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 예고 살인 사건
오카모토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읽은 책은 오카모토 요시키 작가의 전보 예고 살인 사건으로 '범선 군함의 살인' 이후 두번째로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전작인 범선군함의 살인이 18세기 말 영국 해군의 군함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갔었는데, 이번 작품인 전보 예고 살인 사건은 1872년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무대로 전개된다.

이쯤 되면 작가가 영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슬슬 감이 오는데, 영국 문화에 푹 빠진 진짜 덕후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작품이 얼마나 디테일하고 현실적일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요즘에는 단순한 반전과 트릭이 주는 재미를 넘어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작품에서도 전체적인 서사와 이를 뒷받침할 필력의 중요성을 매번 느끼고 있는데 특히 이 작품이 그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소설 전보예고살인사건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의 전신국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느 날 전신국의 국장이 음독 살해를 당한 채 시신으로 발견되고 경찰은 국장의 조카인 네이트를 단지 유산 상속자라는 이유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다.

작품 속 주인공은 로라라는 여성 전신수로 자신의 직업과 사랑에 빠진 남자를 지키기 위해 위험하고 스릴넘치는 사건을 파헤치기로 마음먹는다. 게다가 범행 특성상 용의자는 로라의 동료 직원들로 좁혀들게 되고 로라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살인은 또다른 살인과 함께 연쇄살인으로 확대되며 이 와중에 다음 범행대상을 예고하는 전보 살인 예고까지 도착하며 사건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져든다.

이 작품이 특히 좋았던 이유가 여럿 있었는데, 첫번째로 작품의 배경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점이었다. 전작 범선 군함의 살인 때도 여실히 느꼈었지만 이 작가는 무대의 배경을 낭비하지 않는다. 옛 영국의 전신국이라는 매력적인 무대를 단순한 트릭이나 반전을 위한 장치로 소모하지 않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서사를 위해 매력적으로 사용한다. 특히나 시대상을 반영한 여성 전신수의 삶에 대한 표현은 추리 소설을 떠나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장점은 작품 속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로도 이어지게 되는데 허당끼 있으면서도 사랑에만은 진심이었던 신참형사 '와일드'는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두번째 이유는 사건의 전개 방식이다. 특별한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고 사건에 휘말린 로라라는 일반인이 추리를 하는 과정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사고속도와 독자의 템포를 맞춰 한 층 더 읽는 맛을 살린다. 일상 생활 속에서 사건과 연관된 영감을 떠올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맛있는 아는 맛으로 다가온다. 마치 일본추리소설이 아닌 셜록홈즈와 같은 잘 쓰여진 고전을 읽는 느낌까지 더해진다.

거기에 주인공이 너무 평범해지지 않도록 전신수로서의 전문지식까지 더한 점은 한 층 더 케릭터에 입체적인 매력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우리가 줄여서 '추미스'라고 부르는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스릴러에 해당 할 미행 장면에 있었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서로 쫓고 쫓기는 미행을 그린 파트는 우리가 스릴러소설을 읽는 이유를 가장 잘 느끼게 해 주었다.


'중요한 건 진실미가 있어 보이는 가정이 아니다.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다.' p337

이제 나는 오카모토 요시키 작가의 겨우 두번째 작품을 읽었을 뿐인데 오래된 거장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써내려갈 작품들을 기대하며, 우리가 흔히 아는 익숙한 맛의 일본추리소설과는 궤를 달리하는 오카모토 요시키 작가의 '전보예고살인사건'을 미스터리소설의 독자들에게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청천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읽은 책은 '청천'으로 청미래 출판사의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가제본부터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는데 책 등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구조에 무심한듯 툭 붙여놓은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은 작가인 와카바야시 마사야스에 대한 소개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이 작품이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는 업적을 생각했을 때 당연히 기성작가겠거니 생각했는데 무려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작품이었다는 점에 처음 놀랐고 그 다음으로 작가가 평소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닌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이라는 사실에 두번 놀라게 되었다.


청천의 작가 와카바야시 마사야스는 일본에서 잘 나가고 있는, 현재는 차세대 MC로 성장해나가는 유명 코미디언으로, 조던 필을 비롯해 국내의 유명 개그맨들까지 희극인들은 역시나 못하는 게 없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청천은 미식축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것도 성인의 미식축구가 아닌 고등학교 미식축구부를 배경으로 한다.

작품 속 주인공 '아리'가 속한 미식축구부는 그다지 특출난 팀이 아니다. 평범하게 취미로 미식축구를 즐기는 부원이 대부분이며 특별한 열정을 가지고 미식축구에 임하는 부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그들이 이야기의 극 초반 강력한 상대를 만나 빈틈을 찾아내고 특별한 깜짝 작전을 구상하는 부분은 마치 일본 스포츠 소년 만화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흔하고 뻔한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는다.


