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주 미술 여행 - 카이로에서 뉴욕까지, 일곱 도시의 미술관을 따라 떠나는 예술 여정
오그림 지음 / CRETA(크레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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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이나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은 사람도 아니고, 작품 이름이나 화가의 이름과 생애를 줄줄 외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하기에 이 책을 서평하고자 했을 때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었다. 혹여 내 서평이 이 책에 누가 될까 봐. 이런 마음은 읽는 내내 내 생각의 끝을 붙잡고 있었다. 아마도 내 무의식에는 예술은 어렵고, 그 해석을 더더욱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탓이리라.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고 있는 것은 맞는 걸까?’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이 미술 여행의 깊이에 가 닿긴 한 걸까?’
읽고 있지만, 영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끝 무렵에 다다랐을 때 깨달았다. 이 책은 예술가를 위한 책이 아니구나. 미술에 깊은 통찰이 없어도 미술이라는 낯선 세계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과 함께 평소에 볼 수 없던 작품들과 미술관들을 저자의 눈길과 발길 따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새 나도 빠져들어 이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세계 일주 미술 여행>는 총 6개국, 7개의 도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와 룩소스에서 시작해 피렌체, 파리, 도쿄, 빈, 뉴욕까지 공간을 이동하는데 이것은 의미 없이 건너가는 이동이 아니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또 다른 세상과 시대로 연결해 주는 마법통로’라고 밝혔듯이 이 책 한 권을 읽고 덮었을 때 작품을 바라보는 나름의 확장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카이로와 룩소르 편에서는 투탕카멘의 피라미드의 발견과 황금마스크 투탕카멘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죽어서 더는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을 살아가는 나 역시 문득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내 흔적을 누군가는 기억해주길 바라며 글을 쓰듯 당대의 사람들이 영원히 붙잡고 싶었던 것은 권력과 부 이전에 한때 존재했던 나에 대한 영원한 기억었을까.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는 사후세계로 가기 위한 화려한 장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 세상에 남았으면 하는 간절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피렌체편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바뀐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그림 <비너스의 탄생>과 <성 섬위일체> <베일을 쓴 여인>은 서로 다른 주제이긴 하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느낄수 있었던 작품이다. 인간의 몸과 감정을 담아내기 시작한 르네상스의 예술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피렌체에서 피어난 예술 그 뒤에는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역시 위대한 예술은 혼자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리편에 이르렀을 때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하나의 얼굴로 정리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더 기대되었다. 역시나 베르사유 궁전은 화려함과 함께 권력의 힘을 잔뜩 품고 있었다. 거대했고, 압도적이었다. <마담 퐁파두르>는 아름답고 우아했으며, <그네>라는 작품은 가벼우면서 유희적이었다. 화가의 그림을 통해 나타난 한 시대적 흐름은 권력가 미가 분리되어 있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시대가 흘러도 ‘아름다움은 곧 힘이다’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는 것 같다. 또한 지베르니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네의 사진은 인상적이었다. 모네의 그림만 볼 때와 사뭇다른 느낌이었다. 위대한 화가의 모습이라기 보다 매일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림을 그리고자 붓을 들었을 노동자의 모습이 지나갔다. 거장은 화려한 장소에서 태어나지 않나보다. 모네의 작업실은 소박했으며, 고흐의 방은 비좁고 고요했다.

도쿄에는 서양미술관이 있었다. 로댕, 모네, 르누아르와 같은 익숙한 이름들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에 낯설지만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에 간다면 이곳을 먼저 들러보고 싶을만큼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빈편에서 만난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 <사계절 연작>에서는 인간의 삶과 모습이 계절의 변화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클림튼의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은 화려함 속에서도 단단한 시선이 느껴졌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작품들을 일일이 서평으로 다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런 생각을 하니 저자 또한 이 책 한 권에 다 담아낼 수 없었던 그 마음 또한 느껴지는 듯했다. ‘예술작품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구나’를 느꼈다. 카이로에서 시작해 벌써 도쿄 그리고 빈과 뉴욕까지 오다니 뭔가 가슴 벅차다. 이 책은 지루하지도 어렵지도 않게 작품의 세계를 시대적 배경과 작품 이면에 놓여진 작가의 상황을 절묘하게 이어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 가졌던 우려는 어디가고, 저자와 함께 세계 곳곳을 누비며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여행 온 듯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간만에 꽤 만족스러운 방구석 미술여행이었다.

