작가 이노우에 마기의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노트 형제편에 이어 자매편까지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형제편을 먼저보고 자매편을 읽었는데 자매편의 띠지에 적힌 방식에 따르면 저는 오후 3시에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고, 비가 오면 우산을 사는 대신 맞으며 뛰어가고 운전면허가 있는! 자매편 부터 읽는 게 더 적합한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형제편과 다르게 자매편은 세편의 에피소드의 제목부터가 독특합니다.


벚꽃 유령과 세퍼드 파이, 보석 도둑과 행복한 왕자 처럼 비교적 직관적이었던 형제편의 제목에 비해 자매편은 그러므로 쓰쿠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쓰쿠네는 떠넘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쓰쿠네는 걱정하지 않는다로 쓰쿠네로 점철된 소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닭꼬치구이와 발음이 같은 쓰쿠네는 놀랍게도 닭꼬치구이집의 세 자매 중 둘째 딸의 이름입니다. 형제 편에서 계속해서 언급되던 닭꼬치구이집의 세자매가 이번 편의 주인공들이네요.


첫번째 사건도 병렬추리방식이 무척 새로웠는데요. 형제편에서 료타가 목격했던 닭꼬치에 찔려 사망한 사건의 동승자로 세 자매중 첫째인 사사미가 의심받으며 자매들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형제편에서는 이야기의 배경처럼 흘러갔던 사망자의 신원이 자매편에서는 사사미의 직장 악덕 상사로 등장하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이노우에 마기가 추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미스터리소설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형제와 자매는 서로의 환경이 다른 만큼 같은 단서에서 다른 추리를 이끌어가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직접적으로 언급은 할 수 없지만 운전자의 목에 찔린 닭꼬치를 볼 때도 형제는 남아있는 닭고기의 개수를, 자매는 닭고기의 종류가 소금구이가 아니라 양념구이라는 점에 착안합니다.


특히나 미스터리 요소 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소개하자면


"오노 씨가 농땡이를 부릴 작정이었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 우리 회사는 스마트폰 GPS로 영업사원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거든. 제법 빡빡하게 굴어."

그런 회사는 싫은데. 쓰쿠네는 그만 우울해졌지만, 요즘 시대에 그런 감시 체제는 보통인 걸까.66p


포켓몬Go를 할 때 사용하는 페이크GPS를 잘 활용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우울해하는 쓰쿠네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장면이었거든요.


사람이 딱 한명 죽어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읽고 있으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이야기의 전개도 일품입니다. 무엇보다 사용한 닭꼬치를 씻고 있는 사사미를 보고 식자재를 재사용하는 줄 알고 좌절하는 세 자매의 막내 모모를 보면 형제편과 다른 의미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하나의 사건에 두개의 추리가 존재 가능한 방식부터가 놀라웠는데요.

추리소설을 설계할 때 공학도의 방식을 사용한다는 이노우에 마기 작가의 인터뷰처럼 정교하게 설계되어 딱 필요한 만큼만 겹치는 추리의 논리가 매우 훌륭했습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을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밝혀져야 하는 진실이 달라지는 점 역시 매우 흥미로웠구요.

사진을 찍을 때 프레임 안에 넣는 구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 이 소설의 하나의 사건에 두개의 추리의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형제편에 이어 자매편까지 읽고 나면 괜히 아쉬워지는 팬들을 위한 특전 초단편까지 함께 동봉되어 즐길 수 있구요.


