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쓰는 요양보호사입니다
김경화 지음 / 생각의빛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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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책쓰는요양보호사입니다 #생각의빛 #김경화지음 #서평

저자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다. 한 줄 책제목만으로도 내 마음을 오래 머물게 한다. 나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글을 쓴다. 돌봄의 현장은 달라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글로 다시 돌아오는 삶은 나와 닮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이야기는 이질적이거나 낯설지 않았다.

쉬운 삶은 없다. 그라나 그 힘듦을 배출할 출구가 있다면 인생은 그래도 살만하다. 저자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마주하는 어려움과 보람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손길에 기대야만 할 시간은 온다. 그 사실을 떠올리면 그들 역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교대 근무의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노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 애쓰는 마음과 그 경험을 글쓰기로 끌어올려 삶의 의미로 바꿔내는 힘이 느껴진다. 자신의 일과 삶을 쓴 일상의 기록이기 전에 글쓰기와 필사가 어떻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도망이 아니었고, 살기 위한 정면 돌파였다. 힘들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삶을 견디고, 살아내기 위해 쓴 글이었다. 돌봄의 현장에서 그녀의 노동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의 마음은 저자와 방향이 달라 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노인분들의 입장에 서 있으려는 태도는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나이가 든다고 모두가 너그러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또 하나의 진실에 와닿는다. 일선에서 마주하는 노인의 외로움의 농도가 짙을수록 질투와 불만은 듣기 거북한 언어와 행동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나도 노인이 되면 보기 흉한 감정에 휩싸여 있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생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이 책을 읽으며 떠올려보며 다짐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어른다운 노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요양보호사라는 직업만으로 한 사람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어떤 직업을 가졌는가보다는 그 직업을 어떻게 살아내는가가 한 사람을 빛나게 한다. 내게 감동을 준 건 요양보호사로 살아가는 힘겨운 여정 속에서도 그녀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간호사로 살지만 쓰는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처럼. 쓰지 않았다면 온전한 존재로 거듭날 수 없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녀의 글쓰기는 내게 때로는 처절하고 경이롭다.

요양보호사의 이야기 이전에 이 책은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존엄에 관한 기록이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저자의 고백은 따뜻한 위로이면서 동시에 나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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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괜찮은 정오
정오 지음 / 작은별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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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괜찮은정오 #정오 #에세이 #작은별

책표지를 보면 ‘정오’에 대한 감이 온다. 정오를 떠올리면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 그리고 눈부신 빛, 선명하지만 짧아진 그림자를 떠올리게 된다. 책 표지의 한 장면은 잠시 멈춘 일상의 한 가운데를 보여주는 듯했다. 아침처럼 설레거나, 저녁처럼 마무리되지 않은 시간의 중간쯤이랄까. 하루 중 가장 밝은 시간 같지만, 오전과 오후 그 사이에서 적당히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 책은 살면서 우리가 통과한 시간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법한 감정들을 건드린다. 인생에서 펼쳐진 아주 사적인 삶을 글로 옮겨 놓는 일이란 그 자체로 용기 있는 일이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신학대학원과 십자가 아래에서 벌어진 아버지의 사기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과 신성한 공간이 교차하는 문장 안에서 씁쓸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저자는 ‘

고개를 드니 저 멀리 교회 지분 위 십자가가 보였다. 목돈을 투자하면 돈을 불려주겠다고 말하던 사람이나 그 말을 듣고 전 재산을 가져온 사람이나, 신학대학원이 참 잘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P49)라며 비난 대신 다소 냉소적이면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 건조함이 오히려 깊게 남았다. 빛과 그림과가 함께 존재하는 시간. 삶의 정오.

