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지 않기 위해 빵을 떼어 길가에 버리며 걸었다는 동화 속의 남매처럼, 민주는 자신의 꿈의 디테일들을 하나씩 버리며 걸어왔지만, 자신이 삶의 어디쯤 도착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떤끝으로 향하는지는 더욱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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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선생은 훌륭한 직원이다. 얼굴은 고상하게 예쁘면서, 옷차림은 단정하게 귀엽고, 성격도 싹싹하고, 센스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와 메뉴, 샷 수까지 기억했다가 사오곤 했다. 직원들에게도, 환자들에게도 늘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 병원 분위기를 한결 밝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급하게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리퍼를 결정한 환자보다 상담을 종결한 환자가 더 많다. 병원 입장에서는 고객을 잃은 것이다.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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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찾아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전업주부가 된 후, 김지영 씨는 ‘살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집에서 논다‘고 난이도를 후려 깎고, 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떠받들면서 좀처럼 비용으로 환산하려 하지 않는다. 값이 매겨지는 순간,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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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들이 언제나 같은 얼굴, 같은 동작으로,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주 제 눈에는 그들이 단 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사람, 혹은 같은 사람들은 아무런 제지를 당하지 않고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높은 목표가 하나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그 누구도 저에게, 제가 그들처럼 된다면 쇠창살이 열릴 거라고 약속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처럼 성취가 불가능해 보이는 약속은 하지 않는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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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사람들의 테두리 안에서 얻은 평정이 저를, 무엇보다 온갖 도망치려는 시도로부터 막아주었습니다. 오늘날로부터 보건대 저는 최소한 살고자 한다면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출구는 도망쳐서는 얻어질 수 없다는 것을 예감하기라도 했던 것 같습니다. 도망이 가능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믿고 있습니다, 원숭이는 언제나 도망칠 수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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