자매편을 다 읽고 나니 이미 앞서 읽은 형제편을 한 번 더 읽고 싶어지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미스터리소설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이노우에마기의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꼭 형제편 - 자매편 순으로 읽길 추천드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 형제 편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
이노우에 마기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제가 읽은 일본추리소설중 힐링미스터리 분야에서는 압도적으로 재미있었던 '아리아드네의 목소리'의 작가 이노우에 마기의 신작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를 읽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이 읽을 이야기는 어떤 사건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형제편과 자매편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어느 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으며 하나의 사건에 두개의 추리가 존재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병렬독서로 소설 속 에피소드를 번갈아 읽으면 새로운 독서체험을 할 수 있다고 추천하고 있는데다 먼저 읽어본 편집자의 Tip을 따라 형제편을 먼저 읽고 자매편을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취향껏 독서순서를 고르기 어려운 독자들을 위한 팁도 있었는데요, 순한맛 닭꼬치를 좋아하고 피아노학원보다는 미술학원에 더 관심이 있으며 복권에 당첨된 적이 있다면 형제 편 부터 읽으라는 띠지의 가이드도 있었구요.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노트 형제편은 긴나미 상점가 근처에 살고 있는 고구레 사형제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나면서 먹고 있던 닭꼬치에 목이 찔려 사망한 사건을 비롯해 서예부 전시물이 파손되는 사건과 기묘한 미식 투어와 도시전설이 얽혀들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진행됩니다.


그리고 고구레 형제들은 그 사건과 얽힌 진실을 본격미스터리 스타일의 추리로 선보입니다. 예를 들면 닭꼬치에 남아있는 닭고기 조각의 개수를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 피해자가 닭꼬치를 먹고 있었는지를 추리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형제편이 끝나며 고구레 형제들에게 필요한 사건은 깔끔하게 해결되지만 여전히 그 사건에 얽힌 밝혀지지 않은 진실은 남은 채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예를 들면 료타가 목격했다고 하는 보조석의 사람이나, 서예부에 남겨져 있던 우물정자가 가르키는 범인의 정체와 같은 것들이요.


아직 자매편을 읽지 않은 제게도 형제의 시점으로만 본 사건들 역시 본격미스터리의 대가 이노우에 마기의 작품 답게 충분히 재미있는 미스터리소설로 읽힙니다.

하지만 이미 해결 된 것 처럼 보이는 이 사건을 자매편으로 보면 어떤 다른 추리가 등장할지 기대하는 재미가 더 큰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딱 한 명, 죽어나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스트레스 없이 트릭과 추리를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일상 미스터리물이라는 점이 이 소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나의 사건, 두개의 추리'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형제편을 읽고 자매편을 안읽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작품 이노우에 마기의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를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진아 미스터리소설 진짜를만들수가없어서요 한끼출판사출간 서평


표지부터 독특한 소설 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를 읽었습니다.

위폐를 만든다는 소설의 소개와 찰떡같이 어울리는 지폐위조방지선이 소설책의 한 가운데 반짝거리게 표현되어 있었거든요.


작가님의 소설은 mymy이후 두번째로 접하게 되었는데 이번 소설 역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여운 가득한 결말로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소설 진짜를 만들수가 없어서요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여고생, 차경과 도희가 만나 친구가 되며 시작합니다.



미술에 대한 재능은 무척 뛰어나지만 부모가 부부사기단으로 갖은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사망한 후 할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는 차경과 어딜가도 돋보이는 외모에 부유한 부모를 가진 도희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관계지만 철없는 도희의 유혹에 차경은 넘어가게 되고 결국 위폐를 만들게됩니다.


그리고 범죄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둘의 관계는 도희가 해외로 유학을 떠나게 되며 막을 내립니다. 과거를 잊고 싶지만 도희에게 남은 증거물로 인해 불안해하며 살아가던 차경은 글로벌 기업 엔티 입사 면접대상이 되고 드디어 가난과 벗어나겠구나 싶을 때 과거의 그림자인 도희가 다시 등장하며 소설은 무척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강진아 작가의 소설 진짜를 만들수가 없어서요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등장인물이 평면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소설이 끝나고나서도 케릭터가 이해될 듯, 이해되지 않는 점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입니다.



얘는 어쩜 천식까지 있을까. 천식은 순정 만화 주인공들이나 걸리는 병인 줄 알았는데, 진짜 앓는 사람이 있구나. 22p


도희는 씨에 강세를 넣는구나. 그렇다면 사랑받고 자란 쪽이다. 그 욕을 내뱉을 때 앞 음절에 강세를 두는지, 뒤 음절에 강세를 두는지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차경만의 분류법에 따르면 말이다. -중략- 차경이 관찰한 바로는 하나의 그룹이 더 있었다. 두 음절에 다 강세를 두는. 그 쪽이 가장 불쌍한데, 사랑 자체가 뭔지 모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2~33p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표현들이 많았는데, 천식이라는 소재로 도희의 케릭터성을 표현하는 문장과 욕설의 강세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문장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소설의 내용이 가물가물해져도 선명하게 기억날 것 같습니다.