엄마의 관계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딸의 마음이 느껴졌다. 엄마의 팔에 남은 상처와 멍자국을 보며 얼마나 울컥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요양 병원에서 노인분들을 케어하며 그들의 손아귀 힘에 못 이겨 생긴 흔적들임을 왜 모르겠는가. 대수롭지 않은 듯 좀 더 조심하라는 다소 퉁명스러운 말로 엄마의 삶을 지켜주는 그 마음에는 사랑과 미안함이 묻어 있다. 알지만,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진짜 말은 사랑이다. 우리는 종종 사랑에 정직하지 않고 또 다른 언어로 빗겨 말하곤 한다.

자기 크기만큼 살려는 태도는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화가 날 때 걷는 것, 책을 읽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남편과 어설픈 요리를 하며 소박한 행복을 찾는 일. 또한 툭종보다 한 꼭지의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삶으로부터의 깨달음. 이 모든 것들의 고백에서 저자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삶을 타인의 잣대에 두지 않고 나를 인정하며 주어진 삶에 충실 하려는 움직임은 저자가 말하는 ‘정오’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저자는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가장으로서 버텨야만 했던 시간들 속에서, 그리고 기자로서 소명을 다해야 하는 가운데 따라주지 않는 현실과 직장 상사의 꼰대짓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행복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지만, 정작 우리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얼마나 둔감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더 나아가 출산과 생계, 꿈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갈등과 동시대의 고민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층의 사고를 엿볼 수 있었고, 그들의 불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행복을 통해 자신의 기쁨을 발견하는 마음을 지나치지 않았다. 꽃이 저자의 삶에 숨구멍이 되어 주듯, 자신이 누군가에게 건넨 작은 마음이 다시 자신을 살게 하는 힘이 된다는 믿음을 만들어 낸다. 자기 안의 선을 꺼내쓸 줄 아는 사람은 언제든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후반부에 가까워질수록 더 좋았던 책이다.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을 통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갈망하던 때가 있었다. 저자가 꺼내든 ‘한 달 살기’ 로망 역시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바라던 로망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저자는 누군가의 한 달 살기를 ‘지금 눈앞의 한 달 살기’로 시선을 돌린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내게 주어진 한 달을 차곡차곡 잘 살아내는 일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임을 돌아보게 한다. 예고 없이 찾아온 좋은 일과 나쁜 일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잘 적응하고, 그 순간을 매일 찾아오는 정오처럼 일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인생에도 정오가 있다면 바로 지금일지 모른다. 나는 이미 많은 시간을 지나왔지만, 아직 거쳐야 할 시간이 남아 있다. 화려하거나 눈부신 나날이 아니어도 괜찮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적당히 나를 지키며 서 있는 그 자체로 충분할 수 있다.

p256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언제나 망설임 없이 ‘행복’이라고 답하면서도 몰랐다. 미처 알지 못했던 것. 나의 행복이 전부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이 나를 통해 행복한 얼굴을 하는 것, 그 또한 커다란 행복이었다.

정오 작가님 @work.walk.write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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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 인생을 바꾼다면 - 충만한 삶으로 나아가는 13가지 질문
타트야나 슈넬.킬리안 트로티어 지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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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가인생을바꾼다면 #타트야나슈넬 #킬리안드로티어 #김영사

연결은 쉬워졌지만 관계는 줄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핸드폰 하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이들과도 언제든 쉽게 연결된다. 예전같으면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물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눈빛의 온도와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 또는 대화 중 잠깐의 침묵까지 느껴보는 일에서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쉽게 연결되는 존잭 되었지만 깊은 관계를 이어가는 일에 서툰 존재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사람은 많아도 정작 내 마음을 열어줄 사람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은 비어가는 듯하다. 뭔가를 계속 채워 넣어도 허한 느낌이 든다.

‘기댈 곳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에 나는 부인할 수 없다.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나를 붙들어 줄 그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닐까. 이것은 사람이기 전에 내 안을 가득 채워 내가 나를 의지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하는 갈망이 들 때쯤 나는 <의미가 인생을 바꾼다면>이라는 책을 만났다.

