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불안을 잠재우는 노자의 말 - 2500년을 건너온 인생 수업
노무라 소이치다로 지음, 류휘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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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공자의 말보다 노자의 말이 더 깊이 와닿는다. ‘나다움’과 ‘나답게’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살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레 노자의 사상에 이끌리게 된다. 사회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청년기에는 공자의 가르침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예의와 규범을 따르고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하려는 노력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중년이 된 지금의 나는 오랜 시간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나를 돌보지 못했다. 관계에서 오는 피로는 식상해졌고 더는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만난 책이 바로 삶의 불안을 잠재우는 <노자의 말>이다.

노자는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의 지혜가 책에 담겨 있다. 외부의 기준보다 내 안의 소중함을 바라보게 하고 더 나아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가 정말 진실한 모습인지 돌아보게 한다. 때로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망각한 채 나 역시 내 기준에서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려 들지 않았는지 성찰하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노자의 말만 나열하여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학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직접 대입하여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먼저 일상의 고민을 독자에게 던지고 이어 노자의 원전 문장을 제시한다. 그리고 저자의 해석을 더해 오늘날 우리 삶에 맞는 의미로 다시 풀어내고 있다. 보통의 인문서는 이론과 개념 설명으로 시작되는 것에 반해 카멜레온, 마스크, 시계, 나팔바지, 태양, 백설기와 같은 친근한 일상의 키워드를 매개로 도덕경의 구절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그 뜻을 세상과 어우러지는 삶의 지혜로 연결한다.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고,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 되묻게 한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여서 읽는 내내 구구절절 참으로 맞는 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이 비도 언젠가는 그치겠지’라는 우산 사고고 관한 이야기가 한참을 마음에 머물렀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도 그때마다 와 닿는 구절이 다른 것은 그 책을 읽는 시기마다 나의 상황과 마음 상태가 이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날은 ‘끝이 보이지 않아 괴롭다면 : 우산 사고’에 깊이 공감했다. 개인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 하고 싶은 일에 제때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면 맥이 빠지곤 했었다. 그런데 이 한 줄 문장이 뭐라고 무겁게 안고 있던 감정들이 해소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 365일 내리는 비는 없지.’라며 ‘조금만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먼저 마무리해 놓고 나는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가면 되니까.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에 우선하자 마음먹고 나니 애초에 고민거리는 되지 않았다. 그제야 이 책의 진정한 가치가 느껴졌다.

노자의 말
‘말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고로 회오리바람은 아침을 넘기지 못하고 소나기도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한꺼번에 다 읽기보다 ‘매일 조금씩 읽는 도덕경’으로 접근하길 바란다. 급하게 국수라도 삼키듯 후루룩 읽어치우기보다 소제목 하나씩 곱씹으며 나를 돌아보고 삶에 적용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글을 읽고 깨달음을 얻었다 할지라도 그 깨우침을 일상으로 가져와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책을 읽은 시간이 너무 아깝지는 않을까.

동양북스 출판사 @dongyangbook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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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야 했던 모든 일이 감사한 날로 돌아올 거야
유안 지음 / 마음세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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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도 내가 선택할 수 있고, 태도 역시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 자체를 즉시 없앨 수 있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나 스스로 그 감정에 어떻게 반응할지, 어떤 관점으로 그 상황을 대할지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감정의 강도와 지속시간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상대적이다. 당장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아도 어떤 감정이든 평생 계속되는 법은 없다. 행복감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은 언젠가는 끝이 난다. 감정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슬픔의 심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정은 옅어져 다른 감정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감정을 일으킨 원인이 없던 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때 그렇게 분노하고 슬퍼하고 또는 기뻐 날뛰던 기분도 다른 형태의 감정으로 대체된다. 누군가와 이별했을 때의 상실감은 날카로운 고통 속에 나를 던져놓았어도 시간은 고통을 그리움으로, 그리움은 추억으로 돌려놓는다.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면 절망도 영원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살면서 겪었던 모든 일들이 그저 바람처럼 스쳐가는 무의미한 일들이 아니라 결국엔 감사한 일들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임을 깨달았다. 비록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그 비슷한 일들로 다시 아프게 되더라도 기필코 나는 감사의 나날 속에 살게 되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

‘안 좋은 마음 가져봤자 나만 손해다. 좋든 나쁘든 뭐가 되었든 인생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으로 나한테 좋은 것만 가져가자. 그거면 된다.’ p22

