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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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내가 평소 즐겨 읽던 최신트렌드의 본격미스터리와는 약간 궤를 달리하는 고전명작 추리소설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다.

보통은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작가들, 예를 들면 유키하루오나 시라이도모유키와 같은 젊은 소설을 즐겨 읽곤 했는데 아마도 고전은 지루하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오늘 읽은 작품,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는 내 그런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단번에 깨닫게 해주는 훌륭한 추리소설이었다.


소설은 건축 소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대학 교수 나카조 도모이치가 어머니의 유언으로 동생이 사고사가 아닌 살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유언의 진의를 가리기 위해 인적이 드물고 폐쇄된 마을, 야마쿠라로 향하며 시작된다.


여러모로 긴다이치 교스케 시리즈가 연상되는 도입부였는데, 폐쇄된 마을과 용신 연못에 전해져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전설까지, 추리소설의 팬이라면 반색할 수 밖에 없는 소재들이 가득 등장한다. 이미 이십여년은 더 지난 일이라 많은 시간이 지나며 사람은 죽고 기억은 희미해져 사건의 추적에 어려움을 더한다. 폐쇄된 마을의 분위기 표현 역시 일품이다. 마치 마을 전체가 도모이치를 배척하는 듯한 느낌은 작품을 읽으며 내내 으스스한 공포감을 더한다. 젊은 여인은 겁을 먹은 듯 말을 아끼고, 노인은 입을 다문 채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를 따라 다니며 감시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요즘 소설들과 다르게 고전명작으로서 가지는 재미가 특별한데, 무려 이 소설의 작가인 가지 다쓰오가 1928년생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해 일본인이 겪었던 당시의 상황부터, 그 이후 60년대가 다가오며 사회가 변화하는 진통 중 하나였던 학생소요사태까지 이 모든게 생생한 경험을 담아 표현된다.


스포일러가 될까 언급이 조심스럽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하나하나가 단순한 사건의 배경으로만 작용하지 않고 세밀한 복선을 담아 모두 작품에 긴밀하게 활용된다는 점이다. 물리적인 트릭과 촘촘하게 짜인 복선에 정통 알리바이 트릭까지 모든게 하나로 맞물리자 하나의 걸작 추리소설로 완성된다.



"추리 소설로 치면 바로 지금이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모든 단서가 다 나온 시점이야." p378



'복선의 신, 깨어나다!'라는 띠지의 문구 덕분에 평상시 보다 훨씬 더 집중해서 작품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을 때는 뒤통수가 얼얼해질 정도로 충격을 느낄 수 있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 후 작품을 한 번 더 읽고 싶게 만들며 다시 보는 작품의 도입부는 독자를 더 놀라게 만든다.


고전 명작이 무엇인지, 이 작품이 왜 추리소설의 고전 명작이라고 불리는지 제대로 알려준 작품 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를 모든 추리소설의 팬들에게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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