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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은 꿈꾼다
하라다 히카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6월
평점 :

하라다 히카의 신작 소설 지갑은 꿈꾼다를 읽었습니다.
카드 대신 삼성페이로 결제를 하고 인터넷뱅킹으로 이체를 하는 시대가 찾아왔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지갑을 챙겨다니곤 합니다.
소설 지갑은 꿈꾼다는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소재인 지갑을 통해 돈과 인간 관계, 삶에 대한 태도와 현실과 미래에 대해 말합니다.
'월급날에는 업소용 마트에서 5킬로그램에 1천2백90엔 하는 쌀이나 5킬로그램에 8백70엔 하는 스파게티를 사서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그것만 있으면 최소한 뭔가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226p'
지갑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돈에 대해 단순히 돈이 많으면 좋고 돈이 없으면 힘들다를 넘어 돈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여섯명을 통해 무척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아무리 인색한 사람이라도 오래 쓸 명품의 가치를 위해 지갑을 열게 된다는 루이비통 지갑 M.H의 여행을 통해 진행됩니다.
평균적인 연봉을 가진 서버 엔지니어인 남편과 이제 10개월이 된 아기와 함께 그럭저럭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 해 보이는 전업 주부 하즈키 미즈호에게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남편과, 아이와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 루이비통 지갑을 구입하는 소소하면서도 또 어떻게보면 큰 결심이 필요한 꿈입니다. 그녀는 용돈을 아끼고 아껴 저축한 돈을 모아 하와이에서 마음에 쏙 드는 루이비통 지갑을 구입하고 평생 아껴주며 오래 쓸 마음으로 그녀의 이니셜을 지갑에 각인합니다.
그리고 남편이 아무 생각 없이 큰 돈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지갑을 중고로, 미사용신품으로 헐 값에 팔게 됩니다. 그녀만을 위한 선물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니셜은 이제 지갑이 제값을 받지 못하게 하는 요소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지갑은 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여행을 하게 됩니다.
지갑의 의심하고, 속이고, 훔치며, 고민하고 또 배우며 춤을 추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긴 여정을 따라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 스쳐지나가고 또 만나게 됩니다.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는 다단계에 빠진 청년과 작전 세력에 걸려 전재산을 잃은 회사원, 직업윤리와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칼럼니스트와 학자금 대출 상환 때문에 미래를 잃은 계약직 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일본의 보통 사람들에게 닥쳐온 현실들을 통해 바다 건너 한국에서 이 책을 보고 있는 저 역시 IMF나 코로나 등 다양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소설 지갑은 꿈꾼다를 읽다보면 정말 소설 페이지 곳곳에서 다양한 감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명품이라는 것이 단순한 사치의 상징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결국 자신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벽을 깨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미즈호의 이야기.
힘들고 포기할 수 있었지만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된 후미오의 결심과 아이러니하게도 후미오에게 바른 길을 보여준 노다의 엇갈린 결말.
그리고 맥도날드에 앉아 도란 도란 얘기하는 두 여성이 쉐이크를 주문하며 '음료 하나 정도는 사야 한다는 최소한의 선'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분명 그녀들에게는 춥고 배고픈 현실이겠지만 제게는 무척 따뜻한 사람사는 냄새가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성장소설, 힐링소설처럼 더나은 내일을 꿈 꿀 수 있게 돈을 바라보는 시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지갑은 꿈꾼다를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