@gbb_mom 단단한 맘님의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creta0521 크레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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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들 - '완성'을 향한 김연경의 생각
김연경 지음 / 가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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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나를위해해야하는것들 #김연경지음 #가연출판사 #완성을향한김연경의생각 #배구선수 #에세이 #서평 #도서협찬 #책추천 #신간도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리뷰

한 사람의 성공 뒤에는 그 자신만이 아는 모래 위 사막 같은 시간이 있다. 오아시스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의 밀도를 그 자신만큼 잘 아는 이도 없다. 이 책은 인간 김연경에서 배구선수 김연경의 시간까지 두루 살피며 한 개인이 정상에 오르기까지 감내해야했던 시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녀는 겸손이 뭔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모든 영광의 순간을 자기 안에 가두기보다 그 공을 ‘모두’에게로 돌릴 줄 아는 지혜롭고 현명한 인간 김연경이었다. 어느 한 영역의 정상에 오른 이의 숨은 시간은 감히 짐작하지 못할 수준의 노력과 아픔이 공존하는 세계였다. 그 시간을 버틴 자에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이란 복은 하늘이 다 끌어다 준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는 일들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끼거나 일이 잘 풀린다면, 반드시 나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친절과 배려를 입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 한 사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이루는 성과의 이면에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도움이 작용한 경우가 많다.’ p273

어린 시절의 배구선수 김연경은 불안하고 걱정에 휩싸일수록 몸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답이라는 것을 일찍이 깨닫았던 것 같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자신이 처한 현실을 탓하지도 않았다. 그저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오늘 할 수 있는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길이 사라진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답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통과해야만 얻는 것이 있다. 안개가 자욱할 때 아무리 발버둥쳐도 뭔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 하지만, 기다리면 안개는 저절로 사라진다. ‘인내’라는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시간을 어떤 자세로 기다리느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일깨워 주고 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창밖 너머의 어둠과 가로등 불빛만이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새벽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내일의 새벽은 고요가 아닌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할 것 같다. 새벽 5시 30분, 까치집이 된 머리를 하고 어스름한 새벽빛에 의지해 운동장을 돌고 있었을 어린 시절의 김연경 선수가 떠오를 것만 같다. 내가 잠들어있던 그 시간, 그녀는 자신의 꿈과 함께 운동장을 수십 바퀴 돌고 있었겠구나 생각하니 나 역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쉽게 느슨해져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 지금의 김연경 선수는 과거의 김연경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리고 우리 역시 과거의 선택들로 빚어진 나임을 돌아봐야 한다.

<지금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은 김연경이라는 선수를 통해 배구 역사를 돌아보게 했으며, 수많은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도 있었다. 성공은 빛이 들지 않는 시간을 외면하지 않고 소신껏 움직이며 성공과 실패의 간극을 서서히 좁혀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성공을 내 것으로 끌고 오려고 하지는 않는가. 혹여 성공을 이룬 뒤에 다시 세상 밖으로 되돌려 줄 의지는 있는가. 나는 벤치에 앉아 묵묵히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동선을 살피고 있던 김연경 선수의 시간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건 지금의 김연경 선수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 잘 버텨준 김연경 선수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신문섭 작가님 @kbtechpos 장미꽃향기@bagseonju534님께서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연 출판사 @gayeon_publish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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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도 뜨겁게
하영준 지음 / 9월의햇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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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도뜨겁게 #하영준지음 #소설 #9월의햇살 #서평 #도서협찬 #책추천 #로맨스소설 #신간추천 #신간도서 #

미화되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이라 더 설레며 읽게 된 소설이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시절이 있다.’ 첫 문장부터 이 스토리는 이미 청춘의 시간을 통과해 있는 이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한다. 여성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는 서경주는 싱글맘이다. 통영으로 출장을 가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강경준이라는 남자를 가이드로 소개받게 된다. 그 역시 싱글대디였다. 두 번째 사랑이 시작되려는 것일까?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스며들 듯 서로에게 꽤 친밀해져 있었다.

