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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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위기와의 동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날아들지 모르는 수많은 변수들 속에서 외적 상처만 입는 게 아니라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흔들을 아물지 안은 채로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상처뿐만 아니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좌절, 또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렸지만 실패로 돌아왔을 때의 고통은 ‘이대로 그냥 멈춰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낳게 된다. <서바이벌 리포트>는 제목부터 생존을 위한 사투에 관한 기록이라는 느낌이 온다. 삶이 주는 다양한 고난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이겨내고 성장해나갈 것인가를 되묻는 듯하다. 융의 심리학을 통한 통찰과 내면을 다루는 섬세한 스토리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육체의 생존은 내면의 생존과 함께 여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느낀다.

나 역시 20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하며 번아웃을 겪기도 했었고, 동료와의 관계에서 오는 마찰로 심리적 갈등이 고조에 달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것인지 막막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은 ‘노먼’이라는 남자와의 상담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이고도 따스한 답을 이끌어 내고 있다.

노먼은 특별한 인물이 아니었다.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했다. 어느 날 문득 지금껏 살아온 삶이 헛껍데기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아득바득 이를 갈며 지켜낸 모든 것들이 더는 의미와 가치가 없다고 느껴질 때 한없이 나약해지고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마음’이었다. 마음에 그늘이 질수록 우울감은 심해진다. 성취의 기쁨도 더는 의미가 없어지고, 가족에게 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대체 왜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지 조차 스스로 답하기가 어려울 때 나는 점점 더 웅크려졌다. 빈 조개껍데기처럼 공허했고 세상 어디에도 내 편은 없는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들로 힘들어하던 시기가 내 나이 딱 마흔즈음이었다. 노먼은 그때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노먼의 자리에 내가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내담자로 온 나를 마주보고 있는 심리상담사였다.

중년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었던 감정의 변화와 내적 갈등은 하나의 신호였음을 께달았다. 중년은 신체적인 변화만 겪는 시기가 아니었다. 육체의 변화와 더불어 내면의 변화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의 시간이었다. 나는 그동안 드러난 상처만 볼 줄 알았지, 마음 속에서 곪아 들어가는 상처는 상처인 줄 몰랐다. 이것은 육신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신호였다.

융심리학에서는 우리 안에 페르소나가 존재한다고 한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쓰는 가면, 사회적 페르소나를 나의 진짜 모습이라고 동일시하는 데서 중년의 위기는 시작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의 사회적 페르소나는 무엇이었을까? 노먼이 자신의 가면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나의 가면을 인식해 나갔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 낸 모습을 지켜내는데 충실할수록 나는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중년의 위기는 바로 내게 더는 그 가면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노먼의 꿈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꿈은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라는 것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깊이 파고 들어 해석하려 들지 않는다. 상담 과정에서 노먼의 꿈은 그의 두려움과 욕망, 불안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상담이 진행될수록 그의 상태와 심리 변화에 따라 꿈도 이전과 다른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의 무의식은 이미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기에 꿈을 통해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노먼의 그림을 통한 적극적 명상 치료 역시 눈길이 가는 대목이었다. 특히 적극적 명상의 하나가 글쓰기라는 점은 뇌리에 남았다. 공교롭게도 내게 찾아온 위기의 한가운데에서 시작한 것이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어 주었다. 글쓰기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를 통해 시간과 공간에 당신의 적극적 명상을 남겨두지 않으면 그저 허황된 꿈이 될 뿐이다.’p229

융의 심리학의 개념 즉 아니마, 아니무스, 무의식, 페르소나와 같은 개념들을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서 이해해 가고 있었다. 또한 노먼이 상담일지는 곧 나 자신의 상담일지의 일부라고 해도 좋다 싶을 만큼 빠져 들어 읽었다. 삶의 갈림길에 들어선 중년의 부부가 함께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싶었다.

단단한 맘 @gbb_mom 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creta0521 크레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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