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하루치의 낙담
박선영 지음 / 반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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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품고 한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다. 비록 보잘것없는 몸이지만, 나 한 사람 제대로 불사르면 거창하지 않아도 뭔가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과 기대로 사회에 나온다. 그러나 막상 현실의 벽에 부딪혀 보면 안다.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조악한 환영에 불과했었는지 말이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이 오히려 나 자신을 실망시키고 좌절의 단두대에 올려놓았을 때 그제서야 깨닫는다. ‘이건 아니라고!’

그러나 세상은 아이러니한 곳이기에 제목처럼 <그저 하루치의 낙담>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저자는 17년간의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책과 함께한 깊은 침묵 속에서 깨어나 과거 기자로서의 삶을 돌아보며, 직업적 윤리와 희망을 이 책에 담아내고 있었다. 또한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며 마주한 낙담들은 저자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낙담임을 전하고 있는 듯했다. 행간 속에 숨어든 작은 유머 속에서 저자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으며, 그녀가 기자로서 얼마나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로 인한 낙담마저도 숭고하게 다가왔다.

‘기자란 자기 홍보가 필요할 땐 기자님이지만 잘나가는 자기를 비판할 땐 기레기인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 승리하고 있는 사람이 불멸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진실이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말 속에 있기보다 하지 않는 말 속에 있기 때문이다.’ p59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드러나는 것들을 너무 쉽게 진실이라 믿어왔던 것은 아닐까. 권력 다툼 속에서 국민이 희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이 오가게 했다. 게다가 기자의 숙명은 어찌나 처절한지. 하나의 기사를 쓸 때 알려야 할 사실과 지워야 하는 사실 그 사이에서 얼마나 깊은 내적 갈등을 겪어야만 했을까. 실제로 기사로 띄울 때까지 자신이 쓴 글로 인해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살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글을 읽으면서 저자는 윤리 감각이 대단히 예민한 기자처럼 느껴졌다. 그런 점을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기자 박선영이란 사람의 내적 갈등은 실로 엄청났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엄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입시를 향한 소리 없는 경쟁을 매일 치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지나온 시간이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날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적성을 찾고, 꿈을 찾아라는 이런 말들은 듣기 좋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을 어른인 우리가 모르지 않는다. 다 그런 거라고, 그걸 위로랍시고 말하는 내가 용기 없는 엄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학교와 성적보다 아이의 생을 먼저 선택한 엄마. “나는 아직 어리니까 그런 큰 일은 부모가 결정해줄게. 엄마 아빠 믿고 자퇴해.”라고 과연 나는 이 문장을 말해 줄 수 있을까. 이 책 속에서 나는 아이를 위해 세상과 싸우는 부모의 참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엄마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이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낙담의 순간들이 자기 연민에 머물거나 극단적인 절망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일상의 소소하고 미세한 울림을 지닌 낙담들은 내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의 일부였다. 저자의 사유는 개인적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사회 속 존재로서 나를 돌아보게 했다.

‘모든 지긋지긋한 것들은 그 위치에너지의 힘으로 끝내 우리를 구원한다. 너무나 지쳤다는 것, 지긋지긋하고 넌덜머리가 난다는 것, 입을 뻥긋할 기운도 없는 깊은 절망과 피로. 이것은 엄청난 에너지다. 세상의 많은 혁명은 넌덜머리의 에너지로 반발했으며, 지긋지긋의 에너지로 세상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눈에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도록 만드는 가공할 힘, 넌덜머리. 지긋지긋.’ p314

‘지긋지긋하다’ ‘넌덜머리가 난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어떻게든 나를 끌고 가는 힘이었다. 갖은 인상을 쓰며 하던 이 말이 구원의 말이 될 줄이야. 간만에 너무나 멋진 작가의 책을 만나서 큰 위로가 되었다. 나에게 그녀의 글은 ‘괜찮은 낙담’이었다.

플랫 @flatflat38 반비 @banbibooks 필사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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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랑할수록 서운해질까 - 관계를 지키는 감정의 기술
김희원 외 지음 / 학지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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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왜사랑할수록서운해질까 #학지사 #도서협찬 #서평 #김희원 #김나라 #권요셉 #공저 #책추천 #책리뷰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이혼의 원인이 알고 보면 ‘서운함’ 떼문이라고?