아날로그형 인간, 책, 중고서점, CD, 카니발 노래, 러브 액츄얼리 영화....내가 공감하는 것들이 물 흐르듯 이어져 이심전심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지점에 닿게 된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에 굳이 이름을 붙여본다면 나는 종소리쯤으로 남겨두고 싶다.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종소리.

사랑은 장난꾸러기 심술쟁이다. 읽을수록 참 우리 현실판 사랑은 왜 이렇게 뭔가 꼬여도 제대로 꼬일까 싶다. ‘이거 저자의 이야기 아니야?’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소설이지만 충분히 있음직한 일들이 첫 만남, 하루만에 다 일어난다. 미리 말해버리면 재미없으니 직접 읽어 보시길. 제대로 엮이는 지점이니. 진짜 배꼽 잡고 웃느라 간만에 도파민 터졌습니다.

호감은, 사랑의 시작은 이런 얼토당토않은 황당하고 난감한 일들 속에서 싹이 튼다. 큐피트의 화살은 어김없이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어떤 식으로든.

사랑은 티끌만 한 불씨라도 우리 안에 살아있다면, 심장이 뛰는 한 언젠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른다. 다시는 꺼지지 않을 것처럼. 무심한 날들 속에 부디 남은 불씨마저 한 줌 재가 되지 않도록 사랑에 열려 있어야 하겠다. 다시 불어올 사랑의 바람이 불씨를 깨울 테니. 이 두 사람은 사람의 체온이 그리웠을지도 모르겠다.

하룻밤의 불꽃 같은 사랑의 기억을 안고 경주는 일상을 보낸다. 운명이 신은 이 둘을 어떻게든 이어주려나 보다. 통영이 아닌 회사에서 만나게 된다. 그것도 경주의 상사로. 이 시점부터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눈빛이 반짝거렸다. 술술 막힘없이 읽었다. 첫만남은 우연이었으나 두 번째 만남은 숙명이려나. 읽을수록 경주 이 여자 마음에 쏙 드는 인물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줄 알고, 책임감도 있다. 보통은 소설 속 남주에 설레는데 나는 이 경주라는 여주가 아이의 엄마이기 전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천상 여자로 보인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마음속에 소녀가 살고 있다. 그 소녀는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불쑥 나타나곤 한다. 그것도 가장 해사한 얼굴로. 나는 그런 경주가 좋았다.

불은 다루기 힘들다. 때로는 온기로 다가서다가도 거침없이 달려들 때면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그 열기가 식기 시작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불은 사랑과 닮았다. 한 번쯤 마주해야 하고, 이겨내야 할 허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오해와 싱글맘과 싱글대디이기에 겪어야 하는 일들을 이들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두 번째 사랑은 다를까. 이 두 사람은 안전하게, 온전한 사랑에 이르게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표현하지 못한 사랑은 늘 한 걸음 늦게 도착한다. 그러나 사랑에 다가서면 ‘이해’를 하게 된다. 겉모습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과거의 잔재들이 어떤 모습으로 그 사람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녀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힘껏 껴안아 준다. 겪어 보지 않아도 사랑은 그 마음을 느끼게 한다. 더 아팠을 그 사람을 더 걱정하는 것이 사랑이다. 현실적으로 싱글맘과 싱글대디의 사랑은 난관이 많지만, 혹여 그 사랑이 진행 중이라면 두 번째 사랑도 사랑이니 조금 더 용기내 보아도 되지 않을까.