우리는 관계에 참 많이도 힘들어한다. 진즉에 끊어내야 할 인연임에도 불구하고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억지로 이어가는 관계가 있다. 쓸데없이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정작 신경 쓰고 살뜰히 보살펴야 할 좋은 사람은 뒷전으로 미루기도 한다. ‘저 사람은 내가 이렇게 해도 다 이해해 줄 거야’라는 마음은 혼자만의 착각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친절해야 하며,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상처를 받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인내심의 한계를 건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간과한다. 결국 이해해주던 사람도, 기다려주던 사람도 지치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도 없고, 좋아해 주길 바라서도 안 된다. 그저 물 흐르듯 관계를 지켜보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은 흘러간다. 위에서 아래서 흐르는 물을 역으로 돌려놓으려 애쓰면 애쓸수록 나만 힘들어진다. 나의 진심을 몰라주거나 일방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내가 지닌 한정된 에너지를 단 한 줌도 낭비하지 않도록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해야 한다. 함께한 정이 있어서 쉽게 끊어내기 힘든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아는 상대에게 나의 고삐를 넘겨주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내 삶에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착한 사람들만 남겨두고 싶다.

‘정이 많으면 갑자기 변하고 예측 불가능한 관계를 감당하는 것이 유독 괴롭다. 적당하기가 어려워서.’ p37

나는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나 사랑’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일과 관계를 지키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겪어봤기에 이제는 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일도 관계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를 함부로 대하면서까지 남의 일에 그리고 타인에게 나의 전부를 쏟아낼 것처럼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저자 역시 자기 사랑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자신의 경험과 함께 담담하고 조심스럽게 독자에게 건네고 있다. 그 마음이 어땠을지 알기에 더더욱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유안 작가는 우리가 살면서 겪은 일들의 공감대를 잘 이끌어내고 있다. 사람들과 쉽게 연결되는 세상에서 얼마나 쉽게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저자의 글을 통해 나의 감정을 다시 읽고, 내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아직 마음이 여물지 못해 미뤄왔던 일들이 얽힌 실타래 풀 듯이 천천히 풀리는 듯한 편안함을 준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람의 온기만큼 마음을 녹이는 것도 없지만, 사람에게서 기대하기 힘들다면 <겪어야 했던 모든 일이 감사의 날로 돌아올 거야>를 읽어보길 바란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심장이 다시 뜨거운 피를 뿜으면 뛰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시 잘할 수 있을 같고, 지금 시작해도 괜찮다는 긍정의 마음이 생길 것이다. 지나온 모든 일이 이 한순간의 깨달음을 위해 있었던 일들이라 생각하면 감사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하기 나름이고 마음 내기 나름이다. 자기 안의 굳게 닫힌 문을 이제는 열어도 된다는 신호이며 이 책이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마음세상 출판사 @maumsesang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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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큐레이션 리커버) 박경리 탄생 100주년 기념 큐레이션 리커버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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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김약국의딸들 #다산책방 #도서협찬

‘조선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 작품 속에서 통영은 더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곳은 자연의 평온함과 인간 삶의 고통과 갈등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그 풍경 속의 인물들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섬세하게 대비시켜 겉으로 드러난 세계의 모습과 내면의 실상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깊이있게 풀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김봉제와 김봉룡 형제의 집터를 묘사해 놓은 부분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을 두 형제이지만, 그 둘의 성격과 삶의 방식 그리고 인생 전체의 궤적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가족 간의 갈등과 인물들의 선택, 그 결과로 이어지는 비극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보며 공간과 인물들이 긴밀하게 엮어있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건을 마주하지 않고도 분위기와 풍경만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저자의 필력이 놀라웠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인간의 고통과 비극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와, 이래서 사람들이 박경리, 박경리 하는구나!’ 싶었다. 한국문학의 거장이라는 칭송은 가히 틀리지 않았다.

나의 첫 개인 저서가 세상에 나왔을 때 큰삼촌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축하한다. 우리 집안에 박경리 같은 작가가 나올지 누가 아냐! 책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영광이지. 열심히 하거라.” 이 책을 읽으며 그제야 알게 되었다. 큰삼촌께서 내게 얼마나 큰 칭찬을 하셨는지 말이다. 작가의 시선으로 이 책 한 권을 정말 아껴 가면서 읽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은 자괴감이 아니라 이참에 <토지>를 비롯한 그녀의 모든 작품을 독파해 보아야겠다는 뜨거운 열정으로 다가왔다.