하긴 우리는 섭섭하다 못해 서운해지는 순간부터 문제가 시작되고 갈등은 깊어 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가족 사이에서나 사회 속 관게에서 드러나지 않는 갈등의 근본 원인은 서운함이라는 감정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이 책은 이혼의 위기에 놓인 부부들의 사례로 시작을 한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결혼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을 법한 상황들이다. 어쩌면 지금 이순간에도 비슷한 갈등을 안고 ‘위기의 부부’가 되어 이혼 도장을 찍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놓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나같이 안타까웠다. 사랑해서 결혼한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열지 못한 채 겹겹이 쌓인 오해로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앞에 놓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들 부부에게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배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한 상황까지 놓인 이유의 뿌리 역시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저변에 깔려있음을 이 책은 보여 준다.

서운함은 어떤 때 생기는가 생각해 보았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을 모르고 지나쳤을 때, 내가 하는 말을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 때, 내 편이 아닌 것 같을 때, 나만 집안 일을 한다고 느껴질 때 등등이다.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가 좌절되었을 때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오래 살다 보니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장점을 더 크게 봐주고 있긴 하지만 감정이 동물인지라 가끔은 ‘이걸 꼭 말을 해야 아나’ 싶을 때가 있긴 하다.

서운한 감정은 애착 불안형일수록 더 쉽게 더 자주 서운함을 느낀다고 했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일수록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된다. 이 서운함은 과거로 올라가는데 부모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 결핍을 타자에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그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데 있다. 기대했던 관심과 사랑이 무산될 때 서운함은 커진다. 타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 우리는 서운함을 느낀다.

이 책은 서운함과 맞닿아 있는 유의 감정들을 한데 모아 그 미묘한 차이를 포착해 다루고 있다. 우리 감정이 이렇게나 사소한 차이로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한 우리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이 서운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지, 서운함이 생겼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이 있다. 마음은 굴뚝 같은데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고 흔히 말한다. 그만큼 마음속 언어를 말로 전달하는 ‘화법’에 익숙하지 않고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표현해야 전해지고, 배려는 행동으로 드러나야 안다. 그런데 우리는 표현이 서툴고 행동이 어렵다.

서운함은 그저 마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대가 무너지면 우리의 뇌는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된다. 여기에 관여하는 호르몬들의 생리기전을 이해하니 호르몬을 잘 다스리는 것도 서운함을 줄이는 방안이었다.

저자는 생활 속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화법들을 세세히 정리해 놓았다. 우리 대화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서운한 감정이 들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놓았다. 이 책은 연인 사이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해온 말들과 행동 속에서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을 기회라고 생각했다.지금부터라도 나와 가까운 이들에게 서운함이 쌓이지 않도록 열린 대화를 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학지사 @hakjisabook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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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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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리포트 #대릴샤프 #정여울옮김 #크레타 #CRETA #도서협찬 #서평 #융심리학 #신간도서 #책추천 #북스타그램

삶은 위기와의 동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수많은 변수들 속에서 외적 상처만 입는 게 아니라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흔들을 아물지 안은 채로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상처뿐만 아니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좌절, 또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렸지만 실패로 돌아왔을 때의 고통은 ‘이대로 그냥 멈춰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낳게 된다. <서바이벌 리포트>는 제목부터 생존을 위한 사투에 관한 기록이라는 느낌이 온다. 삶이 주는 다양한 고난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이겨내고 성장해나갈 것인가를 되묻는 듯하다. 융의 심리학을 통한 통찰과 내면을 다루는 섬세한 스토리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육체의 생존은 내면의 생존과 함께 여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느낀다.

나 역시 20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하며 번아웃을 겪기도 했었고, 동료와의 관계에서 오는 마찰로 심리적 갈등이 고조에 달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것인지 막막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노먼’이라는 남자와의 상담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이고도 따스한 답을 이끌어 내고 있다.

노먼은 특별한 인물이 아니었다.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했다. 어느 날 문득 지금껏 살아온 삶이 헛껍데기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아득바득 이를 갈며 지켜낸 모든 것들이 더는 의미와 가치가 없다고 느껴질 때 한없이 나약해지고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마음’이었다. 마음에 그늘이 질수록 우울감은 심해진다. 성취의 기쁨도 더는 의미가 없어지고, 가족에게 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대체 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지 조차 스스로 답하기가 어려울 때 나는 점점 더 웅크려졌다. 빈 조개껍데기처럼 공허했고 세상 어디에도 내 편은 없는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들로 힘들어하던 시기가 내 나이 딱 마흔즈음이었다. 노먼은 그때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노먼의 자리에 내가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내담자로 온 나를 마주보고 있는 심리상담사였다.

