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출구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출구 없이는 살 수 없으니 만들어 내야만 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이 궤짝벽에 붙어앉은 채 —저는 어쩔도리 없이 죽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원숭이들이란 하겐벡 상사에서는 궤짝벽에 붙어 있어야 하는 동물이거든요— 자아, 그리하여 저는 원숭이이기를 그쳤습니다. 제가 어찌어찌해서 배로 짜냈음에 틀림없는 명석하고 멋진 사고의 과정이었습죠, 원숭이는 배로 생각하니까요..
제가 출구란 말을 무슨 뜻으로 쓰는지 똑바로 이해받지 못할까 걱정이 됩니다. 저는 이 말을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빈틈없는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저는 일부러 자유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방을 향해 열려 있는 자유라는 저 위대한 감정을 뜻하는게 아니거든요. 윈숭이였을 때 저는 아마도 그런 감정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그리워하는 인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그때도 오늘날도 자유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자유로써 사람들은 인간들 가운데서 너무도 자주 기만당합니다. 그리고 자유가 가장 숭고한 감정의 하나로 헤아려지는 것과 같이, 그에 상응하는 착각 역시 가장 숭고한 감정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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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뜻하는 영단어 몬스터monster는 라틴어 몬스트룸monstrum에서 유래했습니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결과로 발생한 생물학적 오류나, 신의 분노가 낳은 변종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몬스트룸의 어원은 ‘보여주다‘라는 뜻의 동사 몬스트로monstro 이거나 ‘경고하다‘라는 의미의 모네오moneo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괴물 같은 인간들의 발생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혹은 변질되어 가는 인간성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인간성을 잃은 인간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몸이 돌처럼 굳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거울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괴물성에 경악하여 돌이 되어버린 메두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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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하룻밤의 지식여행 38
데이비드 제인 메로위츠 지음, 정해영 옮김, 알랭 코르코스 그림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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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독창성이 명백해지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인간이 부조리에 맞서는 대안은 자살이 아니다. 문제는 "자발적으로 죽지 않고 화해하지 않은 채 죽는 것이다. 자살은 이해의 부족의 발로이다." 사실상 "산다는 것은, 부조리를 살려두는 것이다. 그리고 부조리를 살려두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조리를 응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조리한 삶은 "철저한 희망의 부재(절망과 다른)요, 영구적인 거부(포기와 다른)요, 의식적 불만(유치한 불안과 다른)을 뜻한다."

이 마지막 문장에서, 카뮈는 처형을 기다리는 동안의 뫼르소의 정신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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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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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를 유대인 및 수많은 다른 민족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정책을 피고가 지지하고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즉 인류 구성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피고와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교수형에 처해져야 하는 이유, 유일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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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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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가 정확히 언제 <절규>를 그리게 된 영감을 얻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뭉크는 파리 유학 시절인 1892년, 습작 노트에 에케베르그 언덕에서 받은 느낌을 고스란히 기록해두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해는 지고 있었다. 
하늘이 갑자기 핏빛의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나는 우울감에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조이는 통증을 느꼈다. 
나는 멈춰 섰고, 죽을 것 같이 피곤해서 
나무 울타리에 기대고 말았다. 
검푸른 피오르와 도시 위로
핏빛 화염이 놓여 있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어가고 있었고,
나는 흥분에 떨면서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을 관통해서 들려오는
거대하고 끝없는 비명을 느꼈다.
- 뭉크의 노트 (MM T 2367,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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