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호조 기에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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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과 소녀가 함께 복수를 꾸미는 독특한 설정의 미스터리. 치밀한 트릭과 복선, 감정의 깊이가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긴장과 감동을 주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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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수집가 - 느긋하고 솔직한 지리덕후의 유럽여행
서지선 지음 / 크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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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수집가 - 느긋하고 솔직한 지리덕후의 유럽여행 서지선 지음 크루출간 서평



여행을 다니다보면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하게 된다.

나는 여행을 다니며 처음에는 각종 조각상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결국은 마그넷으로 귀결되었다.

아무래도 전시할 공간도 부족한데 마그넷은 냉장고 벽에 납작하게 착 붙어있기도 하거니와 바쁜 여행일정 어디에서도 마그넷은 쉽고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고 거기다 여행도중 들고 다니기도 용이하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그넷이 여행 기념품의 왕 중의 왕이 된데는 이런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집 냉장고에는 아프리카부터 동남아, 유럽, 미국까지 다양한 여행 기념품 마그넷들이 붙어있는데 사실 대부분은 내가 아닌 어머니가 다녀온 여행의 흔적들이다. 내 마그넷은 하와이, 보라카이, 발리, 후쿠오카가 다인 아직은 여행 초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그넷을 보면 그 날의 추억이 진하게 떠오른다.


저자의 에세이, 마그넷 수집가는 냉장고에 붙은 작지만 알록달록한 마그넷들을 통해 여행의 기억을 이야기하는 힐링 여행 에세이로, 여행을 마그넷을 통해 기억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작고 예쁜 자석 하나를 통해 그 나라에서 만났던 사람, 날씨, 그날의 기분, 그날의 사건들이 모두 생생하게 재생된다.


이 책 덕분에 내 냉장고에 붙어 있던 나의 마그넷도 또다른 생명을 얻게 되었다면 너무 호들갑처럼 느껴지려나 싶지만, 확실한 점은 이 책을 읽고 내 냉장고의 마그넷을 쳐다보면 그 날의 무더웠던 날씨가 느껴지고 설레던 기분이 다시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여행을 즐기는 모든 분들과 여행 기념품으로 꼭 마그넷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수집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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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지옥을 끌어안고서
김창현 / 포레스트 웨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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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작가의 장편소설 '지옥을 끌어안고서'는 제목부터 강렬하다. ‘지옥’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각인된 죄와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그들의 숙명을 가리키는 듯하다. 작품은 독일의 외딴 시골집에서 시작된다. 고요를 깨는 한 발의 총성으로, 한 노인의 은둔 생활이 끝나고, 아버지의 원한을 품은 청년이 그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총구가 겨눠진 그 짧은 순간, 독자는 두 세대를 넘어 이어져 온 복수와 속죄의 고리를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삼대에 걸친 복수와 원한의 서사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1부는 ‘쫓기는 자’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피카레스크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으며, 대부분의 인물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목숨쯤은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악인들이다. 배신과 음모, 거짓과 죽음이 반복되는 무간지옥 같은 세계 속에서, 인간의 추악함과 생존 본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땐 배짱 있는 녀석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복종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냥개일 뿐이었다. 늙고 병이 들면 버려지는 사냥개.

김창현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는 단편 시절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장편이 되면서는 그 리듬감이 심리 묘사와 함께 더 깊어진다.

2부에서는 ‘쫓는 자’, 즉 복수의 주체가 되어버린 남자의 시선으로 서사가 전환된다. 그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살아왔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복수의 이유가 허물어지고, 결국 용서와 속죄의 경계에 선다. 김창현은 폭력과 인간성, 죄와 구원의 문제를 단순한 선악 구도로 풀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인물이 ‘죄지은 인간’이자 ‘속죄를 꿈꾸는 인간’으로 공존하며, 그것이 이 작품을 피카레스크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묵직한 군상극으로 만든다.

작품의 또 하나의 백미는 언어의 생생함이다. 전라도 사투리와 조선족 말투가 정교하게 섞여 등장하는데, 거칠고 때로는 투박한 대사는 등장인물의 현실을 더욱 실감나게 만든다. 덕분에 읽는 동안 문장이 리듬을 타듯 술술 넘어가고, 그 생동감 덕에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지옥을 끌어안고서'는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정수다. 남자들의 땀냄새와 비릿한 피냄새가 뒤섞인 세계에서, 인물들은 끝내 자신과 싸우고, 결국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무너진다. 그리고 누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그 사실하나만으로도 작품은 긴장감을 끝까지 끌어올린 채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계속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물한다.

결국 이 소설은 피로 물든 복수극의 외피를 쓴 채, 인간이 얼마나 오래 자기 죄와 마주하며 견딜 수 있는가를 묻는다. ‘지옥을 끌어안고서’라는 제목처럼,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 또한 그 뜨거운 지옥을 함께 품게 된다.

무엇보다 낚시터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긴박감넘치던 폐차장전투씬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이유가 충분했던 작품으로 영화 무간도와 신세계를 재미있게 보셨던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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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천국에 가다 1
수사반장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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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간만에 만화책으로 죽어 천국에 가다 1권이다.

글, 그림은 레진코믹스에서 김철수씨 이야기와 백억년을 자는 남자를 연재한 수사반장으로 '죽어 천국에 가다'는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되었다.

사실 이 작품들보다 더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이 있는데 바로 '욕심쟁이 혹부리 영감의 자전거 공장'의 스토리를 썼던 것.


죽어 천국에 가다에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데, 내가 읽은 1권에서는 김철수씨 이야기의 김철수가 꽤 높은 비중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 고철수가 38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저승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다. 이 후 최종 목적지인 천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등장하겠지만 1권에서는 망자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천국을 향해 가는 저승 여정과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고철수의 과거를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독특하면서 특별하게 다가왔던 점은 저승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것들이 묘하게 교차된다는 점이다.