진짜를 만들 수 없어 가짜를 만들 수 밖에 없는 여성의 지독한 가난과 진짜와 가짜에 대한 이야기, 다 읽고 나면 두 음절 모두 강세를 두지 않는 그룹과 612의 진실이 궁금해 밤잠을 뒤척일 소설 '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를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 편지
설라리 젠틸 지음, 최주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설라리젠틸 심리미스터리소설 살인편지 서평 위즈덤하우스 출간



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로 출간된 미스터리 소설 살인편지를 읽었습니다.

살인편지의 저자인 설라리 젠틸은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활동중인 작가로 로울랜드 싱클레어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부터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모를 수 없는 거장 애거사 크리스티의 고전적인 플롯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는 소개에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소설 살인편지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보스턴 공공도서관 열람실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작가 프레디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세사람을 만나 친해지며 시작됩니다.

때맞춰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일련의 소동으로 마음이 맞는 친구가 된 네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지나 싶더니, 사실은 이들의 이야기가 작가 해나의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작 중 해나의 소설을 우리와 함께 읽는 또다른 인물 리오는 해나에게 편지를 보내 소설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않습니다. 호주와 미국의 표현 차이에 관한 조언을 비롯해 미스터리 소설의 팬들만이 할 수 있는 클리셰와 관련된 조언과 사건의 진상과 연관된 주요한 단서가 너무 빠르게 등장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해나의 작품 중간중간 편지지의 형식으로 아낌없이 조언합니다.

덕분에 저는 해나의 소설을 리오와 함께 읽는 듯한 메타픽션적인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리오가 소설 속에도 등장하며 소설과 현실의 벽이 한층 더 강하게 허물어지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그렇게 리오에 대해 친근감도 느껴질 때 쯤, 해나의 작 중 소설 밖에서 느낄 수 있는 왠지모를 싸함이 느껴집니다. 리오는 소설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며 소설에 도움이 되기 위해 실제 사람이 죽어있는 사진들을 참고자료로 보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독자들은 살인편지 속 해나의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진 프레디의 이야기와 해나와 리오간의 편지에 관한 이야기, 두가지 미스터리를 동시에 즐기며 어느새 서로 얽히고 얽혀 어느 것이 소설이고 어느 것이 소설 속의 소설인지 심지어 현실까지 뒤섞이는 환상적인 독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소설 살인편지는 여러가지로 신선하고 놀랍고 색다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독서경험을 선물하는데요.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하는 요소들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첫번째로 애거사크리스티의 플롯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말처럼,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인간 심리와 관계의 복잡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었다는 점을 꼽을수 있으며 두번째로 작가와 독자 그리고 등장인물 간의 경계를 허무는 페타픽션적 요소가 있습니다.

세번째로 작중 등장인물들의 재치넘치는 대사로 자칫 너무 무겁기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이야기의 밸런스 조절이 무척 뛰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메타픽션적인 구성을 위해 책의 패키징부터 엄청나게 신경을 쓴 것이 느껴졌는데요.


작 중 리오가 보낸 편지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띠지부터 책의 뒷표지를 확장시켜 앞 표지를 덮어 마치 편지봉투처럼 표현한 점, 편지 봉투에 남은 혈흔과 작 중 해나가 쓰고 있는 소설 제목 도서관의 여인이 찍힌 편지봉인씰까지, 제 3의 벽을 허물기 위한 위즈덤 하우스 출판사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여러 비슷비슷한 미스터리 추리 소설에 실증을 느껴 책태기가 온 분들께 완전히 새로운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독특하면서 완성도 높았던 소설, 설라리 젠틸의 살인편지를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서평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문학동네 출간 서평


나는 무척 많은 공포영화와 스릴러 영화를 보며 성장했습니다.

그 때 본 영화들은 항상 이상한 가면을 쓴 연쇄살인마가 등장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말 그대로 사람을 썰어버리는 슬래셔 무비에 가까웠습니다.

