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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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오스터 #장편소설 #열린책들 #서평 #도서협찬 #


배우자의 죽음은 가장 높은 스트레스 지수를 나타낼 만큼 생애 큰 사건 중 하나이다. 지금껏 살아왔던 삶의 구조와 일상, 정체성 전부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흔히들 시간이 해결해준다라는 말로 위로하지만, 그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 되는 깊이의 스트레스라고 배웠다. <바움가트너>는 바로 이런 깊은 상실감을 다루고 있었다.

첫 장면부터 뭔가 짠하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은 냄비가 다 타들어 가는 것조차 모를 만큼 그는 현실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재에서 거실로 가는 길에서야 냄새를 맡고 그제야 냄비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만큼 그의 마음은 지금이 아니라 또 다른 시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아내의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정신은 현재보다 기억 속을 배회한다.

바움가트너는 오래전 아내를 잃었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내의 부재는 그에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기억하고 여전히 그립다. 어떤 이에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누군가에겐 오래된 상실로 보이지만 그에게 아내의 상실은 현재를 잠식하는 시간에 불과했다. 읽는 내내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외로움과 쓸쓸함, 더 나아가 완숙미를 더한다. 배우자의 흔적을 살아가는 내내 되뇌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심장은 온전하기나 할까.

애나의 방에는 그녀가 쓰던 타자기와 연필, 펜, 문진, 암모나이트 화석 조각, 빨간 전화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상실 이후의 삶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들과 마주하며 산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을 곱씹게 한다. 슬펐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물건들이. 그걸 바라보는 바움가트너의 시선 하나하나는 얼마나 조용한지. 그 사실 자체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끊임없이 과거로 이동하곤 한다. 그 기억은 현재를 재구성하고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대신 증명해주는 것만 같다. 그저 상실을 안은 채 삶을 살아갈 뿐이다. 누군가가 사라진 자리는 채워지지 않지만 삶은 계속 흐른다.

나는 이 책에서 글쓰기로 인한 자기 성찰의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바움가트너는 기억을 끌어내 글로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배열한다. 자신이 쓴 글이 완전한 복원이 되지 않을지라도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사랑도, 자기 자신도, 기억하려 애쓰는 그 기억마저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소설의 전제적인 분위기는 느리게 흐른다. 감정은 보다 절제적이며 상실은 담담한 시선으로 옮겨간다. 그저 머물러있음으로 지금을 견딜 뿐이다. 글을 쓰는 나이기에 글은 기억을 놓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는 아직도 생각할 수 있고 또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쓸 수 있고, 이제는 문장을 마루리 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결과는 대체로 같다. 좋다.’ p134

상실과 노화 속에서도 여전히 생각할 수 있고, 여전히 쓸 수 있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마의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흐르는 채로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도움을 찾아 길을 떠나고, 첫 번째 집에 이르러 문을 두드렸을 때 S.T.바움가트너 모험담의 마지막 장이 시작된다.’ P245

폴 오스터의 마지막 유작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읽으니 이 마지막 문장은 더 깊이 다가온다. 그에게 해결된 것은 없었다. 상실의 고통도 글의 완성도. 그러나 그는 글을 계속 썼고 삶을 지속했다. 여전히 아프지만 작가로서 마지막까지 써냈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열린책들 @openbooks21에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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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이탈리아 - 매혹적이고 낯선 이탈리아 명화의 초대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지안.이정우 지음 / 더블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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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빌려드립니다 #이탈리아 #이지안이정우 #도서협찬 #서평 #더블북 #예술 #미술관여행 #명화

이 책의 도입부에서 마주한 브레라 미술관의 나폴레옹 조각상에 대한 설명은 마치 예술 작품을 통해 역사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폴레옹이란 인물을 떠올리면 절대적 권력, 정복, 영웅 등과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예술가의 손을 통해 남겨진 그의 기억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 것일까. 침략자? 아니면 영웅?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밀라노, 패션, 명품이 먼저 떠올라 패션의 도시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느낀 건, 이탈리아가 패션으로 유명한 것 또한 오랫동안 조각와 회화와 같은 예술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깊이 들여다보며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상을 통해 인체의 비율을 세밀히 살피고 그러한 노력은 의상의 재단이나 실루엣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듯하다.