이 소설의 구체적인 줄거리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김약국 집안의 마지막 남은 혈육 성수와 한실댁 사이에서 태어난 다섯 명의 딸 용숙, 용빈, 용란, 용옥, 용혜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김봉제와 김봉룡처럼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라도 성격이나 성품이 다르고, 각자의 길 역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다섯 딸들을 통해 당시의 여성이 결혼과 시집살이로 운명이 결정되며 한실댁이 딸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시대를 넘어 공감하게 되는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김약국 가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당시의 시대상은 물론 가족 내의 얽히고설킨 갈등과 여성들의 삶의 억압과 저항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삶은 관습 아래 억눌려 있었고,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제한되어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그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가고 성처를 안고 묵묵히 살아간다. 저자가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인간의 삶과 운명의 관계를 얼마나 깊고 무거운 고민을 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인물 한 사람 한 사람들의 감정이 살아있기에 마치 그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하나하나는 그 사람의 성격이 어떤지,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을 완벽하게 보여주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죽음을 통해 시대의 잔혹함을 드러내며 인물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우리가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했다. 가족사의 비극이 세대를 넘어 딸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 되는 듯해 마음이 무척이나 무거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용빈이라는 인물에게 끌렸는데, 그녀는 전형적인 가부장의 성격을 띄고 있는 아버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분명히 밝힐 줄 아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부모가 혼처를 정해주고 아버지의 말이 법이라 생각하며 살던 시대였다. 그런 아버지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직접적으로 반발하지 않는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인물이다. 그녀의 삶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읽는 내내 궁금했던 유일한 사람이라 하겠다. 비극적인 가족사를 통해 남성과 여성, 세대와 세대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일이 어려웠던 시절, 그로 인한 비극을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가족의 비극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 삶을 긍정하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인지 새삼 느꼈다.

사람은 살아있음의 진정한 의미를 물을 줄 알아야 하며, 남이 정해준 틀에 갇혀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살더라도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야 한다.

“지나간 일 말하믄 뭐하겠노. 다 팔잔 걸. 할 수 있나. 그래도 살아야제. 죽으나 사나.”

다산스토리 @dasan_story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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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계절
이루다 지음 / 마음세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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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작가의 글은 달팽이의 느린 발걸음을 닮아있다. 글이란 것이 그렇다. 경주마처럼 달리는 이들 속에서도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법을 깨닫게 한다. 저자 역시 글을 쓰면서 조울증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인생 계절을 건너는 법을 알게 된 듯하다.

책을 읽고 있으면 불안하고 조급했던 마음도 한시름 놓게 된다. 혹한의 겨울로 시작해 만물이 소생하는 봄으로 끝나는 책의 구성은 우리 인생은 ‘반드시 봄’일 거라는 따뜻한 희망과 기대를 품게 한다. 저마다의 계절이 어디에 머물고 있든, 결국엔 닿을 자기만의 봄은 분명 올 것이라는 저자의 봄햇살 같은 글이 멈춰있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초조한 내 마음에 한줌 볕으로 왔다.

글을 쓰면 느끼게 되는 활자 속에 담긴 감정과 생각들이 나와 어찌나 닮아있었던지, 작가는 쓰기의 가치를 온전히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글 속에 감춰진 작가의 간절함은 글이 된 삶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을 읽는 것보다 소유하고 싶었던 마음도, 종이에 잉크로 물든 활자 속에 담긴 사랑의 발견, 나라는 우주 안에 숨겨진 무한의 가능성, 쓰면 쓸수록 내게 달려오는 삶의 문장들, 쌉싸름한 커피 한 모금에 기운을 얻고 타자를 치는 경쾌함들이 낯설지 않아 반가웠고 애틋했다. 아껴두고 싶은 이 소중함들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하고 있다는 것은 저자나 나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한동안 깊은 감동에 머물러 있게 했다.

지금이 나는 책 한 권이 주는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몸이 두세 개라도 모자랄 바쁜 나날 속에서 읽는 책은 뙤약볕 아래서 마치는 냉수만큼 갈증을 해소해 준다. 그 어느 때보다 느린 독서로 돌아가 있다. <달팽이 계절>은 나를 다그치지 않았다. 이대로 있으면 늦다고, 남들은 이 순간에도 앞으로 가고 있다고 닦달하는 마음의 소란을 잠재운 책이다.

