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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겉표지에 연쇄 살인범들의 실제 사진들을 잔뜩 실어놓은 것 부터가 어쩐지 심상치 않았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겨다보고는, 정말이지, 토할 것처럼 현기증이 났다. 태어나서, 순수하게 글만 읽고서 이렇게까지 심적 충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나 하드코어적인 묘사가 자세히 펼쳐지고 있어서리, 상상만 해도 소름이 쫙쫙 끼쳤다.
전직 FBI 요원인 작자는 실제로 흉악한 연쇄 살인범들과 허심탄회하게 면담을 한 내용을 이 책에 담고 있다. 그 면담한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체계를 세워놓은 것이 프로파일링이라는 범죄수사기법인 것이다. 대략 10명 정도의 연쇄 살인마들의 행적과 심리분석 등을 소개해 놓았는데, 어느 케이스 하나 빠질 것 없이 엽기, 충격, 하드코어적인 범죄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거의 99 퍼센트 정신 이상자에 의해서 저질러진 것이다. 또한 그 정신 이상자의 대부분은 불행한 가정과 애정 결핍증에서 탄생했으며,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마치 살인이 취미인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행각을 벌이고도 멀쩡히 봉사활동을 한달지, 보이스카웃의 지도자 역할을 하기도 하고, 대통령의 영부인과 사진을 찍고, 또 본인 스스로가 심리 상담가가 되기도 한다.
이런, 말로서는 표현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자들을 사형시켜버리는 것만이 속이 좀 풀리겠지만,(이 책을 읽은 후로, 정신 이상자에 대한 동정심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때 별 도움이 안 된다.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K. 레슬러의 말대로, 오히려 그런 흉악한 연쇄 살인범들은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들의 범죄 패턴이나 심리 상태를 오랜 시간을 두고 관찰 연구하여 프로그램화 하면, 앞으로 일어날 다른 범죄 사건을 예방할 수 있고,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더 커지기 전에 미리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서 든 인간에 대한 회의감 하나는, 정신 장애는 왠만해서는 고쳐지기 힘들다라는 사실이다. 연쇄 살인범들은 10년 후에 만나도 전혀 거리낌없고, 운좋게 모범수 연기를 한 후에 석방이 된다고 해도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몹시도 심란하다. 정말, 심란하다. 이렇게 나를 심란하게 했던 책도 없었는데, 인간이 그렇게 철저하게사물처럼 대상화되어서 살인당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 서글프다. 이 인식은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뜨끔한 심적 아픔이다. 또한 점점 범죄는 아무런 스토리를 지니지 않는 다는 사실이 슬프다. 최근의 살인 범죄는 면식범이 아닌 불특정한 누군가를 향한 정신 이상자의 이유없는(이유가 있다면, 단순 쾌감이나 충동) 범죄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어릴적에 어머니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라면서도 좋은 친구들과 교류하며, 주변에서 인정 받고, 또한 성인이 된 후에는 호감있는 이성에게 사랑을 받는 패턴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는 (비극적 숙명이 개입되지 않는한) 절대로 그는 위와 같은 종류의 살인마로 자라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로, 사람에 대한 나의 평가는 매우 느슨해질 전망이다. 조금은 성격이 괴팍하거나,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이면 어떠랴. 연쇄 살인범만 아니면 된다. 살인으로 쾌감을 느끼는 싸이코만 아니면 된다. 실제로 이같은 연쇄 살인 싸이코들은 정말이지 매우 극소수 일테니, 나는 왠만한 불편한 사람들은 참아낼 수 있는 저력이 생긴 것이다. 위의 내심, 성격 장애로 분류한 주변의 몇몇 사람들 정도야, 별거랴....
그렇다면, 나는 이 슬프고도 충격적인 책을 선택한 일이 썩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