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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복신의 환영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0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김이수 작가님의 칠복신의 환영으로 무엇보다 이 작품은 도입부가 미쳤다.
비트코인의 값이 폭등하기 전, 누구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일본의 한 대학교 연구센터의 학생들이 장난삼아 비트코인을 슈퍼컴퓨터로 채굴하고 코인월렛의 비밀번호를 졸업생 일곱명이서 각각의 칠복신의 목각인형에 한자리씩 적어 나눠 가지게 된다. 그리고 10년뒤 비트코인이 성공하게 되면 이 목각인형을 가지고 모이자고 장난스럽게 약속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여기서 비트코인의 미래를 아는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소설에 확 몰입되며 도파민을 뿜어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트코인의 수량이 무려 25만개로 현재 시세로 따지면 대략 38조원 정도 되는 상상을 초월한 금액인 것!
소설 칠복신의환영은 이 코인월렛의 비밀번호가 새겨진 일곱개의 칠복신 조각상을 둘러싼 일본 경찰과 극우단체 그리고 야쿠자의 갈등과 이 갈등에 휘말려버린 한국인 킬러 영춘의 이야기를 실감나고 스릴넘치게 그린다.
한국에서 국정원의 의뢰를 받고 암살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영춘은 코로나로 인해 임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상처입고 가진 것 없는 밑바닥 인생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민들레상가에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민들레 상가를 구하기 위해 영춘은 자연스럽게 거액의 비트코인을 둘러싼 암투에 뛰어들게 된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금 더 밝고 유머러스한 영화 신세계나 무간도 느낌이 난다. 여기에 BGM으로 박상민이나 CAN의 노래를 틀면 딱일 것 같은 거친 남자들의 땀냄새나는 혈투와 가슴 절절해지는 순애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잔인하고 피튀기는 표현들이 가득하고 장면 하나하나가 쫀득하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와중에도 영춘은 위트를 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소설의 완급을 훌륭히 조절해 장편소설이지만 지루해지지않고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게 만든 원동력처럼 느껴졌다.
이 소설, 칠복신의 환영을 통해 김이수 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나올 작품들은 물론 이미 출간된 작가님의 작품들 역시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영춘이란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물론이고 미코나 개코와 같은 조연들 역시 입체적이며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언젠간 이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불러 일으킨다.
재미있는 느와르소설로 책을 읽으며 순수하게 재미 그 자체만을 추구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소설 칠복신의 환영을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