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그게 정상이에요. 회사원도 딱딱한 회의실에 있기보다 밖에 나가 공기를 마시며 생각하는 게 나으니까요. 데카르트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세상이라는 큰 책을읽기 위해 나는 서재를 나왔다"라고 《방법서설 Discours de lamethode》에 쓰여 있지요. 물론 그 얘기는 물리적으로 바깥에나간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쌓으라는 의미이기도 해요.
요로 - P167

169라는게 있었으니까요. ‘소요‘란 산책을 뜻하는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산책을 하며 강의를 했다고 하지요.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사이교(헤이안 시대 말기부터 가마쿠라 시대 초기에 활약한 승려이자 가인. -옮긴이)부터바쇼(에도 시대의 하이쿠 작가. 옮긴이)에 이르기까지 여행을 자주 하거나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싶어요. 검술가쓰카하라 보쿠덴原卜伝(일본 전국 시대의 검술가. 옮긴이)도 산속에서 혼자 살았다고 하지요. - P169

필연이랄까, 어쩔 수 없어요. 이 상황은 결과예요.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에요. 뉴스를 보면 백인 중산층의 불만이 크게 누적되어 있고, 유럽의 난민 문제도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문제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반란이요로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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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시간과 함께 발효되고썩어서, 가족에게도 공감받기 어려울 정도로 변질되었음을본인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
어머니의 감정이 뒤틀렸다는 사실보다, 오히려 어둠이 깊음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 P145

어머니라는 존재의 마음속 나침반은 이런 식으로 흔들리는 건가 - P149

이날 일어났던 사건이랄 수도 없는 작은 일들을 지금도내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분명 아버지와 어머니가 언제까지고 옛날 그대로일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늙어 가는 모습을 눈으로직접 보면서도,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물쭈물대는 두 사람을 똑같이 우물쭈물거리며 멀리서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다음 날에는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조차 완전히 잊고 언제나 그렇듯 두 사람의 존재를 성가시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분들과는 관계없는 나의 일상 속으로 이내 돌아와 버렸다. 부모가 늙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죽는 것도 분명 어쩔 도리가 없으리라. 다만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줄곧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졌다. - P163

"그런 나의 집착에 이끌려서 어머니는 그 후로 석 달을 더사셨다. 그 석달 새 유카리가 아기를 낳았다. 여자아이였다.
내가 아버지가 된 것을 아마도 어머니는 알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아기를 안아 주시는 것도 물론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석 달이 어머니에게 그리고 나에게 어떤 의미가있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 의사나 간호사가 말했던 것처럼, 단지 고통을 조금 연장한 데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은, 아버지가 살아 계셨더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의사로서 어떤 판단을 내리셨을까. 남편으로서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그리고 형이살아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들 역시나의 판단을 비난했을까.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지금도 가끔씩 한다. - P166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아들도 아니게 되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나에게는새 딸이 태어났다. 솔직히 말하면 그랬다고 해서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대한 이런저런 후회나 상실감이 메워지는 따위의 일은 없었다. 잃은 것은 잃은 채로 그대로다. 다만 아이가 둘이 되니 차가 필요해져서 면허를 따고 차도 사게 되었다. 이런저런 일들은 이렇게 모양새와 상대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반복되는지도 모른다. 기쁘거나 슬프다는 식의 알기 쉬운 감정은 아니다. 알기 어려운 만큼, 인생 그 자체에 가까워진 듯한기분이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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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옛날 나에게 하던 잔소리를 그대로 반복했다.
기뻤다.
틀림없는 나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 어머니가 지금 내 눈앞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그 사실을 깨닫자 나는 돌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그제서야 치과에 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일찍 오셨으면 빼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요."
치과 의사가 말했다. 전부 치료하는 데는 일 년이 걸렸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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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행

‘나는 이제 됐구나‘라고 생각하게되지요. 아이를 기르면서 배우자와 자녀의 학교 문제로 고민한다든지 하는 건 언뜻 귀찮고 스트레스 받는 일일지도 모르지요. 아까 말한 방편과는 다르지만 그런 나날을 반복하다 보면 사람이변하게 돼요. 사람은 스스로 변할 기회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128

다 알 수 있다는 생각의 위험성

의식화나 뇌화의 폐해는 머리로 알려고 하는 것이지요. 머릿속의 모든 생각을 말로 치환해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고서 알았다고 생각하지요. ‘됐어. 나는 다 알았어‘라는 식이지요.

진정한 의미에서 ‘안다‘는 것은 ‘뇌‘나 ‘의식‘으로안다는 게 아니라 ‘체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있지요. 아무도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지도 않고요. - P130

저라면 "아무 말 말고 하세요"라든가 "하지 마세요"라고 대답할 거예요.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요.

아마도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답에 가까울 텐데요.
‘그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에 어떤 의미나 효과가있느냐는 생각은 접어두고 그저 하는 것이지요.  - P135

유급휴가를 받아 산으로 가야 해요. 혹시 그거 아세요? 힘든 상황을 계속 참으면 타인에게도 그걸 요구하게 돼요. 나도 못 쉬고 참고 있으니까 너도 참아라, 쉬지말라고 해요.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같은 요구를 해요. 관용이 없는 세계의 바탕에 깔린 사고방식이지요. 그래서 말에 의지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체감하라는 거예요. 어떻게 체감하느냐는 다른 사람이 가르쳐줄 수 없어요. 배울 수도 없고요. 그 장소가 가진 힘도 각각 다르고요. 느낀다는 건 그 장소와 동조한다는 뜻이니까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절에 가서 마음이 가벼워졌거나 맑아졌다면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경내나 불상 등이 있는 절이라는 장소와동조했다는 뜻이지요. 자연에도, 종교 시설에도 장소의 힘이라는 게 있어요. 장소와 동조하면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자신의 역할이 바뀌니까요. 누군가의 반려자인 나, 누군가의 연인인 나, 회사 과장인 나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 소용이 없어져요. 절에 가도 마찬가지이지요.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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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내린 평가에 초조해한들 큰 의미가 없어요. - P102

보살피되 지켜보면 되는 거예요. 관리하려 하면 안돼요. 보살핌이 어느 방향으로 자연을 유도하는 거라면관리는 위에서 억눌러서 속박하려는 거니까요.

저도 동의합니다. 또 한 가지,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제 아이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도 억지로 가르치려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어떻게 배우느냐가 저 자신에게 무척 큰 재산이 됩니다.

부모는 멀리서 지켜봐주는 수밖에 없어요. 그것밖에 할 수 없고 그러기만 하면 돼요. 지켜봐주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되지요. 아이들은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한 시간 정도는 마음대로 놀아야 해요.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 P114

가장 관리해서는 안 되는 게 아이들이거든요. 아이들은 자연이니까요. 멀리서 지켜봐주기만 하면 돼요. 보살핌이란균형을 잡아주는 것, 일본 문화가 자연을 대해온 전형적인 태도거든요. 그걸 통제하려고해요. 보살핌과 통제는다릅니다. 보살핌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규칙을이해하려는 데서 시작하지만 통제는 상대방을 내 뇌 안에집어넣으려 하거든요. 내 뇌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대상을 파악하고 내 뇌의 규칙으로 상대방을 움직이려고 해요. 하지만 자연을 상대할 때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요.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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