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도담담해지기 어려운 고민이 들 때 이 그림과 제발을 한번 들여다보곤 한다. "야, 내 그림 발에 신고 다니면 안 돼~" 하는 듯한 허필의 너스레에 다시 웃을 때마다, 내 마음 위로덮인 단단한 얼음도 쩍 하고 금이 가는 기분이 든다. 웃음이 가진 온기는 진실로 추위를 이긴다는 것을 허필의 〈묘길상도>에서 배우곤 한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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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납작하게 눌린종이 별처럼. 누구에게도 선물할 수 없는, 내게만 애틋한것이 되어버린 의미들을 생각하면 서늘해진다. - P82

"사람이 힘들면 말 없는 것에 마음을 쏟아.‘
말 없는 것에 마음을 쏟는 일. 버티고 견디기 위해서 편안한 침묵 앞으로 다가가던 그때의 내 마음에 그가 붙여준 이름을 나는 오래 기억한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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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자기가 볼 때는 망친 것같이 보여도, 일단은 좀 기다려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 P56

다른 전공 밭에 떨어진 연구자의 말로는 대개 이런 법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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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다 잉크가 굳어버린 볼펜 한 자루에도 평생의 애착을 간직하는 이라면, 조금 더 즐거우실지도 모르겠다. 박물관은 인류의 맨아래 칸 서랍 같은 곳이니까.
이 세상에는 물건에 무슨 마음이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물건이기에 만든 사람, 사용한 사람, 간직하고 고친 사람의 마음이 다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물건에 깃든 마음을 들여다보면, 거울처럼 지금의 자신이 비친다.
그러므로 유물에 담긴 시간을 바라보는 이는 자기 안의 - P8

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물이 놓인 공간들 속에서나의 자리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박물관을 쓰는 일도 그러하다. 열 손가락으로 헤아려지지 않는 수백, 수천년 너머의 옛날로 출발해도, 글의 끝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이 얼마나 애틋한지로 돌아오곤 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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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개 그루터기밖에 남지 않은 일회성이라는 밭만 보고,
그 행동과 기쁨, 심지어는 고통까지도 구원해 준 과거라는 곡창은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서는 모든 것이 이미 이루어져 있으며, 그 어느 것도 사라질 수 없다. 과거에 ‘그랬다‘라는 것처럼 확실한존재 방식도 없을 것이다.
- P179

혀 있는 풍부한 내용들, 그동안 충실하게 살아온 삶의 기록들을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반추해 볼 수 있다.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 젊은이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거나 잃어버린 자신의 청춘에 대해 향수를 가질 이유가 있을까? 무엇 때문에 그가 젊은이를 부러워하겠는가? 그 젊은이에게 놓여 있는 잠재 가능성 때문에? 아니면 그가 지닌 미래 때문에?
천만의 말씀.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가능성 대신에 나는 내 과거 속에 어떤 실체를 갖고 있어. 내가했던 일, 내가 했던 사랑뿐만 아니라 내가 용감하게 견뎌 냈던 시련이라는 실체까지도 말이야. 이 고통들은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지. 비록 남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 P180

신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예기 불안과 같은 피드백기제가 근본적인 발병 원인인 것 같다. 어떤 증세가 공포를 낳고,
그 공포가 다시 증세를 유발하고, 이번에는 반대로 그 증세가 공포를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악순환의 고리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생각들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강박증 환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그렇게 싸우는 것이 자기를 괴롭히고 있는 강박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압력이 반대편의 압력을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증상이 악화된다.
이와는 반대로 환자가 강박증과 맞서 싸우기를 중단하고 대신에 아주 반어적인 방식 역설 의도와 같은 으로 그것을 비웃어 주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증세가 점점 약해지면서 결국에는 없어지고 만다. 이런 증상이 실존적 공허에 의한 것이 아닌 다행스러운경우에는 환자가 자신의 신경증적 공포를 비웃는 데서 더 나아가 나중에는 아예 그것을 무시하게 된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예기 불안은 역설 의도로 좌절시켜야하고, 과잉 의도와 과잉 투사는 역투사의 방식으로 좌절시켜야 한다.
하지만 역사는 환자가 자신의 삶에 주어진 특정한 과업과 사명을 바라보지 않으면 실현 될 수 없다.
자기 연민이든 멸시든 간에 환자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데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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