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이탈리아 - 매혹적이고 낯선 이탈리아 명화의 초대 ㅣ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지안.이정우 지음 / 더블북 / 2026년 1월
평점 :
#미술관을빌려드립니다 #이탈리아 #이지안이정우 #도서협찬 #서평 #더블북 #예술 #미술관여행 #명화
이 책의 도입부에서 마주한 브레라 미술관의 나폴레옹 조각상에 대한 설명은 마치 예술 작품을 통해 역사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폴레옹이란 인물을 떠올리면 절대적 권력, 정복, 영웅 등과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예술가의 손을 통해 남겨진 그의 기억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 것일까. 침략자? 아니면 영웅?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밀라노, 패션, 명품이 먼저 떠올라 패션의 도시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느낀 건, 이탈리아가 패션으로 유명한 것 또한 오랫동안 조각와 회화와 같은 예술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깊이 들여다보며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상을 통해 인체의 비율을 세밀히 살피고 그러한 노력은 의상의 재단이나 실루엣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듯하다.
예술가의 작품에는 그 사람의 삶과 그 자신이 처한 사회적 배경이 고스란히 담긴다는 것을 께달았다. 예술은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감상을 넘어 한 나라를 다시 읽게 한다. 작품들이 모여 있는 예술의 공간은 한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시도에 거침이 없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자기만의 세계를 캔퍼스 위에 옮겨 놓았다는 사실에 절로 경외심이 든다. 저자들이 작품에 대해, 그의 생애에 대해 살뜰히 살펴 이끌어 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작품 하나하나에 눈길이 머문다.
그 작품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지를 알고 보니 정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의 이름은 내게 생소했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 하나하나가 작품을 친절하면서도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화가가 숨겨 놓은 디테일을 다시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조반니 세간티니라는 화가는 분할주의라는 신기법을 사용해 빛과 색을 표현했는데 그의 그림은 굉장히 아름답고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고,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을 줄까 궁금했다. 책으로 보는 이 감각을 훌쩍 넘어서는 웅장함이 왠지 가슴을 꽉 채울 것만 같았다.
반면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일그러진 우리들의 자화상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어두운 기운이 그림 속 축처진 어깨 위로 내려앉아 짖누르는 듯했고 눈동자 없는 눈은 공허하게 느껴졌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우리는 어쩌면 저마다의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피아첸차 편에서 만난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초상>에 관한 이중 초상화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미술학도의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해 그림 아래에 또 다른 그림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의 경위와 도난 당했다가 다시 돌아온 기적같은 귀환까지 그 여정이 다이나믹하다. 반면 경제적인 여유조차 없었던 화가들이 그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붓을 다시 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졌다. 예술의 운명과 예술가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피렌체로 건너갔을 때 또 한 번 눈을 반짝이게 한 작품은 치마부에의 <산타 트리니타의 성모>였다. 실제 금을 얇게 두드려서 완성한 작품으로 그 당시는 천 캔퍼스가 없었기에 나무 패널 위에서 안료와 금을 함께 다뤄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환희로 가득 찬 천상 세계를 바라보는 듯하다. 금빛의 영롱함이 압도적이다.
우피치 미술관의 보티첼리의 <봄>은 환상적이다.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의 기쁨이 화폭을 가득 채운다. 보자마자 ‘와’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저자의 해설을 읽기도 전에 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봄이 와 꽃이 만발하는 듯했다. 예술이 전하는 밀도가 이런것이구나 싶다. 게다가 우리가 익힌 알고 있는 <비너스이 탄생>은 또 어떠한가. 수없이 마주한 그림이었지만 볼 때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신성함이 느껴진다.
로마와 나폴리에서 만난 작품들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이탈리아의 예술의 흐름을 따라 고전에서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뜻깊은 미술관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시리즈가 있다는 것을 알고 ‘프랑스 편’과 ‘북유럽 편’을 구입하게 되었다. 예술의 세계는 들여다볼수록 신비롭기만 하다.
더블북 @doublebook_pub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