예술가의 작품에는 그 사람의 삶과 그 자신이 처한 사회적 배경이 고스란히 담긴다는 것을 께달았다. 예술은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감상을 넘어 한 나라를 다시 읽게 한다. 작품들이 모여 있는 예술의 공간은 한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시도에 거침이 없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자기만의 세계를 캔퍼스 위에 옮겨 놓았다는 사실에 절로 경외심이 든다. 저자들이 작품에 대해, 그의 생애에 대해 살뜰히 살펴 이끌어 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작품 하나하나에 눈길이 머문다.

그 작품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지를 알고 보니 정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이름은 내게 생소했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 하나하나가 작품을 친절하면서도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화가가 숨겨 놓은 디테일을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조반니 세간티니라는 화가는 분할주의라는 신기법을 사용해 빛과 색을 표현했는데 그의 그림은 굉장히 아름답고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고,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을 줄까 궁금했다. 책으로 보는 이 감각을 훌쩍 넘어서는 웅장함이 왠지 가슴을 꽉 채울 것만 같았다.

반면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일그러진 우리들의 자화상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어두운 기운이 그림 속 축처진 어깨 위로 내려앉아 짖누르는 듯했고 눈동자 없는 눈은 공허하게 느껴졌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우리는 어쩌면 저마다의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피아첸차 편에서 만난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초상>에 관한 이중 초상화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미술학도의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해 그림 아래에 또 다른 그림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의 경위와 도난 당했다가 다시 돌아온 기적같은 귀환까지 그 여정이 다이나믹하다. 반면 경제적인 여유조차 없었던 화가들이 그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붓을 다시 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졌다. 예술의 운명과 예술가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피렌체로 건너갔을 때 또 한 번 눈을 반짝이게 한 작품은 치마부에의 <산타 트리니타의 성모>였다. 실제 금을 얇게 두드려서 완성한 작품으로 그 당시는 천 캔퍼스가 없었기에 나무 패널 위에서 안료와 금을 함께 다뤄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환희로 가득 찬 천상 세계를 바라보는 듯하다. 금빛의 영롱함이 압도적이다.

우피치 미술관의 보티첼리의 <봄>은 환상적이다.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의 기쁨이 화폭을 가득 채운다. 보자마자 ‘와’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저자의 해설을 읽기도 전에 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봄이 와 꽃이 만발하는 듯했다. 예술이 전하는 밀도가 이런것이구나 싶다. 게다가 우리가 익힌 알고 있는 <비너스이 탄생>은 또 어떠한가. 수없이 마주한 그림이었지만 볼 때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신성함이 느껴진다.

로마와 나폴리에서 만난 작품들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이탈리아의 예술의 흐름을 따라 고전에서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뜻깊은 미술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고 ‘프랑스 편’과 ‘북유럽 편’을 구입하게 되었다. 예술의 세계는 들여다볼수록 신비롭기만 하다.

더블북 @doublebook_pub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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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디폴트는 무엇입니까 - 내 기본값을 바꾸는 심리학
책그림(노태민) 지음 / 너를위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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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디폴트는무엇입니까 #노태민 #책그림 #you #서평 #책소개 #신간도서 #책추천 #도서협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나 역시 궁금했다. 동기부여가 되는 유튜브를 보고, 책을 많이 읽고, 지금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남들이 좋다는 것을 다 해봐도 누군가는 바뀌고 누군가는 종전과 같은 삶을 계속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자기계발 도서를 읽으면서 품었던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후자에 속해 있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도 단숨에 바뀌지 않는 현실이었다. 그 시간이 지지부진할수록 지쳐갔고, 포기할까 말까를 반복하는 갈등 속에서 더 나가질 못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저자는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그는 해냈고, 나는 할 수 없었던 그 차이를 만들어 낸 열쇠는 무엇일까.

저자는 저마다 기본적으로 설정된 값이 있다고 말한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숭배하는 것과 같은, 즉 어떤 상황 앞에서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것들 말이다. 어떤 디폴트를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과 다른 나, 지금과 달라진 삶을 원한다면 마음의 디폴트부터 바꿔야 한다고.

기존의 디폴트를 지우고 새로운 디폴트로 장착하면 눈빛이 변하고, 언어가 달라지고, 행동이 바뀐다. 그러나 종전의 디폴트는 늘 제자리로 자신을 돌려놓는다. 이 책은 어쩌다가 우리는 그와 같은 디폴트를 지니게 되었는지, 내가 지닌 디폴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낡은 디폴트의 작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지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변하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나의 가능성을 제한 하는 디폴트가 무엇인지 찾아내 지금보다 더 나은 나로, 성장하는 삶으로 이끄는 디폴트값으로 바꿔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살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하려할 때 하지 못할 핑계를 대곤한다. ~ 때문에하는 핑계는 이미 깔려있는 기본값 때문이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이유는 환경이나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을 해석해 내는 기본 설정값의 문제다. 닥친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반전된다.