연쇄살인마들은 차례차례 사람을 죽인 후 가장 연약하고 아름다운 소녀를 마지막 먹잇감으로 아껴놓다가 되려 역으로 당해버리거나 혹은 놓쳐버리게 됩니다.


이 소설,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은 영화 할로윈의 로리 스트로드, 스크림 시리자의 시드니 프레스콧, 13일의 금요일의 앨리스와 같은 파이널 걸의 영화가 끝난 후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파이널 걸, Final Girl은 공포 영화에서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공포영화에서 미친 살인마는 괴짜, 운동광, 경찰을 다 해치우고 맨 마지막으로 한 소녀를 쫓습니다. 그 소녀는 이런 외딴 갬핑장에서 놀면 안된다고 친구들을 말렸던 인물이라고 소설은 말합니다.

사실 이 파이널 걸은 1980년대의 영화 연구자 캘러 J. 클로버가 가장 먼저 자신의 저서에서 이론화한 개념으로 최후의 생존자라는 개념에 더해 도덕적으로 순수하며 조심스러우며 친구들이 죽는 상황 속에서도 냉정하게 행동하며 지능적이며 상황파악이 빠르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영화가 진행될 수록 점점 강해져 후반부에는 살인마에 맞서 싸우거나 직접 죽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파이널 걸이 살아남으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살아남은 그녀는 인생을 계속해서 살아가야하며 그 일의 트라우마는 평생 잊혀지지 않습니다. 소설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의 여섯 파이널 걸들은 이제 나이가 50에 가까워지고 있는 아주 오래된 생존자들입니다.


여섯 생존자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 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니는 자급자족하는 낙향인이 되었고, 에이드리엔은 셀프헬프 활동에 빠져들었고, 메릴린은 결혼이란 구덩이에 머리를 묻어버리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고, 헤더는 약에 취했으며 줄리아는 활동가가 되었습니다.(p48) 그리고 주인공 리넷은 항상 권총을 지니고 다니고 주변 모든 사람들의 신발을 확인하고 누군가가 미행하는지 끊임없이 체크하는, 마치 특수비밀요원이 된 것 처럼 자신의 주위를 경계하고 또 경계하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은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의 여섯 생존자들은 또다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마로부터 생명을 위협받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소설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의 가장 독특했던 점은 중간 중간 챕터의 첫 페이지를 시작하는 검은 페이지였습니다.

각종 슬래셔 무비에 관한 기록이나, 실제 생존자들의 인터뷰 등이 리얼하게 부록처럼 첨부되어 있는데, 소설의 중반까지는 실제로 작가가 조사한 실제자료인줄 알고 '팬핸들 정육점 갈고리'라는 영화가 실제로 있는지 검색까지 해보았을 정도였거든요.




"많이 아파?"

"다리에 총 맞은 거? 내가 하반신 마비라서 묻는 거야? 그러면 안 아플 것 같아? 이렇게 해보면 어때, 리넷. 너도 네가 사용하지 않는 부위에 총을 맞아보는 거야. 이를테면 머리라든가." 371p


"리넷 타킹턴이 누구에요?"

장난하나?

"파이널 걸이요."

"그런 파이널 걸도 있었어?" 275p


이 작품이 무엇보다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혔던 이유는 중간중간 피와 살점이 튀기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와 은근 잘 어울리는 블랙유머 덕분이었습니다.


그렇게 피와 살육과 블랙유머가 조화롭게 섞인 스릴러 슬래셔 소설인줄만 알고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이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까지 보여줍니다.


초반에 기억나는 문장이 있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잘못으로 죽고, 여자는 단지 여자라서 죽는다구요.

그러면서 결국 살아남는 것은 파이널 걸이며, 앞서 사망한 여러 경찰과 정원사, 운동선수 들은 대부분 남자라는 것이 역설적으로 웃음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한 아이러니로 시작해 이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결말까지, 슬래셔 무비의 학살자들의 멍청한 동기는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며 순수 재미만으로도 역대급이었던 소설, 그래디 헨드릭스의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을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