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휴가를 받아 산으로 가야 해요. 혹시 그거 아세요? 힘든 상황을 계속 참으면 타인에게도 그걸 요구하게 돼요. 나도 못 쉬고 참고 있으니까 너도 참아라, 쉬지말라고 해요.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같은 요구를 해요. 관용이 없는 세계의 바탕에 깔린 사고방식이지요. 그래서 말에 의지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체감하라는 거예요. 어떻게 체감하느냐는 다른 사람이 가르쳐줄 수 없어요. 배울 수도 없고요. 그 장소가 가진 힘도 각각 다르고요. 느낀다는 건 그 장소와 동조한다는 뜻이니까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절에 가서 마음이 가벼워졌거나 맑아졌다면 그 사람이 무의식중에 경내나 불상 등이 있는 절이라는 장소와동조했다는 뜻이지요. 자연에도, 종교 시설에도 장소의 힘이라는 게 있어요. 장소와 동조하면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자신의 역할이 바뀌니까요. 누군가의 반려자인 나, 누군가의 연인인 나, 회사 과장인 나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 소용이 없어져요. 절에 가도 마찬가지이지요. -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