저자는 오랜 시간 연구를 통해 의미의 다양한 원천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남은 인생을 어디에 집중해서 살아야 할지 깊은 사유의 장을 열어주었다.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철학적으로 인생을 접근하며 신선한 깨달음과 통찰을 동시에 안겨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안에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왠지 모를 의욕이 솟고, 마음이 환해지는 듯했다. 또한 행복보다 삶의 의미를 먼저 우선순위에 두면 몸도 마음도, 행복도 다 뒤따라올 것만 같은 기대감도 생겼다. 충만한 삶이란 자기 삶의 의미를 깨닫고 소명에 따라 사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삶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를 찾고 그 만족도 역시 높다고 한다. 인생을 닥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더 활기차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의 기쁨은 내가 누리는 일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 크기가 결정된다. 행복을 추구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데 무게를 두는 삶을 살아야겠다. 의미 없는 삶이 행복할 리 없으니까. 큰 산과 같은 어려움에 처했더라도 그 상황을 이겨내고 나면 이전보다 더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듯 의미는 항상 밝은 면을 비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돈과 명예가 갖춰진 후에 내면을 찾아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나의 경험상 그렇지 않았다. 책 속에서 ‘최상주의’와 ‘만족주의’에 관한 대목은 지난 시간을 거쳐온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20년 이상을 간호사로 살아온 나에게 직급과 그에 맞는 급여는 나의 자존심, 인정, 숙련된 스킬, 책임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병원의 위기로 맞이한 뜻밖의 실직은 지금까지 내가 믿고 살아왔던 정제성을 흔들어 놓고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춰 놓았다.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 무너지는 것 같아 두려움과 덧없음이 교차했다. 하지만 나는 그 헛헛함과 공백 속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다시 간호사의 삶은 지속될테지만 이전의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비교와 경쟁 속에 더는 나를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책에서 말했듯이 최상주의자는 외적 동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 나은 조건, 더 높은 위치, 인긴이기에 나 역시 그러한 것들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느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베스트셀러 작가처럼 글을 잘 쓰려는 목적보다 글을 쓴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았고 그 변화가 내 삶을 지탱해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족주의자는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받아 들이는 사람이다. 완벽한 길을 찾기 보다 자신이 수용가능한 기준에 따른다. 그리고 자신이 이룬 것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글을 쓰면서 남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한다. 그랬더니 어제보다 괜찮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하며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었다. 돈과 명예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말들은 내려놓기 힘든 가장 어려운 진실이다. 그러나 내적으로 충만한 삶을 경험한 후에는 그조차 헛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나는 최상주의자에서 만족주의자의 삶으로 옮겨 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더는 좋아보이고 빛나는 것에 휘둘리지 않고 쫒아가지 않는다. 오늘을 허비하지 않고 그저 지금의 내 삶을 실히 살아가는 데 의미를 두고 살기 때문이다. 나의 아지트에서 글을 쓰고 있을 때 나는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경쟁 속에서 올라가느라 애쓰는 삶 대신 지금 이 순간, 내 삶 속에서 깊어지려는 선택은 살아갈 날들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20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최고의 의미 원천을 많은 사람들이 ‘생성성’에 두었다. 또한 중년에 처리해야 할 과제 역시 생성성이라고 했다. 에릭슨은 생성성을 ‘사랑을 미래로 데려간다’라고 말했다. 다소 추상적인 이 말에서 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써서 내 아이에게 남겨 주고 싶다는 이 소박한 마음과 함께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이쯤 되니, 글쓰기는 내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당장의 성취보다 오래 남을 가치를 보며 사는 삶이 의미를 만든다.

저마다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의미를 찾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바로 방황을 잃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며, 13가지 질문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급하지 않게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하루에 한 가지 질문에 깊이 생각하고 답해보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다.

