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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적인 능력 - 경험 빈곤 시대,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12가지 능력
그레이엄 리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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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던져본 질문은 ‘인간다움의 본질이란 무엇일까?’였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왜 우리는 다시 ‘인간다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I가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고 의료기기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보험 약관 속 로봇수술에 관한 항목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SNS, 메신저,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쉽게 연결되고 정보는 넘쳐난다. 세상의 편리에 익숙해져가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우리는 사유라는 것을 하고 있는 존재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기술의 편리함 속에 익숙해진 나머지 판단을 기계에 맡기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흐려지고 있다. 우리 인간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우리도 모르게 기계에게 넘겨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과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연히 보여준다. 그러나 인간다움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능성을 모색하게 한다.
우리 인간은 타고나기를 무엇인가를 습득하고 갈고 닦아 탁월함에 이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 인류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한계를 넘어선 문명의 발전을 이뤄왔다는 사실에 경이를 표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첨단 기술이 아니었어도 인간은 정교하고 불가사의한 업적을 이뤄냈다. 치밀한 사유의 세계라든가,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 예술과 철학에 이르기까지 깊이 닿아보면 인간이 본래 지닌 능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할 수 있다. 인간의 가능성과 능력이 확장된 결과물이 기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AI와 첨단 기술 시대 속에서도 무심히 일어가는 인간 고유의 능력 즉 길찾기/ 움직이기/ 대화하기/ 혼자있기/ 읽기/ 쓰기/ 그리기/ 만들기/ 기억하기/ 꿈꾸기/ 생각하기/ 시간인식 이렇게 12가지를 짚어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길찾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첫 장은 길찾기, 즉 GPS와 네비게인션 의존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는 폴리네시아의 항해술을 서두로 문제이식을 일깨운다. 태양과 별 그리고 해류과 파도의 흐름을 읽으며 드넓은 바다를 건너던 이들의 감각은 인간이 지닌 능력이 얼마나 정교하고 뛰어난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언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코쿤의 휴대폰 없이 살기편이 생각났다. 네이게이션을 켜지 않고 아버지 집까지 가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평소 같으면 무난히 갔을 길을 바짝 긴장한 상태로, 추월 한번 없이 온 정신을 집중해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디로 가야 할지 우왕좌왕하면서 이정표를 보면서 가는 게 살면서 처음이라고까지 말했던 장면은 뇌리에 깊이 남았다.
GPS와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자동차를 운전해 목적지까지 스스로 갈 수 있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어릴 적 삼촌과 함께 설악산으로 가족 여행을 갔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 속의 삼촌은 지도를 꺼내 들고 있었고, 길을 가다가 헷갈릴 때면 잠시 정차 후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 과정에서 낯선 이들과 통성명을 하며 도움을 받기도 했었다. 나는 차 안에 앉아 있으면서 저렇게 말만 듣고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이었다. 지금은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네비게이션은 미리 가야 할 목적지를 찍으면 도착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여준다. 얼마 정도에 무엇이 있고, 어디에서 좌회전과 우회전을 해야 하는지, 어디쯤에 유턴 자리가 있는지 미리 알려준다. 네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에 반응하며 갈 뿐이다. 책에서 말했듯이 이런 편리함에 의존하다보면 공간을 인지하고 방향을 감각하는 능력이 점차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회복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해 놓았으니 참고로 하면 좋을 것 같다. 한 번쯤 코쿤처럼 전자기기로부터 멀어져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에 이어 내가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읽기’와 ‘쓰기’ 그리고 ‘생각하기’였다. 지금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일의 의미에 깊이 들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장은 몰입해 읽었다. 오늘날의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겁색하고 캡쳐하기도 하고 어렵지 않게 저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사유를 거쳐 기록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책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존 디가 남긴 여백주석, 손가락 주석, 비망록에 관한 이야기였다. 특히나 비망록관한 이야기는 마음을 사로 잡았다. 글 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이기에 비망록은 메모이기 전에 나의 생각을 좀 더 입체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글을 쓸 때 유용한 글감 창고가 되고 사유의 뿌리가 될 공간으로 쓰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에머슨도 비망록을 글쓰기의 아이디어 창고로 활용했다고 한다. 쓰지 않으면 사라졌을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습관덕분에 그의 사상과 남겨진 문장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으니 더더욱 신뢰가 간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는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기록을 넘어서고 있었다. 인체를 해부한 스케치와 건축 설계도, 철학적인 단상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든 시각적 사유의 장이었다. 나는 타이핑 필사와 손필사를 함께 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사유를 통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인간의 본성을 일깨우고 그 능력을 어떻게 키워가야 할지 그 대안까지 말해 주고 있어서 독자로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더퀘스트 출판사 @thequest_book 오케스트라 3기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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