나카무라 스바루는 그 한 경기에서 무참하게 패배하게 되고 그대로 미식축구부를 은퇴하게 된다. 여기서 주인공은 상대에게 나가 떨어진 후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데 낭만적이며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 하늘이 미식 축구에서는 패배를 상징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바루가 미식축구부에서 은퇴한 뒤 목적없이 지내는 부분도 무척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대입도,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한 불량배로 살아가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스바루는 결국 자신의 진심은 미식축구에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미식축구에 재도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리가 클럽에서 스테이 골드 음악에 맞춰 미식축구 스타일의 모싱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씬은 매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이 특별했던 점은 이야기가 대결과 시합을 위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승부보다는 그 승부를 위한 준비과정인 훈련과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가는데 이 성장이 단순히 미식축구를 위한 기술과 신체적인 성장이 아닌 동료들과의 전우애와 개인적인 내면의 성장까지 모두 표현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결국 이 작품 청천은 도전과 도전을 통한 성장을 말한다. 넘을 수 없을 것 처럼 보이는 산이더라도 도전을 통해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고, 설사 벽 앞에 끝내 무너지더라도 그 도전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식축구에 대해 조금도 모르는 상태로 이 작품을 읽게 되었지만 한번의 막힘도 없이 술술 읽어갈 수 있었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은 작품 속 종목이 꼭 미식축구가 아니어도 크게 상관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야구든, 축구든 아니면 달리기여도 크게 상관없었을 이야기다. 결국은 벽을 넘기 위해 도전하는 그 자체의 가치를 말하는 소설 '청천'을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소녀들은 낙원에서 논다
마치다 소노코 지음, 김현화 옮김 / 사유와공감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일본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그런 나에게 마치다 소노코라는 작가는 그저 이름만 들어본, 실제로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한 작가에 불과했다.

워낙 미스터리와 호러라는 장르에 편향된 나의 독서취향 때문에 실제로 읽어보 못했지만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라는 작품의 제목은 오고가며 들어볼 수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치다 소노코 작가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돌아왔다고 하며 심지어 청춘 호러물이라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조합의 장르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고 하니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다.


오늘 읽은 작품은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소녀들은 낙원에서 논다'로 작가의 이전작들을 생각하며 여름 방학 느낌 물씬 풍기는 청춘 우정물에 감성적인 호러 한 스푼 살짝 첨가한 청춘호러물을 예상하고 읽었다가 예상외로 펼쳐지는 제대로 된 찐 호러에 등골이 오싹하도록 제대로 한 방 먹은 소설이었다.


소설은 히사이시 조의 '썸머'가 떠오르는 분위기로 시작되는 여고생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 받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아빠와 조부모로부터 사랑을 듬뿍받고 올바르게 자란 소녀 린네는 절친 미오와 사소한 계기로 다투게 되고 우정앞에 흔들리게 된다.



이날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돌이켜 보니 말이지만.

내가 태어난 지 17년. 17년간 '당연한 것'은 조금도 당연하지 않았다. '상식'은 너무도 쉽게 '비상식'으로 바뀌었고, '안전'은 '위험'이 되었다. '평화로운' 동네는 '지옥'으로 얼굴을 바꾸었다. p11



풋풋한 청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고 갑자기 소설은 장르를 확 틀어 본격적인 호러미스터리로 전개된다.

마을에서는 두 눈을 잃은 시체가 연달아 발생하고 이 와중에 미오를 포함한 린네의 친구들은 마을의 외진 곳에 생겨단 정체모를 종교집단에 부모의 의지에 의해 강제로 감금되게 된다.


린네는 미오와 화해하기 위해, 그리고 미오를 종교집단 밖으로 구출하기 위해 도나쓰 가게 사장이자 해결사인 비비와 함께 조사를 시작한다.


소설 '소녀들은 낙원에서 논다'는 이야기를 단순하게 이끌어가지 않는다. 종교집단 외부에서 움직이는 린네와는 별도로 괴이가 공존하는 종교집단 내부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린네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전개되는데 '우이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미오와 함께 새로운 시점에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두 이야기가 합쳐지며 소설은 본격적으로 '괴이'와 '공포'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니 가슴에 남은 건 린네와 미오 그리고 우이카의 우정이었다. 분명 이야기를 읽을 때는 호러 9할에 청춘이 살짝 가미된, 미쓰다 신조 느낌 물씬 풍기는 본격 호러였는데 읽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마치다 소노코 특유의 감성 넘치는 우정이었다.

이제서야 청춘 호러라는 이 책의 소개 문구가 어떤 뜻인지 온전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지만 나는 유독 린네의 아빠가 기억에 남는다. 작품속에서 린네가 [어떤 어른과 같이 사는가에 따라 아이의 하루하루는, 인생은 크게 달라지고 만다. p76]라는 말을 하는데, 나도 내 딸에게 이런 아빠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팬이라면, 그리고 일본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이 작품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동백도 ㅣ 허밍북스 슬릿 1
조강우 지음 / 허밍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읽은 책은 조강우 작가의 동백도로 내게는 사북 이후로 두번째로 접한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 책이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의 책에 놀랐는데 이 책은 허밍북스 슬릿의 001번째 작품으로 경장편으로 출간되었다.