김영사 @gimmyoung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도서협찬 #책추천 #강력추천 #책리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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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적인 능력 - 경험 빈곤 시대,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12가지 능력
그레이엄 리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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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인간적인능력 #그레이엄리 #안진이옮김 #더퀘스트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던져본 질문은 ‘인간다움의 본질이란 무엇일까?’였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왜 우리는 다시 ‘인간다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I가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고 의료기기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보험 약관 속 로봇수술에 관한 항목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SNS, 메신저,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쉽게 연결되고 정보는 넘쳐난다. 세상의 편리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우리는 사유라는 것을 하고 있는 존재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기술의 편리함 속에 익숙해진 나머지 판단을 기계에 맡기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흐려지고 있다. 우리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우리도 모르게 기계에게 넘겨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과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연히 보여준다. 그러나 인간다움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

우리 인간은 타고나기를 무엇인가를 습득하고 갈고 닦아 탁월함에 이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 인류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한계를 넘어선 문명의 발전을 이뤄왔다는 사실에 경이를 표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첨단 기술이 아니었어도 인간은 정교하고 불가사의한 업적을 이뤄냈다. 치밀한 사유의 세계라든가,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 예술과 철학에 이르기까지 깊이 닿아보면 인간이 본래 지닌 능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할 수 있다. 인간의 가능성과 능력이 확장된 결과물이 기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AI와 첨단 기술 시대 속에서도 무심히 일어가는 인간 고유의 능력 즉 길찾기/ 움직이기/ 대화하기/ 혼자있기/ 읽기/ 쓰기/ 그리기/ 만들기/ 기억하기/ 꿈꾸기/ 생각하기/ 시간인식 이렇게 12가지를 짚어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길찾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첫 장은 길찾기, 즉 GPS와 네비게인션 의존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는 폴리네시아의 항해술을 서두로 문제이식을 일깨운다. 태양과 별 그리고 해류과 파도의 흐름을 읽으며 드넓은 바다를 건너던 이들의 감각은 인간이 지닌 능력이 얼마나 정교하고 뛰어난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언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코쿤의 휴대폰 없이 살기편이 생각났다. 네이게이션을 켜지 않고 아버지 집까지 가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평소 같으면 무난히 갔을 길을 바짝 긴장한 상태로, 추월 한번 없이 온 정신을 집중해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디로 가야 할지 우왕좌왕하면서 이정표를 보면서 가는 게 살면서 처음이라고까지 말했던 장면은 뇌리에 깊이 남았다.

GPS와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자동차를 운전해 목적지까지 스스로 갈 수 있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어릴 적 삼촌과 함께 설악산으로 가족 여행을 갔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 속의 삼촌은 지도를 꺼내 들고 있었고, 길을 가다가 헷갈릴 때면 잠시 정차 후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 과정에서 낯선 이들과 통성명을 하며 도움을 받기도 했었다. 나는 차 안에 앉아 있으면서 저렇게 말만 듣고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이었다. 지금은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네비게이션은 미리 가야 할 목적지를 찍으면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 얼마 정도에 무엇이 있고, 어디에서 좌회전과 우회전을 해야 하는지, 어디쯤에 유턴 자리가 있는지 미리 알려준다. 네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에 반응하며 갈 뿐이다. 책에서 말했듯이 이런 편리함에 의존하다보면 공간을 인지하고 방향을 감각하는 능력이 점차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회복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놓았으니 참고로 하면 좋을 것 같다. 한 번쯤 코쿤처럼 전자기기로부터 멀어져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이어 내가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읽기’와 ‘쓰기’ 그리고 ‘생각하기’였다. 지금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일의 의미에 깊이 들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장은 몰입해 읽었다. 오늘날의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겁색하고 캡쳐하기도 하고 어렵지 않게 저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사유를 거쳐 기록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책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존 디가 남긴 여백주석, 손가락 주석, 비망록에 관한 이야기였다. 특히나 비망록관한 이야기는 마음을 사로 잡았다. 글 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이기에 비망록은 메모이기 전에 나의 생각을 좀 더 입체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을 쓸 때 유용한 글감 창고가 되고 사유의 뿌리가 될 공간으로 쓰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에머슨도 비망록을 글쓰기의 아이디어 창고로 활용했다고 한다. 쓰지 않으면 사라졌을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습관덕분에 그의 사상과 남겨진 문장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으니 더더욱 신뢰가 간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는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기록을 넘어서고 있었다. 인체를 해부한 스케치와 건축 설계도, 철학적인 단상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든 시각적 사유의 장이었다. 나는 타이핑 필사와 손필사를 함께 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사유를 통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그 능력을 어떻게 키워가야 할지 그 대안까지 말해 주고 있어서 독자로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더퀘스트 출판사 @thequest_book 오케스트라 3기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이토록인간적인능력 #그레이엄리 #안진이옮김 #더퀘스트 #서평 #도서협찬 #책리뷰 #책추천 #북스타그램 #오케스트라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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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두렵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 것 - 고전의 샘에서 길어 올린 품격의 언어
김이섭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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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두렵지않은어른이된다는 것 #김이섭지음 #스노우폭스북스 #서평


