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잉크가 굳어버린 볼펜 한 자루에도 평생의 애착을 간직하는 이라면, 조금 더 즐거우실지도 모르겠다. 박물관은 인류의 맨아래 칸 서랍 같은 곳이니까.
이 세상에는 물건에 무슨 마음이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물건이기에 만든 사람, 사용한 사람, 간직하고 고친 사람의 마음이 다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사람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물건에 깃든 마음을 들여다보면, 거울처럼 지금의 자신이 비친다.
그러므로 유물에 담긴 시간을 바라보는 이는 자기 안의 - P8

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유물이 놓인 공간들 속에서나의 자리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박물관을 쓰는 일도 그러하다. 열 손가락으로 헤아려지지 않는 수백, 수천년 너머의 옛날로 출발해도, 글의 끝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이 얼마나 애틋한지로 돌아오곤 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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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개 그루터기밖에 남지 않은 일회성이라는 밭만 보고,
그 행동과 기쁨, 심지어는 고통까지도 구원해 준 과거라는 곡창은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서는 모든 것이 이미 이루어져 있으며, 그 어느 것도 사라질 수 없다. 과거에 ‘그랬다‘라는 것처럼 확실한존재 방식도 없을 것이다.
- P179

혀 있는 풍부한 내용들, 그동안 충실하게 살아온 삶의 기록들을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반추해 볼 수 있다.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 젊은이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거나 잃어버린 자신의 청춘에 대해 향수를 가질 이유가 있을까? 무엇 때문에 그가 젊은이를 부러워하겠는가? 그 젊은이에게 놓여 있는 잠재 가능성 때문에? 아니면 그가 지닌 미래 때문에?
천만의 말씀. 그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가능성 대신에 나는 내 과거 속에 어떤 실체를 갖고 있어. 내가했던 일, 내가 했던 사랑뿐만 아니라 내가 용감하게 견뎌 냈던 시련이라는 실체까지도 말이야. 이 고통들은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지. 비록 남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 P180

신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예기 불안과 같은 피드백기제가 근본적인 발병 원인인 것 같다. 어떤 증세가 공포를 낳고,
그 공포가 다시 증세를 유발하고, 이번에는 반대로 그 증세가 공포를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악순환의 고리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생각들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강박증 환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그렇게 싸우는 것이 자기를 괴롭히고 있는 강박증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압력이 반대편의 압력을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시 증상이 악화된다.
이와는 반대로 환자가 강박증과 맞서 싸우기를 중단하고 대신에 아주 반어적인 방식 역설 의도와 같은 으로 그것을 비웃어 주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증세가 점점 약해지면서 결국에는 없어지고 만다. 이런 증상이 실존적 공허에 의한 것이 아닌 다행스러운경우에는 환자가 자신의 신경증적 공포를 비웃는 데서 더 나아가 나중에는 아예 그것을 무시하게 된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예기 불안은 역설 의도로 좌절시켜야하고, 과잉 의도와 과잉 투사는 역투사의 방식으로 좌절시켜야 한다.
하지만 역사는 환자가 자신의 삶에 주어진 특정한 과업과 사명을 바라보지 않으면 실현 될 수 없다.
자기 연민이든 멸시든 간에 환자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데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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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매일같이 시시각각 그런 하찮은 일만 생각하도록 몰아가는 상황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 나는 생각을 다른 주제로 돌리기로 했다. 갑자기 나는 불이 환히 켜진 따뜻하고 쾌적한 강의실의 강단에 서 있었다. 앞에서 청중들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내 강의를 경청하고 있었다. 나는 강제 수용소에서의 심리 상태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를 짓누르던 모든 것들이 객관적으로 변하고, 일정한 거리를 둔 과학적인 관점에서 그것을 보고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방법을 통해 나는 어느 정도 내가 처한 상황과순간의 고통을 이기는 데 성공했고, 그것을 마치 과거에 이미 일어난 - P119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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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화의말로

지금까지 ‘바보‘에 관해서, 그리고 사고 정지를 부르는 상황과 뒤죽박죽 역전이 일어난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또한 현대인이 생각 없이 자신의 주변에 벽을 쌓는다는점, 언제부터인가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산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건 알겠지만, 그럼 어떡하란 말이냐?"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왜 생각해야 하느냐에 관해서는 앞에서이미 프랭클의 말을 빌려 설명했습니다. 그 주제는 ‘우리에게 바람직한 사회 또는 공동체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어떤상태를 행복이라고 느끼는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까지 단조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 P181

학자란 인간이 사물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그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인간이 얼마만큼현명한지 알아내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정치가는 인간이 얼마나 바보인가를 파악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상대가 현명하다고 생각해서는 설교가 먹히지 않습니다.
상대가 얼마나 바보인지를 확실히 파악하지 않으면 상대를설득할 수 없습니다. 상대를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정치가로서는 자격이 없습니다.
이처럼 학자와 정치가는 그 성질이 정반대입니다. 학자가정치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이유는 인간을 제대로 보지못하고,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플라톤이 말한 ‘철인 정치‘란 성립하지 않습니다. 플라톤은 학자였기 때문에 늘 인간의 현명함에 관해 생각했고, 현명한 사람에게 정치를 맡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보통 사람이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보통 사람이 어떤 상태에 놓여야 좋은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잘못된 길로 가고 맙니다.
내가 옛날 일을 자주 거론하는 이유는 옛날 사람들은 그런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욕망의 문제입니다. 욕망은 현대 사회에서는 그다지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는 주제입니다. 그래서 욕망을 욕망이 아닌 정의라고 여기는 - P186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욕망을 선으로 간주해버리면 결국 금권 정치의 길로 가게 됩니다.
욕망이란 단순히 성욕이나 식욕, 명예욕에 그치지 않고 세상온갖 것을 욕망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권력 지향도 물론 욕망의 표현이지만, 학문에서는 그것이 이치라든가 사상이라는 형태로 표출됩니다. 저널리즘에도 어떤 의미에서는여러 사람의 의견을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통일하려는 욕망이 배후에 깔려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볼 때 결국 모든 것의 배경에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 욕망을 정도껏 발휘하라는 것이 불교의 가장 중요한가르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이 있고, 그것이 없으면 인류가 멸망하고 만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함부로 펼쳐서는안 된다는 것입니다. - P187

바보의 벽이란 일종의 일원론에서 기인하는 면이 있습니다.
바보에게는 벽의 안쪽이 세상의 전부여서 그 너머는 보이지않습니다. 벽 너머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이 책에서 몇 번이고 사람은 변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도 일원론을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P196

안이하게 ‘안다‘, ‘말하면 안다‘, ‘절대적 진실이 있다‘라고단정해 버리는 자세, 거기서 일원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금방입니다. 일단 일원론에 걸려들었다 하면 굳건한 벽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이것은 일견 편안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벽 너머의 세상,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은 보이지않게 됩니다. 당연히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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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은 누구나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지 않은가싶습니다. 즉 망설이고 고민하는 경우가 그런 상태입니다. 자신의 내면에 또 다른 자신(무의식)이 있어 그것이 때로 의식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취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고민하는 게 당연하고, 살아 있는 한 고뇌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있거나 모든 것이 확실하지않은 상태를 좋지 않다고 여겨 무리하게 고민을 없애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을 얻으려는 마음이 큰나머지 과학이나 종교를 절대시하게 됩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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