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출구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출구 없이는 살 수 없으니 만들어 내야만 했습니다. 언제까지나 이 궤짝벽에 붙어앉은 채 —저는 어쩔도리 없이 죽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원숭이들이란 하겐벡 상사에서는 궤짝벽에 붙어 있어야 하는 동물이거든요— 자아, 그리하여 저는 원숭이이기를 그쳤습니다. 제가 어찌어찌해서 배로 짜냈음에 틀림없는 명석하고 멋진 사고의 과정이었습죠, 원숭이는 배로 생각하니까요..
제가 출구란 말을 무슨 뜻으로 쓰는지 똑바로 이해받지 못할까 걱정이 됩니다. 저는 이 말을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빈틈없는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저는 일부러 자유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방을 향해 열려 있는 자유라는 저 위대한 감정을 뜻하는게 아니거든요. 윈숭이였을 때 저는 아마도 그런 감정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그리워하는 인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그때도 오늘날도 자유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자유로써 사람들은 인간들 가운데서 너무도 자주 기만당합니다. 그리고 자유가 가장 숭고한 감정의 하나로 헤아려지는 것과 같이, 그에 상응하는 착각 역시 가장 숭고한 감정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