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확실히 심리 스릴러 소설이 대세긴 한가봅니다. 지난 번에 읽었던 <비하인드 허 아이즈>도 비슷한 심리 스릴러였는데, 이 소설 역시 비슷하네요. (게다가 제목도 비슷해서 두 소설이 무척 헷깔렸음)

몇 년전에 영화로 본 '나를 찾아줘'와 비슷한 모티브로 시작합니다. 거기서 나왔던 완벽한 부부, 하지만 사실은 여자쪽이 천하에 몹쓸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반대네요. 남자쪽이 사이코패스고, 여자쪽이 피해자가 됩니다.

'겉으로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가정, 부부, 커플이지만 알고 보면 그들 역시 말못할 정도로 흉포한 위기에 처해 있을 뿐이다.' 라는 메시지는 동서를 막론하고,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정말 인기있는 소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첫번째는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인 이상. 그리고 두번째는 대중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나만 찌질한게 아니었구나. 완벽하고 멋진 저 사람들도 알고 보면, 나랑 다를 바 없이 고통 속에서 삶을 사는구나. 라는 관음적 쾌감을, 대중은 원합니다. 게다가 거기에 잘 버무려진 스릴과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지만 너무 진부하진 않은 플롯이 더해진다면, 게임은 끝입니다.

이 소설도 어쩌면 영화화되기를 작정하고 썼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합니다. 소설을 읽긴 했지만, 마치 영화를 한 편 본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스토리자체는 너무 뻔했어요.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고 잘생기고 완벽한 남자와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진한 여자, 그러나 신혼의 단꿈에 채 빠지기도 전에 그 남자는 사실 누군가가 공포에 질린 것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였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그 남자는 여자를 감금하고, 감시하고, 약점을 잡아서 괴롭힙니다. 그 완벽한 집요함에 토할 정도입니다. 여자는 백전백패의 승률로 당하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 실낱같은 기회를 잡고, 남자의 악을 징벌합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계속되는 답답함과 분노로 책장을 넘기게 하다가, 마지막 파트에서 속이 뻥 뚫리는 미친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해주는 류의 소설이지요. 사실 새로운 것은 없었고, 충분히 예상했던 전개였어요. 그래도 우리가 막장 드라마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알기 알지만, 대체 어떻게 괴롭히고, 어떻게 복수하는지 그 디테일을 세세히 알고 싶어서죠. ㅎㅎㅎ
그리고 재미있었어요. 책을 한 번 잡으면 놓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과거-현재가 교차되면서 서술되는데, 전 그 구성이 나쁘지 않았어요. 현재를 읽으면서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증을 갖게 해주었고, 바로 과거로 가면 그 궁금증이 해소되는 구조였거든요.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레이스의 부모가 많이 짜증났어요. 자신의 둘째딸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해요. 첫째딸인 그레이스에게 모든걸 떠맡기고 자신들에게 그 책임이 돌아올까봐 전전긍긍하죠. 딸들이 그렇게 고통을 겪는지도 모르고 자기들만 뉴질랜드로 획하니 떠나서는 삶을 즐기죠. 헐....이건 뭔가요? 했네요. 그 무책임하고 몰인정한 부모가, 그레이스의 사이코 남편에게는 최고의 장인, 장모가 되었죠. 마음껏 부인과 처제를 조종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세상의 평범한 눈이란게, 참 무서웠습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겉으로 보여지는 권력과 권위에 굴복하죠. 아무도 그레이스가 피해자고, 남편에게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도, 믿지도 않습니다. 성공한 변호사이자 말끔한 외모와 말솜씨를 갖고 있는 남편의 말만을 믿지요.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엉뚱하지만, 이 책은 참 교훈적인 책이었어요.
그 교훈이란, 아, 세상에 거저는 없구나. 돈많고, 잘생기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멀쩡한 남자가 평범한 여자에게 (그것도 장애가 있는 동생을 부양해야하는 처지의) 다가와 한눈에 반했다면서 사랑을 속삭일 때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의심해야하는구나. ㅋㅋ 즉, 분에 넘치는 행운과 호의는 경계를 해야하는 거구나..  왠지 슬픈 교훈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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