1. 자기 디폴트 :나는 누구인가?
2. 세상 디폴트 : 세상은 어떤 곳인가?
3. 미래 디폴트 :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위의 핵심 3가지 디폴트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해석과 선택 그리고 감정을 낳는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세가지 문장에 답을 해보았다. 과거의 나라면 그 대답이 참 어두웠을 것만 같다. 내가 해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었고, 세상 밖은 너무나 위험하다고 느꼈으며, 앞으로의 내 삶은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다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나는 글 쓰는 간호사고/ 세상은 나에게 호의적이며 / 앞으로의 내 인생은 책을 쓰며 온전한 나로서의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로 완전히 다른 답을 내놓고 있었다.

실수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살았지만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힘들 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도 좋다는 거, 충분히 나를 위해 기대를 품고 살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디폴트를 갈아탔더니 현실과 미래가 지극히 긍정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딱히 부정적인 생각은 없는 듯하다. 도전 앞에 망설이던 내가 ‘일단 해보지 뭐. 이것도 다 경험이고 경력이다. 어차피 다 글이 된다’이런 마음의 회로가 작동한다. 이렇게 놓고 보니 디폴트가 나의 감정과 행동, 관계까지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게으르고 망가진 존재가 아니라, 낡은 디폴트를 지키기 위해 너무 열심히 버뎌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p64

책을 읽으면서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가 어떻게 달라져 있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고 망설이는 부분도 있지만, 예전만큼 강하게 달라붙어 선택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 같다. 가능하면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 낡은 디폴트와 새로운 디폴트 사이에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었다. 예를 들어, 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은 나에게 또 다른 글감이 될 거야. 언제든 나는 다시 도전할 수 있고 해낼 수 있어라고.

이 책은 내담자의 실제 사례를 들려주며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자신의 디폴트를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독자인 내가 내담자가 되어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물음에 답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가치를 찾았다.

‘나는 쓰는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며, 내가 쓴 글이 누군가의 삶을 다시 일으키길 바라는 가치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이다. 마지막까지 글 쓰는 할머니^^’

‘지금 당신의 디폴트를 한 문장으로 적어본다면?’

너를 위한 출판사@foryou_book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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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는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 90세 정신과 전문의가 깨달은 늙지 않는 마음의 비밀
이근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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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는단순하게사는게좋다 #이근후지음 #21세기북스 #도서협찬 #신간도서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에세이

다가올 ‘오십’이라는 나이에 걸맞게 살고 싶어 이 책을 펼쳤다. 살아 있는 모든 날들이 내게 처음이기에 매 순간이 새롭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살아낸 날들의 합으로 ‘다가올 오늘’을 한결같이 살아낼 수 있었다. 마흔이 저물어 가는 지금, 다가올 오십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 마흔은 ‘어쩌다 보니 맞이한 마흔’이었다. 준비 없이, 마흔이 되면 이전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품고 마흔의 시간을 보냈다. 다행인 것은 오십이 오기 전에 글을 썼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인정한다.

그러나 마흔의 끝자락에 이른 지금에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뭔가를 거창하게 일을 벌이기에는 위험이 따르고, 그렇다고 가만히 넋 놓고 있기엔 여전히 젊다는 사실이다. 체력이야 예전만 못하지만, 새로운 무대를 향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금이 아니면 더 느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해를 거듭할수록 선명해지는 듯하다.

그에 반해 <오십부터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는 삶을 초월한 도인을 만난 느낌이다. 이래라 저래라가 아니라 ‘~ 하면 더 낫지 않겠나’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90세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삶으로부터 깨우친 통찰과 지혜로 독자를 대하고 있었다. 겸손과 여유가 묻어나는 글 속에서 삶의 무게가 그리 가볍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도 나와 같은 불안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늘 삶의 저변에 깔고 있었던 듯하다. 단,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에 정신을 쏟다 보니 불안을 쉽게 감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딸 둘을 둔 엄마이기에, 육체적으로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던 시간을 통과한 후에야 나 자신이 보이고 내 삶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십이라는 나이를 목전에 두고서야 내 인생을 향해 내 손으로 잡아줄 용기가 생겼다.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덜 애쓰고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알기에 내 인생을 다른 이의 손에 끌려가도록 두고 볼 수 없었다.