중년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었던 감정의 변화와 내적 갈등은 하나의 신호였음을 께달았다. 중년은 신체적인 변화만 겪는 시기가 아니었다. 육체의 변화와 더불어 내면의 변화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의 시간이었다. 나는 그동안 드러난 상처만 볼 줄 알았지, 마음 속에서 곪아 들어가는 상처는 상처인 줄 몰랐다. 이것은 육신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신호였다.

융심리학에서는 우리 안에 페르소나가 존재한다고 한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쓰는 가면, 사회적 페르소나를 나의 진짜 모습이라고 동일시하는 데서 중년의 위기는 시작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의 사회적 페르소나는 무엇이었을까? 노먼이 자신의 가면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의 가면을 인식해 나갔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 낸 모습을 지켜내는데 충실할수록 나는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중년의 위기는 바로 내게 더는 그 가면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노먼의 꿈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꿈은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라는 것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깊이 파고 들어 해석하려 들지 않는다. 상담 과정에서 노먼의 꿈은 그의 두려움과 욕망, 불안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상담이 진행될수록 그의 상태와 심리 변화에 따라 꿈도 이전과 다른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의 무의식은 이미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기에 꿈을 통해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노먼의 그림을 통한 적극적 명상 치료 역시 눈길이 가는 대목이었다. 특히 적극적 명상의 하나가 글쓰기라는 점은 뇌리에 남았다. 공교롭게도 내게 찾아온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어 주었다. 글쓰기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에 당신의 적극적 명상을 남겨두지 않으면 그저 허황된 꿈이 될 뿐이다.’p229

융의 심리학의 개념 즉 아니마, 아니무스, 무의식, 페르소나와 같은 개념들을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서 이해해 가고 있었다. 또한 노먼이 상담일지는 곧 나 자신의 상담일지의 일부라고 해도 좋다 싶을 만큼 빠져 들어 읽었다. 삶의 갈림길에 들어선 중년의 부부가 함께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싶었다.

단단한 맘 @gbb_mom 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creta0521 크레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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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빗나가도 삶은 빛나간다 - 시골 민박 강안채 부부의 희망 일지
강현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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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빗나가도삶은빛나간다 #강현구 #미다스북스 #서평 #도서협찬 #강안채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소개 #책리뷰

번갯불에 콩 볶듯이 시작된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살면서 될 일은 어떻게 해서든 되게 되어 있다. 되어 가는 동안 그 과정 모두가 순조로울 수는 없지만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간다. 인간이 하고자 마음먹은 일에는 하늘도 돕는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과정은 배움이고 그 배움은 결국 다다라야 할 목적지까지 이끌어 준다.

저자는 자신이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고 밝혔지만, 내가 느낀 것은 그 보다 훨씬 추진력이 좋고 대단히 사고가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와도 주저앉기보다 다시 일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또한, 저자의 아내 역시 남편 못지않은 집념과 추진력이 있었다. ‘부창부수’와는 달리 이 부부는 아내가 방향을 만들고 남편이 기꺼이 그 길에 동행했다. 결국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것을 보여준 책이다.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은 어쩌면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 바람을 실제 삶으로 옮겨 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타고난 고향이 시골이지만, 마음처럼 쉽사리 시골로 삶 자체를 옮겨갈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저자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 간절함이 유효하는 한, 모든 상황은 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왜냐하면 스스로도 되게 하기 위한 열과 성을 한껏 끌어모아 그곳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의 여정에는 꿈을 이루는 모든 법칙을 담겨 있었다. 생전 해보지 못했던 일들도 자처하며 조금씩 그 난관을 헤쳐 나가는 힘을 가질 수 있었고, 그 과정에 자연스레 운도 따라 주었다. 그렇게 ‘강안채’가 현실이 되었을 때, 전경을 보는 순간 나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나도 저곳에 살고 싶다!’