사람들과의 대화가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을 살면서 말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마음을 복구할 수 없는 폐허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애초에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말의 무게를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쉽게 던지고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말이 두렵지 않은 어른,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오르지 못했나 보다. 여전히 말은 어렵고, 내 마음을 통과해 다른 이의 마음에 닿기까지 힘겹기만 하다. 누군가의 말에 날이 세워지고, 침묵을 하게 된다. 상처받기 쉽게 깨지기 쉬운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책을 통해 나를 조금씩 단련하는 법을 배워가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받지 않는 어른은 없다. 단, 그 상처를 끌어안고도 내 안의 말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사람에게서 나는 기운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말이 아니라 태도에서,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반복된 삶에서 품격은 배어납니다.’ P195

이 문장은 나를 멈춰 세웠다. 말을 잘하고 싶은데 급급한 나머지 내 안에 무엇을 품고 사는사람인지 깊이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다. 말은 입술을 벗어나면 다시 주워 담지 못 한다. 그러나 자기 안에 품은 것들은 순간의 산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온 반복된 생각과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밖으론 나오는 것들은 내 안에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쉽게 약속하지도 말고, 쉽게 미래를 말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기다리고 또 기다릴테니. 기다림이 무너진 순간 신뢰는 깨지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사람의 패턴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곤 한다. ‘언젠가는’ 이라는 막연한 말로 발을 묶어 두고,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한결같은 사람인양 오히려 기다림에 지친 사람이 결국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린다.

“말이면 다야?”라는 말을 예전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말은 말로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상대를 억울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말임을 뒤늦게 알았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은 비슷한 기운을 품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 태도에서 드러나고 행동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꾸며낼 수 없다. 원래 그 사람이 품고 살아온 것들임을 간과했다.

이 책이 나를 건드린 것은 바로 내 안의 언어와 생각을 조심하라는 메시지였다. 마음 속에서는 이미 쉽게 판단하고, 쉽게 단정짓고, 쉽게 기대한 나의 생각들, 말은 곧 그 사람의 머릿속 생각 그림자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말을 고치려 하기 전에 내 안의 언어부터 돌아봐야 겠다. 누군가를 기다리게 할 일이라면 더 신중했어야 하고, 책임질 수 없다면 처음부터 입밖으로 내지 말아야 한다. 말이 두렵지 않은 어른은 말의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안의 생각을 함부로 방치하지 않는 태도를 기르는 사람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 안의 정리되지 않은 많은 생각들이 말을 두렵게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말을 줄이기보다 내 생각을 먼저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말을 하면서 상대도 그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자기 안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언어를 마구잡이로 밖으로 쏟아내니 사달이 나는 것이다. 말은 입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착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말은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말은 설득이 아니라 변명이며, 책임질 수 없는말은 약속이 아니라 던져본 미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내 언어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지게 한 책이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은 말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이 두렵지 않은 어른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닐까.

스노우폭스북스 @snowfoxbooks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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