저자는 오십을 살아가게 될 나에게 불안과 무기력, 돈과 관계, 욕심과 집착, 질병과 노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삶의 언어로 말해주고 있었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이 주는 문제들을 이미 통과한 어른이 다가올 세대를 향해 전하는 당부와 같았다. 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즐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더는 복잡하게 뭔가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덜어낼 것은 덜어내며 단순하게 사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굳이 삶에 불필요한 소음들을 부득부득 끌어안고 살아갈 이유가 없다. 앞으로의 나를 단단하게 잡아줄 수 있는 선택들로 삶을 재정비해야 하겠다.

90세 정신과 전문의로서 많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을 보여주기 위한 여력이 돋보인다. 저자는 ‘삶 전체로 보면 어느 때고 황금기가 아닌 때가 없다’고 했다. 지금 나이가 몇 살이든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황금기를 지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감정을 잘 다스리며 스스로를 다독여야 하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문득 문득 하게 된다. ‘잘 죽는 것도 복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질병도, 노화도, 죽음도 모두 다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노화’만큼은 스스로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화를 부추기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나를 소모하며 살지 않도록 가능한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쪽을 선택하겠다. 세월 앞에 장사 없지만, 나이 듦이 결코 나쁜 것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평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노력도 필요할 듯하다. 오십은 나 자신과 삶을 단정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다듬어 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읽는 쥬리 @happiness_jury 님이 모집한 선정되어 21세기북스 @jiinpill21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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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세계 -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오래된 감각에 대하여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나지윤 옮김 / 소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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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세계 #시라토리하루히코 #소용출판사 #도서협찬 #서평 #책추천 #신간도서 #책추천 #북스타그램 #

사랑이라는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어서 책을 펼쳤으나 오히려 나는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가진 그 무게는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의미는 오히려 더 모호해진 느낌이다. 저마다 사랑의 결은 다르기에 정의 내린 사랑은 제각각의 빛깔을 지니고 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것처럼, 사랑이란 무엇인가 역시 내 안에서 찾아야 할 또 하나의 세계였다. 불안을 기본값처럼 안고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사랑은 그 어떤 언어보다 절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불안할수록 우리는 사람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판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선이 생겨있다. 그 선을 넘으면 큰일 날 것처럼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은 이 모든 것을 허물 수 있고, 존재 그 자체를 어떠한 판단 없이 바라보게 하는 유일한 언어라도 생각도 해본다.

사랑에 빠지면 약도 없다는 말이 왜 생겨났겠는가. 오직 그 감정에 몰입하고 충실하기 때문에 계산이 없어진다. 이처럼 사랑은 타인에게로 들어가는 마지막 통로이자 인간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유일한 언어가 아닐까.

이 책의 후반부에 ‘자발적 고독’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 역시 ‘스스로 선택한 고독’속에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새벽이라는 고요함 속에서 홀로 나를 세워두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붙잡고 늘어진 시간이 있었다. 고요 속에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그 사랑이 다시 타인을 향해 흘러간다는 것도 깨달았다. 소음 속에서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지만, 고요함 속에 머물수록 짙어지는 것이 사랑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이전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일들까지 스스로 찾아서 하게 하는 힘이 있다. 고독은 몰입을 부르고 그 몰입은 뭐든 끝까지 해낼 용기를 주었다. 사랑은 고독 속에서 피어난 꽃이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나는 이미 사랑이라는 세계로 들어가는 방식을 살아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고독을 선택했나보다.

또한, 저자는 ‘자아가 없는 사람은 철저히 세속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이 말에 다시 멈춰 눈을 감았다. 무언가에 휩쓸려 가는 삶, 나의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에 맞춰 가는 삶을 말하는 것일까. 자아가 없는 사람은 철학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라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런 듯하다.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고, 남들이 몰리는 곳에 혹해서 따라가는 사람들 속에 나도 한때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으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스스로를 진실로 신뢰하고 사랑할 때 타인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그 시간을 통과하고서야 비로소 ‘자아’를 얻었다.

나는 <사랑이라는 세계>를 통해 내가 지나온 고독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고, 사랑은 단정적으로 답을 내릴 수 있는 개념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마다 스스로 통과해야만 닿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라고 여겨진다.

신문섭 작가님 @kbtechpos 장미꽃향기 @bagseonju534 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소용 출판사 @soyongbook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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