경장편은 단편보다는 길고 장편보다는 짧은 흔히들 말하는 중편소설을 뜻하는데 보통은 장편소설의 형식을 갖추면서도 일반적인 장편보다 분량이 짧은 소설을 뜻한다고 하는데 작가의 이전 작품 사북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때문인지 이번 작품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작품 동백도는 곧 사라지게 될 섬, 동백도를 무대로 진행되는데 이 동백도라는 무대 자체가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도에는 있지만 서류에는 없는 섬, 동백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조만간 물 아래로 사라져버릴 섬 동백도는 행정 절차 대로 섬의 주민을 외부로 이주 시키는 절차를 한창 진행중이다.

이주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아무런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섬 동백도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이주를 하지 않거나 못한 주민들이 남게 되고 그 와중에 한 인플루언서의 언니가 섬에서 실종되었다는 제보를 받은 기자 김연우가 취재를 위해 섬을 찾으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 작품은 사라진 언니를 찾아 시작했지만 곧이어 장르를 180도 틀어 재난스릴러로 전개된다.

섬 하늘에서 누군가가 목격한 붉은 불빛과 함께 섬 전체의 모든 전기와 통신이 멈추게 되고 배와 같이 전기로 가지 않는 것들까지 고장나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재앙은 각자의 의심을 키워나가고 핵이나 종교적 심판과 같은 다양한 이유를 서로 떠들어대며 섬은 혼란 속에 빠지게 된다.


이 작품이 독특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작가가 작품 속에 많은 이미지들을 숨겨놓은 것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듯 다른 듯 대비되는 기자와 인플루언서의 차이가 그랬고 또 표지 속 붉은 빛이 그랬다.

처음에는 그저 안개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해처럼 보였던 이 그림은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자 다양한 의미로 내게 다가온다.


단순한 재난스릴러 소설을 넘어 고립된 장소를 배경으로 폭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그린 작품 동백도를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
QNTM 지음, XCninety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읽은 책은 QNTM작가의 '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로 SCP세계관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SCP재단은 이제 소수의 매니아층만이 공유하는 마이너한 문화를 넘어 꽤나 잘 알려져 있는데, 나는 닥터후의 우는 천사와 설정이 매우 유사한 SCP-173 일명 땅콩이를 통해 이 세계관을 가장 처음 접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 나무위키나 유투브를 통해 SCP재단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SCP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출간되다니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처음 책의 제목을 읽으면 항밈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데, 항밈이란 밈의 반대 개념으로 meme이 인터넷등을 통해 유행하는 영상, 사진, 행동등을 말한다면 항밈은 그 반대로 어디에서도 그 존재 자체를 떠올리지 못하게 스스로를 감추는 것을 의미한다.

보아도 보았다는 자체를 잊게 되고 생각해도 그 생각 자체를 잊어버리게 만들어 해당 개체의 연구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 작품속에는 이러한 항밈의 성향을 띈 다양한 개체들이 등장하며 간혹 무해한 개체도 존재하나 인류에게 치명적으로 위험한 개체들도 등록되어 있다.

몇 년 전 치과 수술을 할 때 전신마취를 한 적이 있는데 마취약을 투여 한 후 나는 마취가 아직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 간호사에게 마취가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 한 적이 있다. 그 때 돌아온 대답이 충격적이었는데 이미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한 것! 심지어 수술 중에는 의식이 있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입을 벌리는 등 행동까지 했다고 하니 더 충격이었다. 나는 수술을 했지만 수술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의 항밈은 그보다 더 거대한, 세계멸망과도 연관이 있는 무언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특히나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항밈, 즉 망각을 주요 소재로 활용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만큼 작 중 실시간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장면이 다수 등장하는데 이 부분의 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가는 필력과 검정네모 기믹으로 이 부분을 간단하지만 멋지게 해결한다. 덕분에 기억을 잃어버리며 항밈개체와 싸우고 또 사실은 그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 직관적으로 표현되며 술술 읽힌다. 복잡하고 어려워야할 내용이 쉽게 읽히니 이 책은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항밈학과의 SPC-3125 개체와의 승부를 다루는 메인플롯도 몹시 흥미롭지만 SCP세계관의 팬이라면 다양한 미지의 존재들에 가려져 배경처럼 다뤄지던 재단 내 연구원과 같은 일반인들의 업무와 생활에 대한 묘사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SCP 재단의 팬이라면 기대한 것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는 소설 '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를 기존 팬들에게 추천하며 SCP 세계관을 처음 접할 입문서로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작품으로 일독을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