“모든 것을 내줄 수 있는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나는 경주 씨가 그런 사랑을 했고, 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좋아. 당신과 당신이 살아온 삶 전부를 사랑해.” - 상준의 말 p203

9월의 햇살 출판사 @ss9wol, @ss9wol_pub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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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홍 지음 / 부크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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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거야이래도되나싶을정도로 #일홍 #에세이 #리커버 #부크럼출판사 #도서협찬 #서평 #책리뷰 #신간추천 #책소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에세이형서평

일홍 작가의 글은 무심히 흐르는 일상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생각의 진솔함을 담은 글이기에 더 공감가고 위로가 되는 것 같다. 행간에 피워 낸 꽃 같은 문장들에서 은은한 향기가 난다. 너무 진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연하지도 않은 살냄새 같은 향기가. 이 책과 함께하는 독자라면 근심과 걱정, 시름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심리적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는 심적으로 참 지쳐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하루가 지나도 늘 제자리인 것만 같고, 막막한 앞날이 꽉 막힌 도로 같아서 더는 비집고 들어갈 내 자리는 없을 것만 같을 때 만난 문장들이라 다시 리커버로 돌아온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가 반가웠다. 표지는 보고만 있어도 행복이 절로 올 것 같은 반짝이는 푸름을 한껏 품고 있다.

표지에는 네잎클로버가 아닌 세잎클로버로 공기 중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듯하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한다고 한다.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늘 존재하는 것, 그래서 무심히 지나치는 것, 우리는 노력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은 멀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기처럼 피부에 닿아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라는 메시지 말이다.

저자는 대단하거나 극적인 어떤 변화나 성공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그 자체로도 이미 우리는 행복한 거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잘 이겨낼 수 있고 그렇게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서툴고, 무너지고, 후회하고 망설이며 주저앉고 싶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한다. 불안한 것은 당연하고 이미 우리는 그와 같은 순간들을 몇 번이고 이겨낸 사람들이니까. 경험이 우리 자신을 얼마나 단단하게 드는지, 할 수 있는 건 다해보라고 독려한다. 실수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그건 하나의 또다른 경험이며 더 나은 나로 가는 마중물이 되어 줄 것이니까.

“난 내 꿈을 사랑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해. 오늘의 식사를 사랑해. 무난하지 않은 삶을 사랑해. 내 취향을 사랑해. 나의 할 수 있음을 사랑해.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을 사랑해. 나의 그늘을 사랑하고 나의 슬픔을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 무겁다는 이유로 아끼고 살던 시절엔 시랑할 수 있는 게 이토록 많은 줄 모르고 지냈지. 돌아보니 다 사랑인 것을. 애꿎은 마음도, 덧난 흉도, 지난 실수와 헛된 선택마저도 내가 사랑해 주기를 시작하면 다 사랑이더라.” p73

읽다가 가슴뼈를 툭 치며 훅 들어온 문장이다. 먹먹하고 울컥하고 위로받는 느낌이 오랜만이라 이 문장을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전에는 들어오지 않던 문장이 지금의 나에게 의미가 있는 말이 되는 이 마법 같은 활자들의 나열이 그저 쉽게 쓰여진 것은 아닐 것이다. 삶으로부터 물씬 몰매도 맞아보고, 심장이 더는 뛰지 않을 것만 같은 인생의 낭떠러지 위에 서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저자는 그러한 삶의 면면들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봉합해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응축해 놓았다. 그가 알고, 내가 아는 그 어느 지점에 닿았을 때 나올 수 있는 문장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또 다시 나는 힘을 얻게 된다.

문장들이 하나같이 좋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해질 자격이 나에게도 충분히 있다는 사실에 접근하게 된다. 안 좋은 일을 겪고 난 뒤에야 오는 행복인 줄 알았더니 살아있음으로해서 누리게 되는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이고 행복이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품고 살면서도 정작 그 행복에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뭔가 이뤄야만 행복해질 것 같은 마음만 앞서 정작 봐야 할 것들은 놓치며 행복을 목표인양 바라며 사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잘 살아온 당신에게 이 책은 토닥토닥 엄마 손 같은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그 품에 안겨 펑펑 울어도 좋고, 스스로를 안아줘도 좋다. 그 자체로 다시 살아갈 힘이 될테니까.