덕분에 현실에 기반한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죽은 후 자신의 장례절차에도 비용이 드는 점은 묘하게 현실적이라 씁쓸함을 불러일으키고, 한국인의 치킨 소비량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 상상력의 산물로 등장하는 비계곡은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이라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이 높은 몰입도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러한 상상력도 중요한 요소겠지만 무엇보다 삶과 인생 그리고 현실을 관통하는 듯한 통찰력있는 대사들 역시 한몫한다.


천국사자가 비계곡에서 가이드를 하며 내뱉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너무 맛있는데?"라는 한 마디는 그간의 서사를 배경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뒤집는 한 방이 느껴졌다.

천국 꼭대기에서 흐르는 물에 빗대 본질만큼 중요한 것이 본질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하는 장면 역시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를 꼽으라면 입체적이고 깊이감이 느껴지는 등장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익보 삼촌이나 김슬기와 같은 주요 등장인물들은 그럴만 하니 제쳐두고라도 노을의 아름다움을 알며 지붕위에는 알을 낳지 않는 닭, 꼬꼬만 해도 에피소드가 끝난 뒤 긴 여운을 남길만큼 인상적인 케릭터로 남는다.


아직 1권만 나왔을 때 '죽어 천국에 가다'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원망스러워지며 다음권을 어떻게 기다릴지 벌써부터 학수고대하게 되는 작품으로 웹툰을 좋아하며 진지하고 깊이감있는 작품을 찾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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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마
박중훈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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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신간 책추천 박중훈 에세이 후회하지마 서평 사유와공감 출간

박중훈,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20살의 나이에 스크린에 데뷔한 이래 4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대한민국 영화의 한 시대를 이끌어온 배우이자 감독이다. 깜보, 투캅스, 마누라 죽이기,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스타 등 수많은 작품 속에서 대중은 그를 ‘유쾌한 배우’, ‘국민배우’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의 첫 에세이 '후회하지 마'는 화려한 무대 뒤, 오롯이 인간 박중훈으로서의 고민과 성찰을 담은 고백록이다.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그리고 이제 인생의 후반부를 맞은 한 사람으로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는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않는다며 살아왔던 세월을 진솔하게 풀어놓는다.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표지였다. 커다랗게 인쇄된 박중훈의 얼굴, 그 익숙하고 따뜻한 미소 속에 그의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배우로서 수많은 얼굴을 연기해 온 그이지만, 이번 표지의 그는 어떤 배역도 아닌 ‘그냥 박중훈’이었다. 눈가의 잔주름과 선한 웃음에서 세월의 무게와 삶의 흔적이 느껴졌고, 덕분에 이 책은 한결 더 친숙하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반성은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앞으론 그러지 않겠다는 미래지향적 생각이라면, 후회는 그저 가슴만 치다 마는 과거 집착적 태도라 여겨져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지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대차게 마음먹고 살았는데도 이제 와 생각하니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 문장은 완벽을 가장한 스타가 아닌, 인간 박중훈의 진심을 보여준다. 그는 후회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을 껴안으며, 그것조차 자신의 일부로 인정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행운아’라는 글이었다. 그는 '한국인의 평균수명 85세는 바꿔 말해서 7만 5천 시간이다. 나의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극장에서 1,000만 명이 봤다면 난 2,000만 시간을 위임받은 셈인 것이다. 그 엄청난 시간을 내가 웃길 수 있었다는 게 너무 행복이고 영광이다'라며 배우로서 관객에게 받은 사랑을 겸허하게 회고한다. 그는 자신을 여전히 행운아라 부르며, 그 이유를 명예나 부가 아니라 남의 시간을 웃음으로 채웠기 때문이라 한다. 배우라는 직업의 본질을 이보다 더 진심 어린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는 또한 인간의 본질에 대해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스타는 자존심이 세고, 사모님은 자존심이 세고, 회장님은 자존심이 센 게 아니다. 인간 자존심의 크기는 다 같다. 다만 그 자존심을 부릴 수 있는 처지인 사람과 꾹 참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오랜 세월 대중과 업계 속에서 사람을 보고 겪어온 그가 내린 결론이다. 사람의 겉모습은 다르지만, 그 속의 마음은 모두 같다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고도 현실적이다.

책에는 그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통해 보여주는 깊은 감정선이 담겨 있다.

-촬영하는 6개월 내내 아버지 이름으로 불리며 연기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몸은 더 이상 만질 수 없지만, 아버지는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내 곁에 계신다.-

그는 “누군가 내게 ‘그리움’을 연기하라고 한다면, 난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고 고백한다. 배우로서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진하게 전해지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그가 던지는 삶의 메시지는 담담하지만 단단하다.

-나는 중요한 선택 앞에서 늘 자신에게 묻는다. ‘이걸 하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할 것인가?’ …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땐 ‘하는’ 선택을 하고 살아왔다. 후회되더라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불완전한 채로라도 행동하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그의 40년 배우 인생을 지탱해 온 신념이다.

'후회하지 마'는 유명 배우의 회고록을 넘어, 한 인간이 후회와 반성, 사랑과 그리움 속에서 자신을 단단히 세워온 과정을 그린 인생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표지 속 선한 미소처럼, 그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그는 말한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까. 하자가 많고, 허점투성이인 사람이니까.”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 인간의 진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대 위에서 여전히 연기를 이어가는 배우임을 깨닫게 된다. 박중훈은 그 무대에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웃고, 울고, 버텨왔다. 그리고 지금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단순하다. “후회하지 마. 그것이 네가 선택한 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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