감탄도 잠시. 다타버린 강안채를 보는 순간 내가 다 마음이 아파서 울컥했다. 이들 부부가 강안채가 있기까지의 여정을 너무나 생생하게 글로 써 놓았기에 느낄 수 있는 공감이었다. ‘이를 어째...’ 티 없이 맑은 봄의 화창함 속에 강안채는 숯검정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일군 자식 같은 집이 전소되어 폭삭 내려앉았을 때 저자는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 또한 높이 산다. 이 사실 하나만 봐도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고 성공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전원주택의 꿈과 함께 세컨하우스로, 그리고 강안채 1에서 강안채 2에 이르기까지 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따뜻한 추억이 되어 있다. 손과 발이 거쳐간 추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곳곳에 흘린 땀방울과 손때 묻은 흔적들은 인두로 새겨 놓은 듯 선명하기만 할테니, 이 글을 쓰는 동안에 저자의 가슴을 통과한 기억들은 결국 그들만의 서사가 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슴 아픈일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굳이 첫 번째 강안채에 화재가 났던 일을 개인적 해석을 덧붙이자면, 이들 부부가 강안채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었나보다. 그래서 뿌리부터 다시 세워 제대로 시작해 보라는 하늘이 주신 기회가 아니었을까. 이들 부부라면 반드시 더 멋진 그들 다운 강안채를 세울 수 있을 거라는 확신말이다. 녹음이 가득한 절경이 한창일 때 강안채에 한번 가보고 싶네요.

‘모든 삶에 똑같이 정해진 답이란 없고 각자 다양한 답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고, 나만의 답을 찾는 것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p233

이 서평은 모도 @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저자 강현구 @little_9iant 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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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랑과 꽃과
나태주 지음 / OTD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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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랑과꽃과 #나태주 #OTD 출판사 #시선집 #도서협찬 #서평

마음이 텅 빈 것 같을 때 펼쳐보는 시,
누구 하나 내 마음 몰라줄 때
‘그래 네 맘 다 안다’라고 말해주는 시,
아무도 나를 예삐 보지 않을 때 조차도
‘네 예쁨 나만 알지’라고 다독여 주는 시,

나태주님의 시는 나의 마음을 거울처럼 비추는 시라 말하고 싶다. 우리는 저마다 보여지는 모습 뒤에 여리고, 떨리는, 순수한 ‘나’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차갑고 상대하기 버거운 사람도 알고 보면 유리 같은 마음 붙들고 사느라 참 많이도 애써왔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애처롭고, 한없이 가엾다가도, 그 속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 차라리 모른척 지나갈 걸 싶은 생각이 든다. 사람은 저마다의 가면 속에 ‘~인척’하다가 정작 보고, 느끼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놓치고 산다. 봐야만 들을 수 있고, 만져야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보지 않아도 들리는 것이 있고, 만지지 못해도 느껴지는 귀한 것들을 잊은 채 바쁘게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 안에 꼭꼭 숨고 두고 평생을 숨바꼭질 하고 있는지도.

나태주님의 시 속에는 살면서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할 귀한 것들이 반짝이고 있다. 맘껏 주워 가라는 듯, 그거 잊지 말고 간직해 두라는 듯, 그렇게 허기진 영혼을 달래는 힘이 있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다. 곱다는 말하는 이유는 탁하지 않다는 의미다. 한 글자 한 글자 실로 꿰어 내듯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도 않은 가슴으로 통과한 느낌 그대로 옮겨 놓은 그 마음이 곱다. 나이가 들어도 맑은 언어가 자기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내 안에도 이슬같이 투명한 언어가 남아 있다면 고이고이 지켜내고 싶어진다. 나태주 님의 시를 읽으면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언어들이 새싹처럼 돋아나는 기분이 든다. 그의 시에서 나는 생의 움틈과 누림을 본다. 그늘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그 그늘조차 빛으로 채운다. 그런 시를 곁에 둔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묘비명이란 시는 간결하지만 이 한 문장에 남은 자와 떠난 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읽고 또 읽을 때마다 언젠가 올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내게 묘비명이 놓일 자리라도 있을지....그저 내가 쓴 글들이 모두 묘비명을 대신 하지 많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풀꽃3 는 주눅들고 쪼그라든 마음을 팽팽하게 채워주는 신선한 공기 같은 말들의 조합이라 좋다.

요즘 많이 지치고 힘들다면, 나태주님의 시와 함께 쉼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너무 열심히 살아오느라 정작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을 때 잠시 펼쳐봐도 좋고요, 아직도 피워 내야 할 꽃이 한 아름인데 이미 필 꽃은 더는 내게 없다 여겨질 때 이 책이 살포시 말해 줄 겁니다. 이미 나 자신이 꽃이며 내 안에는 꽃이 될 씨앗들이 무수히 넘친다는 것을요. 내게 그랬던 것처럼 당신에게도 그러하리라 믿어요.

신문섭 작가님 @kbtechpos @kbtechpos2 장미꽃향기 @bagseonju534 서평단에 선정되어
OTD 출판사 @f83_project 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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