부크럼 출판사 @bookrum.official에서 진행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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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고백 - 천재의 가장 사적인 편지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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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이고백 #모차르트지음 #지콜론북 #모차르트의편지 #서평 #도서협찬 #책소개 #책리뷰 #신간소개

‘모차르트도 한 인간이었고 누군가의 동생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읽은 책이었다. 그가 보낸 편지들에게는 다정함과 장난기와 존경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편지에 담긴 글들을 보니 남자치고 엄청 수다스러운 면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가끔은 농담도 던질 줄 아는 천재 음악가의 인간적인 면모가 편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모차르트라고 하면 그의 손은 음표를 어루만지고 있을 것만 같은데 수통의 편지를 쓴 것을 보면 그가 외로움을 견디고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방식이 편지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그의 음악적 생애 업적을 다루고 있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차르트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손길을 거쳐 남겨진 편지는 과장되지도 미화되지도 않았기에 천재 음악가라는 타이틀 뒤의 ‘인간 모차르트’를 볼 수 있었다. 굳이 그의 위대한 업적을 드러내지 않아도 편지글만으로도 그의 음악성이 얼마나 정교하고 완벽했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편지는 쓰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의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차르트 역시 편지를 쓰며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글로 옮겨 놓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가족에 대한 안부과 신앙, 음악에 관한 자신의 생각 등등 여러모로 모차르트가 얼마나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가족에게 얼마나 다정다감했었는지 편지 말미에는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의 손에 천 번 입 맞추며, 죽을 때까지 당신의 아들로 남겠습니다.

14살의 모차르트는 효심이 깊고 사랑이 많은 아이였으며 경건함이 무엇인지 아는 소년이었다는 것을 이 한 문장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나의 14살과 딸아이들의 14살이 너무나 천진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싶다. 한편으로는 천재이기에 삶의 이치를 먼저 깨닫은 아이처럼 느껴져 그 무게가 가벼워 보이진 않았다. 아니면 그때의 10대는 지금의 30대쯤 되려나? 그가 살던 18세기는 지금의 10대와 전혀 다른 시간이었을 것만 같다. 요즘은 서른이 넘어도 부모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식들이 많다고 한다. 그에 비해 모차르트는 어린 나이부터 사회적 언어를 일찍 배웠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불분명한 시대 그는 아이로서 보호받기보다 재능으로 일찍이 어른이 되어 버렸던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편지를 읽다 보면 누나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분위기와 말투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 또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또한 편지가 쓰이던 시점에 모차르트는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에 대해 덧붙여 설명해 주고 있기에 읽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쉬웠다. 고백에 가까운 그의 편지들 덕분에 오래전 이 세상에서 사라진 모차르트라는 한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저는 시를 써서 마음을 엮어낼 수는 없습니다. 시인이 아니니까요. 빛과 어둠을 던져 감정을 그려낼 수도 없습니다. 저는 화가가 아니니까요. 몸짓으로 생각을 전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무용가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소리로는, 가능합니다. 저는 음악가니까요.’ p93

20대의 모차르트는 자신이 음악가라는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궁중에서 프리랜서처럼 일하면서 일정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에 대해 일찍이 또렷이 구분하면서 음악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악보를 필사하는 비용 대한 언급이나, 후원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그는 음악가로서 살아남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뭔가 모르는 뭉클함과 아린 마음이 교차하는 듯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수많은 편지를 썼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사랑과 음악에 관해 조언을 얻고, 설득하며, 좌절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결국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홀로서게 된다.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모차르트 그 자신’으로 넘어가는 일련의 내적 고뇌와 성장을 함께 본 듯했다. 모차르트에게 아버지는 스승인 동시에 그가 반드시 넘어서야 할 마지막 음악 세계였다. 아버지 세계 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버린 아들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방식으로 더는 살아갈 수 없었다.

다 큰 자식은 부모 곁에서 완벽히 독립하고 난 뒤에서야 성장한다. 우리는 세대를 막론하고 이 과정을 통과하고 있다.

@gbb_mom 단단한맘 @takjibook 탁지북님께서 모집하신 서평단에 선정되어 @g_colonbook 지콜론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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