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두렵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 것 - 고전의 샘에서 길어 올린 품격의 언어
김이섭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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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대화가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을 살면서 말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마음을 복구할 수 없는 폐허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애초에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말의 무게를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쉽게 던지고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말이 두렵지 않은 어른,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오르지 못했나 보다. 여전히 말은 어렵고, 내 마음을 통과해 다른 이의 마음에 닿기까지 힘겹기만 하다. 누군가의 말에 날이 세워지고, 침묵을 하게 된다. 상처받기 쉽게 깨지기 쉬운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책을 통해 나를 조금씩 단련하는 법을 배워가는지도 모르겠다. 상처를 받지 않는 어른은 없다. 단, 그 상처를 끌어안고도 내 안의 말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을 품고 사느냐에 따라 사람에게서 나는 기운도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말이 아니라 태도에서,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반복된 삶에서 품격은 배어납니다.’ P195

이 문장은 나를 멈춰 세웠다. 말을 잘하고 싶은데 급급한 나머지 내 안에 무엇을 품고 사는사람인지 깊이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다. 말은 입술을 벗어나면 다시 주워 담지 못 한다. 그러나 자기 안에 품은 것들은 순간의 산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온 반복된 생각과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밖으론 나오는 것들은 내 안에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쉽게 약속하지도 말고, 쉽게 미래를 말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기다리고 또 기다릴테니. 기다림이 무너진 순간 신뢰는 깨지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사람의 패턴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곤 한다. ‘언젠가는’ 이라는 막연한 말로 발을 묶어 두고,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한결같은 사람인양 오히려 기다림에 지친 사람이 결국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린다.

“말이면 다야?”라는 말을 예전에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말은 말로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상대를 억울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말임을 뒤늦게 알았다.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은 비슷한 기운을 품고 사는 사람일 것이다. 태도에서 드러나고 행동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꾸며낼 수 없다. 원래 그 사람이 품고 살아온 것들임을 간과했다.

이 책이 나를 건드린 것은 바로 내 안의 언어와 생각을 조심하라는 메시지였다. 마음 속에서는 이미 쉽게 판단하고, 쉽게 단정짓고, 쉽게 기대한 나의 생각들, 말은 곧 그 사람의 머릿속 생각 그림자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말을 고치려 하기 전에 내 안의 언어부터 돌아봐야 겠다. 누군가를 기다리게 할 일이라면 더 신중했어야 하고, 책임질 수 없다면 처음부터 입밖으로 내지 말아야 한다. 말이 두렵지 않은 어른은 말의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안의 생각을 함부로 방치하지 않는 태도를 기르는 사람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 안의 정리되지 않은 많은 생각들이 말을 두렵게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말을 줄이기보다 내 생각을 먼저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말을 하면서 상대도 그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자기 안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언어를 마구잡이로 밖으로 쏟아내니 사달이 나는 것이다. 말은 입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착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말은 ‘이해’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말은 설득이 아니라 변명이며, 책임질 수 없는말은 약속이 아니라 던져본 미끼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내 언어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지게 한 책이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은 말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이 두렵지 않은 어른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닐까.

스노우폭스북스 @snowfoxbooks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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