세상을 하루하루 더 살다 보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삶의 정석이 없듯 좋은 사람의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그럴 수 있지.’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준 눈빛으로 나도 또 다른 누군가를 보고 있다. 이해받지 못한 당신의 삶,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지. p164

타인의 다름을 비난하기보다 다정한 긍정의 시선으로 이끄는 ‘그럴 수 있지’란 마법의 단어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덜어낸다. 내가 누군가로 받았던 이해와 친절을 나에게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다시 타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살면서 종종 놓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보면 ‘이해받지 못할 삶은 없다’고 하겠다. 한동안 뽀족해졌던 마음이 뭉툭해지는 순간이다.

세상이 정해준 기준에 맞추려고 애쓴 자신을 향한 이해와 위로가 필요한 분들, 그리고 나처럼 나날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멈춰있는 것 같아 불안한 분들, 무엇보다 과정으로서의 행복이 주는 다정한 말들이 그리웠던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마음세상 출판사 @maumsesang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달팽이계절 #이루다지음 #에세이 #마음세상 #책추천 #책리뷰 #서평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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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 위대한 화가 22인이 숨겨둔 심리 지배의 비밀
안나 가브리엘르.윌리엄 케인 지음, 서경의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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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는당신을속이고있다 #윌리엄케인 #안나가브리엘르 #더궤스트

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거실 테이블 위에 표지가 보이도록 올려두기만 해도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정독도 좋지만 어떤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속은 만큼 재미있는 예술의 세계였다.

첫 장부터 흥미로웠고 그저 눈썹 없는 여인의 아름다운 미소 정도로 알고 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릠 속에 연인의 얼굴이 있다고 생각하니 한 사람의 로맨티스트로 다가왔고, 시각 신경의 허점을 이용한 과학적인 설계로 모나리자의 미소가 멀어질 때 더 생기있게 느껴진다는 사실은 그림도 하나의 살아있는 매개체로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다 경이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내가 본 모나리자의 미소는 어쩌면 진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명화는 우리에게 정교한 거짓말로 홀리고 있었다. 화가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착시가 지금의 모나리자의 미소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그 아름다움 모나리자의 얼굴에 제자 ‘살라이’의 모습이 있다고 생각하니 ‘오 마이 갓’이다. 100% 확신할 수 없지만 다빈치가 동성애자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모나리자를 바라보니 그 미소에 은밀한 비밀이 감춰진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들은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드러낸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포도주잔을 든 여인’의 부끄럽지만 당당한 미소 뒤에 반전은 그림 속 초상화에 박제된 남편의 시선이다. 소름 돋는 순간이라니!

‘벽에 걸려 말 못하는 남편이 여인의 행실을 꾸짖는 모습이라니. 이보다 절묘한 설정이 있을까?’ p138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언제 봐도 왠지 먹먹한 기분이 든다. 특유의 빛 처리로 소녀의 진주 귀걸이는 더욱 아름답고 영롱하기만 하다. 그러나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바로 소녀의 눈빛이다. 볼수록 애잔한 느낌이 든다. 진주는 소녀의 슬픔이 응축된 눈물일까. 나는 화가를 존경한다.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붓질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비롭다. 모든 것은 베르메르의 치밀한 계산이었리라.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끌렸던 화가는 바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였다. ‘샬롯의 레이디’는 볼수록 매력적이지만 자세히 볼수록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죽음이 가까워 있지만 그녀는 혼자다. 쓸쓸히 그녀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처연함이 오히려 가슴 아프기만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장하고 싶은 만큼의 강력한 끌림을 자아낸다. 테니슨의 시가 그림을 통해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왕자에 기대어 있는 클레오파트라는 한 눈에 보기에도 그 아름다움과 위엄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비스듬이 앉아 두 팔을 사자상에 얹은 모습은 세상 모든 것은 그녀의 발아래 있는 듯한 도도함이 엿보인다. 이토록 아름다운 권력을 봤나.

책 속에는 더 많은 거장들이 숨 쉬고 있고, 그들이 세상에 남겨 놓은 작품들이 품고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보는 재, 읽는 재미를 두루 다 갖추고 있는 이 책을 펼쳐 보지 않아도 책 표지가 잘 보이도록 두라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이 책은 화가들의 출생연도에 따라 구성되어 있어서 예술사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화가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이 그림을 통해 남겨 놓은 비밀스러운 뒷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접하게 되니 훨씬 쉽게 다가왔다. 거장들의 노련한 붓질이 남겨놓은 정교한 속임수에 기분 좋게 홀리고 싶은 분들이라며 망설임 없이 이 책을 펼쳐도 좋을 듯하다. 예술은 어렵고 뭔가 웅장하고 엄숙해야 할 것같은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들어 주었던 책이다.

더퀘스트 출판사 @thequest_book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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