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고백 - 천재의 가장 사적인 편지들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지음, 지콜론북 편집부 옮김 / 지콜론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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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도 한 인간이었고 누군가의 동생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읽은 책이었다. 그가 보낸 편지들에게는 다정함과 장난기와 존경과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편지에 담긴 글들을 보니 남자치고 엄청 수다스러운 면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가끔은 농담도 던질 줄 아는 천재 음악가의 인간적인 면모가 편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모차르트라고 하면 그의 손은 음표를 어루만지고 있을 것만 같은데 수통의 편지를 쓴 것을 보면 그가 외로움을 견디고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방식이 편지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이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그의 음악적 생애 업적을 다루고 있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차르트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손길을 거쳐 남겨진 편지는 과장되지도 미화되지도 않았기에 천재 음악가라는 타이틀 뒤의 ‘인간 모차르트’를 볼 수 있었다. 굳이 그의 위대한 업적을 드러내지 않아도 편지글만으로도 그의 음악성이 얼마나 정교하고 완벽했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편지는 쓰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의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모차르트 역시 편지를 쓰며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글로 옮겨 놓고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가족에 대한 안부과 신앙, 음악에 관한 자신의 생각 등등 여러모로 모차르트가 얼마나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가족에게 얼마나 다정다감했었는지 편지 말미에는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의 손에 천 번 입 맞추며, 죽을 때까지 당신의 아들로 남겠습니다.

14살의 모차르트는 효심이 깊고 사랑이 많은 아이였으며 경건함이 무엇인지 아는 소년이었다는 것을 이 한 문장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나의 14살과 딸아이들의 14살이 너무나 천진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싶다. 한편으로는 천재이기에 삶의 이치를 먼저 깨닫은 아이처럼 느껴져 그 무게가 가벼워 보이진 않았다. 아니면 그때의 10대는 지금의 30대쯤 되려나? 그가 살던 18세기는 지금의 10대와 전혀 다른 시간이었을 것만 같다. 요즘은 서른이 넘어도 부모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식들이 많다고 한다. 그에 비해 모차르트는 어린 나이부터 사회적 언어를 일찍 배웠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불분명한 시대 그는 아이로서 보호받기보다 재능으로 일찍이 어른이 되어 버렸던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편지를 읽다 보면 누나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분위기와 말투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는데 이 또한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또한 편지가 쓰이던 시점에 모차르트는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에 대해 덧붙여 설명해 주고 있기에 읽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쉬웠다. 고백에 가까운 그의 편지들 덕분에 오래전 이 세상에서 사라진 모차르트라는 한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저는 시를 써서 마음을 엮어낼 수는 없습니다. 시인이 아니니까요. 빛과 어둠을 던져 감정을 그려낼 수도 없습니다. 저는 화가가 아니니까요. 몸짓으로 생각을 전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무용가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소리로는, 가능합니다. 저는 음악가니까요.’ p93

20대의 모차르트는 자신이 음악가라는 정체성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궁중에서 프리랜서처럼 일하면서 일정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에 대해 일찍이 또렷이 구분하면서 음악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악보를 필사하는 비용 대한 언급이나, 후원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그는 음악가로서 살아남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뭔가 모르는 뭉클함과 아린 마음이 교차하는 듯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끊임없이 수많은 편지를 썼다.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사랑과 음악에 관해 조언을 얻고, 설득하며, 좌절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결국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홀로서게 된다.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모차르트 그 자신’으로 넘어가는 일련의 내적 고뇌와 성장을 함께 본 듯했다. 모차르트에게 아버지는 스승인 동시에 그가 반드시 넘어서야 할 마지막 음악 세계였다. 아버지 세계 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버린 아들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방식으로 더는 살아갈 수 없었다.

다 큰 자식은 부모 곁에서 완벽히 독립하고 난 뒤에서야 성장한다. 우리는 세대를 막론하고 이 과정을 통과하고 있다.

@gbb_mom 단단한맘 @takjibook 탁지북님께서 모집하신 서평단에 선정되어 @g_colonbook 지콜론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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