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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낙원에서 논다
마치다 소노코 지음, 김현화 옮김 / 사유와공감 / 2026년 10월
평점 :

평소 일본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그런 나에게 마치다 소노코라는 작가는 그저 이름만 들어본, 실제로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한 작가에 불과했다.
워낙 미스터리와 호러라는 장르에 편향된 나의 독서취향 때문에 실제로 읽어보 못했지만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라는 작품의 제목은 오고가며 들어볼 수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치다 소노코 작가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돌아왔다고 하며 심지어 청춘 호러물이라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 조합의 장르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고 하니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다.
오늘 읽은 작품은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소녀들은 낙원에서 논다'로 작가의 이전작들을 생각하며 여름 방학 느낌 물씬 풍기는 청춘 우정물에 감성적인 호러 한 스푼 살짝 첨가한 청춘호러물을 예상하고 읽었다가 예상외로 펼쳐지는 제대로 된 찐 호러에 등골이 오싹하도록 제대로 한 방 먹은 소설이었다.
소설은 히사이시 조의 '썸머'가 떠오르는 분위기로 시작되는 여고생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 받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아빠와 조부모로부터 사랑을 듬뿍받고 올바르게 자란 소녀 린네는 절친 미오와 사소한 계기로 다투게 되고 우정앞에 흔들리게 된다.
이날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돌이켜 보니 말이지만.
내가 태어난 지 17년. 17년간 '당연한 것'은 조금도 당연하지 않았다. '상식'은 너무도 쉽게 '비상식'으로 바뀌었고, '안전'은 '위험'이 되었다. '평화로운' 동네는 '지옥'으로 얼굴을 바꾸었다. p11
풋풋한 청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고 갑자기 소설은 장르를 확 틀어 본격적인 호러미스터리로 전개된다.
마을에서는 두 눈을 잃은 시체가 연달아 발생하고 이 와중에 미오를 포함한 린네의 친구들은 마을의 외진 곳에 생겨단 정체모를 종교집단에 부모의 의지에 의해 강제로 감금되게 된다.
린네는 미오와 화해하기 위해, 그리고 미오를 종교집단 밖으로 구출하기 위해 도나쓰 가게 사장이자 해결사인 비비와 함께 조사를 시작한다.
소설 '소녀들은 낙원에서 논다'는 이야기를 단순하게 이끌어가지 않는다. 종교집단 외부에서 움직이는 린네와는 별도로 괴이가 공존하는 종교집단 내부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린네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전개되는데 '우이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미오와 함께 새로운 시점에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두 이야기가 합쳐지며 소설은 본격적으로 '괴이'와 '공포'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니 가슴에 남은 건 린네와 미오 그리고 우이카의 우정이었다. 분명 이야기를 읽을 때는 호러 9할에 청춘이 살짝 가미된, 미쓰다 신조 느낌 물씬 풍기는 본격 호러였는데 읽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마치다 소노코 특유의 감성 넘치는 우정이었다.
이제서야 청춘 호러라는 이 책의 소개 문구가 어떤 뜻인지 온전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지만 나는 유독 린네의 아빠가 기억에 남는다. 작품속에서 린네가 [어떤 어른과 같이 사는가에 따라 아이의 하루하루는, 인생은 크게 달라지고 만다. p76]라는 말을 하는데, 나도 내 딸에게 이런 아빠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다 소노코 작가의 팬이라면, 그리고 일본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이 작품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